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4.09.24 05:29최종 업데이트 24.09.24 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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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의료진, 중증아토피 치료제 교차투여 허용 한목소리

중증아토피연합회, ‘아토피피부염의 날, 함께하는 치유와 희망’이라는 기념행사


중증아토피피부염을 앓고 있는 환자들과 이들을 치료하는 의료진이 중증아토피 치료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치료제들간 교차투여가 허용돼야 한다며 제도개선을 촉구했다. 

중증아토피연합회(중아연)는 '세계 아토피피부염의 날'을 맞아 지난 21일 용산 전쟁기념관 내 로얄파크컨벤션 4층 아주르(Azur) 홀에서 ‘아토피피부염의 날, 함께하는 치유와 희망’이라는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중증아토피피부염 환우들과 전문가들이 올바른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함으로써 아토피피부염을 극복하고 희망을 나누자는 취지에서 마련한 이날 행사는 ▲1부 정책토론회 ▲2부 차담회 ▲3부 건강토크쇼 등 총 3부에 걸쳐 진행됐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전진숙 의원이 공동주최하고, 대한아토피피부염학회가 후원한 ‘중증 아토피피부염의 치료환경 개선방안’이라는 주제의 1부 정책토론회에서는 '생물학적제제'·'JAK억제제'의 계열 간, 계열 내 교차투여를 허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중증아토피피부염 환자들의 치료환경 향상을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이라는 주제발표에 나선 대한아토피피부염학회 한태영 보험이사(노원을지대병원 피부과)는 "아토피피부염은 환자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이질적 질환이어서 치료가 어렵다"며 "아토피피부염은 임상적인 양상에서도 다양하고 병인 측면에서도, 면역학적 측면에서도 다양하기 때문에 한 가지 획일적인 치료로 환자를 치료할 수 없고 환자 개개인의 임상 양상이나 병인, 면역학적 변화에 따라 맞춤형 치료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한 이사는 현재 중증아토피 치료에 있어 장벽이 존재한다고 했다. 

한 이사는 "한 가지 약으로 EASI(Eczema Area and Severity Index) 75에 도달하지 못하는, 치료 실패를 경험하는 환자들이 있다. 또는 심각한 부작용은 아니지만 결막염, 건선성 발진, 얼굴과 목의 피부염, 여드름, 구역, 구토, 감염 등이 발생하기도 한다"며 "이런 환자들은 약을 교체해야 하는데 현재 건강보험제도에서는 교차투여가 허용돼 있지 않아 건보 혜택을 포기하고 자기부담으로 약을 바꾸는 게 아니라면 불가능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한 이사는 "어떤 약제가 중증아토피피부염 환자에게 가장 효과적일지 현재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환자들에게 모든 계열 간 약물 교차투여가 필요하다"며 "같은 피부질환인 건선에서는 교차투여가 허용되는 것은 형평성에서도 어긋나며, 고가 약제를 지속 사용하는 것도 건강보험 재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교차투여는 허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정토론에 나선 대한아토피피부염학회 이상은 홍보이사(강남세브란스병원 피부과)는 ‘최신 국내외 가이드라인과 함께 보는 아토피피부염 치료 최신 동향 및 치료한계’라는 발표를 통해 최신 국내외 가이드라인 변화와 아토피피부염 치료 최신 동향을 소개했다.

이상은 이사는 "생물학적제제·JAK억제제의 계열 간, 계열 내 교차투여에 대한 다양한 후향적 연구들이 나오고 있다"며 "호주나 영국, 캐나다 등 해외 국가에서는 별다른 제한 없이 교차투여를 허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이사에 따르면 미국의 2024년 개정 가이드라인에는 식품의약국(FDA)에서 허가한 2종의 JAK억제제를 중등증 또는 중증 아토피피부염에서 기존에 생물학적제제를 포함한 기존 치료제의 실패를 했거나 치료제를 사용할 수 없는 환자들에게서 쓸 수 있다는 점이 명시돼 있다.

영국의 가이드라인에서도 중등증 이상의 환자에서 질환 상태, 환자 패턴 등을 고려해 생물학적제제나 JAK억제제를 선택해 사용할 수 있으며, 이 약제들을 사용하다가 질환 조절이 잘 되지 않으면 교차투여가 가능하다는 것이 명시돼 있다.

이 이사는 "다양한 신약들이 출시되고 해외에서 가이드라인들이 개정이 되는 것과 발맞춰 국내에서도 아토피피부염 치료 가이드라인이 지난해 개정됐고, 국내 가이드라인에서도 생물학적제제나 JAK억제제를 중등도 이상의 아토피피부염에서 사용할 것을 권고하면서 각 약제 계열 간의, 또 계열 안에서 다양한 약제 간의 교차투여를 명시했다"고 설명했다.

중증아토피연합회 박조은 대표는 "중증아토피피부염 환자들은 증상이 심할 땐 밖에 못 나온다. 제가 (증상이) 중증일 때도 해가 지면 나왔고, 혹은 해가 지더라도 나오지 않았다. 신약이 나와 희망을 갖고 병원에 와서 치료를 시작했는데 그 약제가 맞지 않아 부작용을 겪고, 효과가 없어서 굉장히 실망한 상태가 되면 다시 집으로 돌아가 나올 수 없고 더 방치하게 되는 악화를 초래할 수도 있다"며 "환자들이 계속 희망을 갖고 치료를 이어가 사회에 복귀하면 우리사회가 선순환구조로 갈 수 있는 만큼 교차투여에 대한 급여는 꼭 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정부에서는 교차투여에 대한 데이터를 요구하고 있는데 데이터를 모으기 어렵고 다른 질환에서는 교차투여를 위해 데이터를 요구한 적 없는데 아토피피부염에 대해서는 교차투여 허용을 위해 데이터를 요구하는 것은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면서 “아토피피부염의 경우도 류마티스나 건선 등과 같이 교차투여를 허용해 달라"고 촉구했다.

더욱이 "현재는 특정 약 처방을 원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라면서 “처음 출시됐던 생물학적제제가 가장 환자들에게 고가이기 때문에 급여로 처방을 받게 되는 경우 환자들은 일단 그 약을 시도하게 된다.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 때문에 다른 약으로 교체하게 되면 비급여로 처방받게 되기 때문에 그 순서가 합리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지적들에 대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관리실 강미영 약제기준부장은 "관련 학계의 의견과 임상 현실을 반영해 9월 전문가들과 생물학적제재와 JAK억제제간 교차투여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후속 조치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급여기준 설정 시 무작위 대조 시험이나 체계적 문헌 조사 등 과학적 방법을 통한 검증된  치료법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다"며 "이는 한정된 재원을 최대한 활용하고 환자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교차투여 허용 시기에 대해서는 "제약사에서 약가인하 같은 절차들이 있어 확실하게 언제라고 답을 할 수는 없지만 몇 개월이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책토론회를 공동주최한 더불어민주당 전진숙 의원은 이날 영상 메시지를 통해 "피부염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정상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고 좋은 환경에서 자라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바로 저희들이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환우들의 고통을 해결할 수 있도록 국회에서 정책으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아토피피부염의 날, 함께하는 치유와 희망’ 2부에서는 의료진과 환자가 연대와 소통을 통해 아토피피부염을 극복해보자는 취지에서 ‘아토피피부염 극복을 위한 연대와 소통’이라는 주제의 차담회(茶谈会)가 진행됐다.

의료진과 환자가 1대 4~5명씩 2시간 30분 동안 다과를 하며 진료실에서 묻지 못했던 질환에 대해 묻고 답하는 자리로, 차담회에는 대한아토피피부염학회 최응호 회장(원주세브란스병원 피부과)을 비롯해 국립의료원 안지영 교수, 서울대병원 이동훈 교수, 노원을지대병원 한태영 교수, 강남세브란스병원 이상은 교수, 서울아산병원 원종현 교수, 순천향서울병원 배유인 교수 등 아토피피부염학회 임원진 7명과 세종충남대병원 김현정(피부과) 교수가 자문의료진으로 참가했다.

이날 차담회에 참가한 환자 및 보호자 40여명은 아토피피부염 질환에 대한 정보는 물론 신약에 대한 효과, 부작용 등 최신 치료제 동향 등 진료실에서 묻지 못했던 궁금한 부분들을 해소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입을 모았다.

3부 건강토크쇼 ‘중증 아토피피부염과의 동행’에서는 힘든 치료 과정을 거쳐야 하는 환자들이 슬기롭게 중증 아토피피부염을 극복해 나갈 수 있도록 노하우들이 소개됐다.

세종충남대병원 김현정 교수는 ‘아토피피부염의 특성, 치료 및 관리 방안’에 대해 열띤 강연을 펼쳤다. 김현정 교수는 아토피피부염에 대해 잘못 알려진 건강정보를 바로 잡고, 아토피피부염 환자들도 얼마든지 질환을 극복하고 일반인들처럼 생활해 나갈 수 있다고 강조하며 박수를 받기도 했다.

특히 두 번째 강연자였던 국민건강보험공단 산정특례운영부 양란희 팀장에게는 5년 간 시행돼 온 산정특례제도가 2025년에 한번더 연장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양란희 팀장은 "산정특례제도 시행 1주기가 끝나는 2025년도에 현재의 치료효과가 유지된다면 5년간 더 산정특례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산정특례제도 기준완화에 대해서는 중증아토피피부염 치료제의 급여기준과 동시에 적용되며, 기간 연장은 현재로서는 확답할 수 있지 않음을 분명히 했다. 

박도영 기자 (dypark@medigatenews.com)더 건강한 사회를 위한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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