전공의 파업으로 2차 병원 환자 증가...저임금 전공의들로 돌아가는 상급종합병원 구조 개편하고 의료전달체계 개선해야
[칼럼] 이세라 대한외과의사회 보험부회장
[메디게이트뉴스] 2차 의료기관인 외과 전문병원 원장으로부터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눈에 띄는 이야기는 바로 전공의들의 업무 중단에 따른 병원 응급환자 증가였다. 우리나라 의료기관은 형식상 1차 의료기관(의원), 2차 의료기관(병원, 전문병원, 종합병원), 3차 의료기관(상급종합병원) 등 3단계 의료전달체계로 나눠져있다.
그는 3차 의료기관인 상급종합병원 전공의가 파업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외과 응급환자가 2차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일이 늘었다고 했다. 며칠새 여러 명의 암환자가 복막염으로 병원에서 수술을 하는가 하면, 밤낮 없이 수술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물론 외과 수가가 워낙 낮다 보니 이런 환자들은 흑자경영에 도움되지 않지만, 외과 이국종 교수처럼 2차 병원 의사들 역시 환자들의 생명을 수호하고 있는 것이다.
전공의들이 업무 중단을 하더라도 업무중단으로 인한 진료 공백이나 지연을 1차, 2차 의료기관이 담당하면 국민들의 불편과 진료 지연을 막을 수 있다. 대신 정말 시급한 응급환자나 중증 환자는 3차 의료기관에서 적절히 치료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실전적인 '의료전달체계'다.
저임금의 전공의들이 대학병원에서 일을 하지 않으면 대학병원에 수술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한편으로는 지금까지 관습적으로 응급이라 생각하고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환자들이 2차 병원으로 돌아가 적절한 치료를 받고 있는 현상이다.
이렇게 현재 의료시스템은 매우 기형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전공의들이 없으면 상급종합병원의 진료가 원활히 돌아가지 않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 또한 2차 의료기관이나 1차 의료기관에서도 지금 3차 의료기관에서 하고 있는 상당수의 응급 처치나 치료, 진단 행위 등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사실도 발견할 수 있다.
의료전달체계는 현행 건강보험 체계에서 필수적이다. 건강보험이 도입된 이래 형식만 갖추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의료전달체계를 적절히 하자는 논의가 계속됐으나 1차 , 2차 , 3차 의료기관 간의 경쟁구도만 발생해왔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가장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의료인을 찾아가려는 욕구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정부나 정치인의 입장에서는 국민들의 의료이용을 제한할 경우 발생하는 민원이나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와 국회는 의료전달체계 개선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을 하지 않아 지금까지 거의 방치된 상태였고, 1·2차 의료기관은 고사 직전이었다.
현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한 비급여의 급여화 정책(문재인 케어)으로 인해 상급종합병원으로 환자들의 쏠리는 현상, 의료전달체계 붕괴는 더욱 가속화했다. 이로 인해 1차, 2차 의료기관의 어려움이 가중됐다. 2차 병원들의 모임인 대한지역병원협의회 시위가 지난해 6월 세종 정부청사 앞에서 있기도 했다.
정부가 환자들의 부담을 줄이겠다고 시행하는 비급여의 급여화 정책은 개인의 의료비 감소라는 효과는 발생할 수 있으나, 정상적이고 단계적인 의료전달체계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심지어 사태는 악화했다. 아무리 주장해도 의료전달체계의 개선은 지금껏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늘어난 의료비 부담은 고스란히 상급종합병원의 몫이 됐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처음부터 하나하나 되짚어 봐야 한다. 우선 저임금 전공의로 유지되는 상급종합병원 의료 시스템은 개선돼야 한다. 전공의 대신 정규직 전문의로 의료인력 고용을 확대해야 한다. 또한 희귀난치성 질환 환자나 중증 환자, 응급환자 등 1차 의료기관이나 2차 의료기관에서 진료나 치료를 할 수 없는 환자에 한해 3차 의료기관에서 해당 환자를 대한 치료를 하는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공공의대 설립과 의대 정원 증가 문제가 심각하기도 하지만 이번 파업 사태로 촉발된 것은 제대로 된 의료시스템의 재정비의 필요성이다. 이제 정부도, 국회도 솔직하게 전공의들이 없으면 돌아가지 않는 상급종합병원의 기형적인 구도를 인정하고 잘못된 의료전달체계를 적극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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