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05.30 06:44최종 업데이트 22.05.30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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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전공의 ‘추가수련’ 화두 외과학회…복지부 ‘시범사업’ 검토하나

[대한외과학회 학술대회] 외과의 대상 설문조사서 70% 이상이 필요성 인정...학회 제안에 복지부도 긍정 반응

전남대병원 소아외과 이주연 교수는 28일 대한외과학회 학술대회에서 여성 외과의사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대한외과학회가 외과 임신 전공의의 추가수련을 허용해줄 것을 보건복지부에 요청했다. 학회와 대한외과여자의사회, 보건복지부가 함께 의뢰한 외과의사 대상 설문조사에서 임신 전공의의 추가수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7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난 데 따른 것이다.

현재 임신 전공의는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아 근무시간이 주 40시간으로 제한돼있다. 야간 및 휴일 근무도 허용되지 않고, 3개월 이상의 출산 휴가가 주어지기 때문에 절대적인 수련 시간이 타 전공의들에 비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이에 임신 전공의가 출산한 후, 추가수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추가수련 필요 73.3%...임신 시 근무시간 제한 등 커리어 악영향 우려

전남대병원 소아외과 이주연 교수는 28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한외과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한국 여성 외과의사의 근무 실태 및 위상 설문조사’ 결과를 공기했다.

해당 설문은 대한외과의사회 소속 외과의사들을 대상으로 지난해 11월9일부터 올해 3월3일까지 진행됐다. 응답자들의 연령 분포는 30대 50.7%, 40대 35.6%가 대다수였으며, 성별은 여성이 64.6%, 남성이 35.4%였다. 직책별로는 봉직의(21%), 임상조교수(17.3%), 전공의(16.3%), 전임의(14.1%) 등이 많았다.

해당 설문에서 가장 이목을 끈 부분은 임신 전공의 관련 내용이었다. 응답자들 대다수는 임신 전공의에 대한 근무시간 제한 등이 필요하다는 데는 동의했지만, 반대급부로 이를 보충하기 위한 추가수련이 필요하다고 답한 비율도 높았다.

응답자들의 약 94%(남성 92.3%∙여성 95.4%)는 임신 전공의의 야간 및 휴일근무 제한이 필요하다고 답했으며, 임신시 근무 제한이 시행되는 경우 추가수련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73.3%였다.

임신 전공의에 대해 근로기준법이 적용돼 근무시간 등이 제한될 경우, 전공의 선발 시 여성 전공의들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응답은 59%(남성 49.2%∙여성 68.1%)였다. 여성들이 임신과 그에 따른 근무시간 제한 등이 향후 자신의 커리어에서 불이익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 여성 외과의사의 근무 실태 및 위상 설문조사 결과 중 일부. 사진=전남대병원 이주연 교수 발표 자료

학회 제안에 복지부 '시범사업' 언급했지만...수련환경평가위원회∙대체 인력 등 관건

대한외과학회 이우용 이사장은 이 같은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추가수련을 허용해 줄 것을 제안했다. 학회별로도 의견이 갈리는 만큼 설문조사로 높은 찬성의견이 확인된 외과학회부터 임신 전공의의 추가수련 제도를 운영해보자는 것이다.

추가수련이 이뤄질 경우, 동기들에 비해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는 시기가 늦춰질 수 밖에 없는데 이 기간을 최대한 줄일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도 주문했다.

이 이사장은 “전문의 시험이 매년 3월에 있는데, 가령 추가로 3개월 수련을 받으면 다음 해에 시험을 쳐야해 불이익이 크다”며 “시험은 동기들과 같은 시기에 보고, 3개월 추가수련 받으면 전문의 자격을 주는 식으로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학회의 요청에 복지부도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복지부 의료인력정책과 차전경 과장은 “전체적인 시행이 어렵지만 반드시 필요성이 있을 때 시범사업이라는 좋은 대안이 있다”며 “외과부터 시작해 이후 사업에 대해 평가를 하면 다른 과들까지 전파되게 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시범사업 검토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어 “임신 때문에 전문의 자격 취득이 늦어지는 것이 불합리한 조치라는 점에도 동의한다”며 추가수련으로 인한 전문의 취득 시기상의 불이익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는 데도 학회와 뜻을 같이 했다.

다만 임신 전공의 추가수련 문제는 지난 수년간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서 논란이 많았다는 점에서 난관이 예상된다. 의료계 내부에서도 추가수련에 대한 의견이 갈렸기 때문이다. 특히 대한전공의협의회측은 그간 추가수련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견지해왔다.

차 과장은 “의료계 전체가 추가수련에 대해 합의가 되고, 그 후에 각 학회들과 전공의 대표들이 모여 임신 전공의에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고 어떻게 추가수련을 할지에 대해 논의를 할 시간도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임신 전공의의 근무시간 제한, 출산 휴가로 인한 공백을 메울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아산병원 홍석경 중환자∙외상외과 교수는 “본인이 임신과 출산을 하면 다른 사람들의 업무 부담이 늘어난다는 점이 여성 전공의들이 임신을 꺼리는 이유 중 하나”라며 “점차 전공의들의 개인 권리를 보장해주는 쪽으로 가고 있지만 현재 그 공백을 메꿀 수 있는 대안이 전혀 없다. 개인과 병원이 온전히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차 과장은 이에 대해 “대체 인력 문제는 의사 인력 자체를 구하기가 굉장히 어렵다는 점에서 해결이 쉽지 않다.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인력 부족은 결국 업무 범위 문제까지도 연결될 수 있고, 전선이 더욱 넓어지며 임신전공의 문제를 더 오랫동안 지속시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다”며 “인력 문제는 추가수련 등을 논의하면서 단계적으로 차차 다뤄야 할 것으로 본다”고 신중한 입장을 표했다.

이 같은 차 과장의 답변에 홍 이사는 “추가수련은 합의만 이뤄지면 되지만, 대체 인력은 지원이 없으면 안 된다. 추가수련 시범사업을 할 의지가 있다면 대체 인력도 같이 묶어서 하는 게 좋을 것”이라며 “할 수 있는 여지만 열어주면 병원들은 인력을 어떻게든 찾아낼 것”이라고 재차 대체인력 수급 지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임신 전공의의 경우 육아휴직을 겸해 1년 유예를 택할 수 있도록 해주자는 제안도 나왔다.

영남대병원 유방내분비외과 최정은 교수는 “여의사 중 공식적으로 육아휴직 1년을 쓰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전공의들의 경우 임신과 육아휴직 겸 해서 1년 유예를 시켜주는 제도를 만든다면 본인은 물론 주변 사람들에게도 좋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이어 “물론 유예에 따른 대체인력이 필요하겠지만 지방 외과는 정원을 못 채우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그렇게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임신 전공의들이 3개월만 쉬고 추가수련을 받거나, 육아휴직 등을 더해 아예 1년을 쉴 수 있도록 선택권을 주는 것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민식 기자 (mspark@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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