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6.02.04 07:05최종 업데이트 26.02.04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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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마라 필수의료"…돈 쥔 자의 갑질, 미쳐 돌아가는 건강보험 심사

[칼럼] 안양수 미래의료포럼 정책고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서비스는 의사가, 생색은 공단이

환자는 이미 진료를 받았고, 약을 먹었으며, 병이 나았다. 서비스는 완결됐고 수혜자는 만족한다. 그런데 뒤늦게 돈 쥔 국가(보험자)가 나타나 "내 기준에 안 맞으니 이 진료는 무효"라고 선언한다. 여기까지는 보험사의 권한이라 치자. 

문제는 그 비용을 수혜자가 아닌 공급자(의사)에게서 뺏어내 환자에게 돌려준다는 점이다.

변호사가 승소시켜줬더니 나라에서 "변론서 양식이 맘에 안 드니 변호사비 뺏어서 의뢰인 돌려줄게"라고 하는 꼴이다. 이게 상식적인 사회인가?

'불인정'과 '부당'의 악의적 혼용

단순한 행정 착오나 심사 기준 미달을 공단은 굳이 '부당진료'라고 부른다. 그리고 환자에게 전화해 "의사가 당신에게 부당한 짓을 해서 우리가 돈을 찾아왔으니 가져가라"고 부추긴다.

의학적 판단을 행정 잣대로 가위질하는 것도 모자라, 의사와 환자 사이의 신뢰를 국가가 앞장서서 박살 낸다. 의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찍어야 자신들의 존재 이유가 증명된다고 믿는 모양이다.

약값까지 의사에게 뜯어내는 연대책임의 폭거

팍스로비드 사례는 이 시스템의 광기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환자의 안전을 위해 복용 중단을 지시했어도 차트에 적지 않았거나, 메모를 못 봤다는 이유로 약값 수백만 원을 의사 생돈으로 물어내게 한다.

약은 약국에서 나갔고 이득은 환자가 봤는데, 왜 변상은 의사가 해야 하는가? 식당 손님이 술을 마셨는데 서빙 직원의 태도가 맘에 안 든다고 직원 월급을 깎아 손님 술값을 환불해 주는 기괴한 논리다.

'무죄추정' 없는 심평의학의 레드카드

일단 삭감하고 억울하면 의사가 직접 증명하라고 한다. 진료만 하기에도 벅찬 개원의가 감사원에 제보하고 국민신문고에 매달려 사투를 벌여야 겨우 돈을 돌려받는다.

심판이 오심으로 선수 퇴장시켜놓고, 선수가 증거 다 찾아와서 항의하니 그제야 "아니면 말고" 식으로 번복한다. 그동안 의사가 겪은 명예훼손과 행정적 고통에 대해서는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건강보험 심사는 '지불 주체를 정하는 과정'이어야지, '의료의 유무죄를 판결하는 재판'이 되어서는 안 된다. 돈 쥔 자가 상전 노릇 하며 전문성을 짓밟는 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소신 진료를 하는 의사는 결국 바보가 될 뿐이다. 대한민국 의료는 이미 미쳐 돌아가고 있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메디게이트뉴스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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