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마약 중독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는 가운데, 의사가 자기 자신에게 의료용 마약류를 처방하는 이른바 마약류 ‘셀프처방’이 제도의 사각지대를 이용해 남발되는 문제가 국감 도마 위에 올랐다.
마약류 통합관리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음에도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를 인지하지 못했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도 청구 심사에서 이 같은 사례를 걸러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연숙 의원은 지난 7일 복지부 국감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의사의 마약류 의약품 셀프 처방 추정치를 공개한 바 있다. 이후 최 의원은 보건복지부로부터 의사 면허번호와 주민등록번호를 제공 받아 최종 매칭을 통해 정확한 셀프 처방 자료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2018년 5월부터 2022년 6월까지 4년 1개월간 의료용 마약류 처방 의사와 환자의 이름·출생년도가 동일하게 보고된 사례 10만6601건 중에서 97.6%에 이르는 10만3109건이 셀프처방 사례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마약류 셀프처방 현황을 연도별로 구분하면 의사수는 △2018년 5~12월 5545명 △2019년 8001명 △2020년 7706명 △2021년 7568명, △2022년 6월 현재 5595명이다.
최연숙 의원은 “연간 셀프 처방 건수가 2만5000건에 달했고, 양으로는 연간 80만개 이상이 처방되고 있었다”며 “그런데도 식약처는 의원실에서 해당 자료를 요구할 때까지 이와 관련한 조사를 한 차례도 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복지부는 의사의 처방과 진료를 담당하고 있고, 식약처는 마약류를 담당하는 주관 부처인데, 지금까지 무엇을 했는지 궁금하다”며 조규홍 복지부 장관과 오유경 식약처장을 질타했다.
최연숙 의원은 2021년 의사 셀프처방 중 처방량 기준 상위 10명 리스트를 공개했는데, 해당 자료에 따르면 의사 1명이 작년 한 해만 26회에 걸쳐 마약류 19,792정을 셀프처방한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의사가 처방한 마약류를 실제 본인에게 투약하고 있다면 하루 평균 54.3정씩 매일 투약하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에 대해 오유경 식약처장은 “해당 의사에 대해서는 긴급 현장 점검에 나섰다”고 답했다.
최연숙 의원은 또 “심평원은 진료비 청구 심사를 담당하고 있다. 마약류가 이렇게 청구가 많이 됐는데, 도대체 심사에서 걸러지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가”라며 김선민 심평원장에게도 문제를 지적했다.
최 의원은 “마약류 통합관리 시스템이 운영된 5년 동안 마약류를 매년 셀프처방 한 의사도 1447명이나 됐다”며 “마약류 통합관리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 부분에 대해 복지부와 식약처 등 정부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정부의 관리 미흡을 지적했다.
최연숙 의원은 “외국에서는 마약류 셀프 처방뿐만 아니라 진료의 객관성을 보장하기 위해 본인은 물론 가족에게 일반 의약품 처방까지 금지하고 있다. 국내 국방부 산하 군 병원에서도 2017년부터 마약류는 물론 모든 의약품에 대해 살포 처방을 하지 못하도록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의원은 “복지부 장관은 국방부를 벤치마킹해 마약류 오남용을 방지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달라. 심평원장은 식약처의 마약류 통합 시스템과 청구 시스템을 연계해 마약류에 대한 심사를 강화해 주시고, 식약처장은 셀프 처방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보고해 달라”고 촉구했다.
최 의원은 정춘숙 복지위원장을 향해 “해당 건은 매우 심각한 사안으로 보인다. 식약처의 조사 결과와 대책에 대해 위원회 차원에서 보고를 받아주시길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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