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일산병원 임윤정 교수 "스티렌, 하위그룹 분석서 점막보호제 중 유일하게 소장 출혈 위험 유의하게 줄여"
[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저용량 아스피린은 심혈관 질환과 혈전 생성을 예방하기 위해 많이 사용되는 약물 가운데 하나로, 주로 장기 사용을 위해 처방된다. 아스피린 사용은 명확하게 이점을 가지지만 동시에 위장관 출혈 위험 역시 가지고 있다. 이에 위산 분비 억제제인 양성자 펌프 억제제(PPI)가 주로 함께 사용되나, 소장 출혈 등 여전히 미충족 수요가 남아있다.
최근 국내 연구팀이 아스피린 복용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빅데이터 연구에서 위산 분비 억제제와 점막보호제 스티렌(성분명 유파틸린)을 병용하는 것이 소장 출혈을 유의하게 낮춘다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아스피린 사용 환자에서 위산 분비 억제제를 쓰면 전체 위장관 출혈 위험이 감소하는데, 여기에 스티렌을 추가하면 위험이 더 줄어들며, 이는 통계적으로도 유의했다.
메디게이트뉴스는 연구에 참여한 동국대일산병원 소화기내과 임윤정 교수를 만나 자세한 연구 결과와 임상적 의의는 무엇인지 알아봤다.
Q. 아스피린은 치료나 예방 목적으로 오랫동안 사용돼 왔는데, 여전히 진료 현장에서 느끼는 미충족 수요가 있다면?
만성질환이 있는 고령 환자에서 동맥경화와 심근경색, 뇌졸중을 예방하기 위해 아스피린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이 환자들이 아스피린만 복용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감기에 걸리거나 허리가 아프거나 온 몸이 쑤시는 등 여러가지 이유로 비스테로이드항염증제(NSAIDs)를 쓸 수 있는데, 이 때 위장관 출혈이 많이 발생한다. 위장관 출혈이 발생하면 대개 토혈을 하거나 흑색변 또는 혈변을 보고, 혈압이 떨어지는 등 대량 출혈로 응급실을 찾게 된다.
이 같은 아스피린에 의한 위장관 출혈을 예방하기 위해 위산 분비 억제제를 예방적으로 함께 투여한다. 위산 분비 억제제를 사용하면 위장 출혈은 줄지만 소장 출혈은 그렇지 않아, 이를 줄이고자 하는 니즈가 컸다.
Q. 아스피린 사용으로 인한 위장관 출혈 위험이 높은 환자군이 있나?
아스피린을 쓰는 사람 가운데 출혈이 많이 발생할 수 있는 그룹은 정해져 있다. 60세 이상이고, 이전에 위궤양 병력이 있었던 환자, 헬리코박터균 감염자, 진통소염제나 스테로이드를 같이 쓰는 환자가 고위험군에 속한다. 이러한 환자군에서는 보험 가이드라인에서도 반드시 아스피린을 위산 분비 억제제와 함께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소장 출혈의 고위험군은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는데, 이번 연구에서 그 환자군도 밝혀냈다.
Q. 스티렌을 사용해 연구를 진행하게 된 배경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연구 결과도 간략하게 소개해 달라.
유파틸린은 점막 보호제로, 위점막 병변 개선과 소염진통제 투여로 인한 위염 예방 적응증으로 허가를 받아 사용되고 있다. 항산화 효과와 항염증 효과가 있어 전체 위장관, 특히 소장에서 출혈을 예방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 또한 오랜기간 보험급여를 받아 많은 사람에게 처방된 만큼 빅데이터 분석으로 실제 어떤 효과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첫 번째 연구에서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청구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아스피린 사용자의 소장 출혈에 대한 점막 보호제의 보호 효과를 평가했다. 아스피린 사용자 1만5542명이 연구에 포함됐고, 이 중 126명에서 소장 출혈이 확인됐다.
연구 결과 항응고제 병용과 동반 질환(높은 CCI 점수), PPI 사용이 소장 출혈과 유의한 관련이 있는 반면, 유파틸린 사용은 이를 예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흥미롭게도 위산 분비 억제제와 유파틸린을 병용 투여하면 위산 분비 억제제 또는 다른 점막 보호제와 병용 투여한 요법에 비해 소장 출혈이 유의하게 감소했다. 하위 그룹 분석에서 유파틸린은 위산 분비 억제제를 병용하는 아스피린 사용자에게 소장 출혈 위험을 유의하게 감소시킨 유일한 점막보호제였다.
두 번째 연구에서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청구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아스피린과 위산 분비 억제제를 병용하는 환자에서 유파틸린이 상부 위장관 및 하부 위장관 출혈 예방에 미치는 추가 효과를 평가했다. 이 연구에는 아스피린 사용자 총 43만2208명이 포함됐다.
그 결과 위산 분비 억제제와 유파틸린을 동시에 사용하면 위산 분비 억제제만 사용했을 때보다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위장관 출혈을 예방했다. 또한 유파틸린을 3개월 이상 복용하면 위장관 출혈 감소 효과가 더 컸다.
Q. 두 연구의 결과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번 연구는 실제 환경에서 대규모 인구 데이터를 기반으로 전체 위장관 출혈 예방에 대한 유파틸린의 긍정적인 효과를 입증한 첫 연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국가 청구 데이터를 사용해 아스피린으로 인한 소장 출혈에 대한 다양한 점막보호제의 효과를 비교한 연구도 이번이 처음이다.
PPI는 위산 분비를 차단하는 약물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지만, 장기 사용하면 골다공증과 골절, 장 감염 위험 증가와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반면 점막보호제, 방어인자증강제인 유파틸린은 위장관 병변에 대한 항염증 및 보호 효과를 가진다. 이에 두 약물을 병용하면 위점막보호 효과가 기대된다.
또한 나이가 들면 위 점막이 위축되며 위산 분비 자체가 준다. 위산 분비량이 늘어나 문제되는 경우가 아닌 만큼, 지나치게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점막 보호제를 함께 투여하는 것이 더 설득력 있다.
실제로 연구 결과 유파틸린은 위산 분비 억제제를 병용하는 아스피린 사용자에서 위장관 출혈 발생을 추가로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파틸린은 아스피린 사용자의 소장 출혈 예방 효과를 보였고, 위산 분비 억제제를 함께 복용하는 경우의 소장 출혈도 감소시켰다.
Q. 향후 아스피린 사용 환자의 위장관 출혈 위험을 낮추기 위해 어떤 전략이 좋다고 보는가?
위산 분비 억제제 사용이 소장 출혈을 증가시킨다는 논문은 꽤 있다. 위산 분비를 너무 강하게 억제하면 아스피린에 의한 소장 손상이 가속화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위장 출혈 위험을 무시할 수 없다. 아스피린을 사용했을 때 소장 출혈보다 위장 출혈이 발생 빈도가 훨씬 더 높고 사망도 많이 발생한다. 위장 출혈 위험을 낮추기 위해 위산 분비 억제제 사용은 필수다.
따라서 소장 출혈을 줄이기 위해 아스피린 사용자, 특히 위산 분비 억제제를 병용하는 경우 유파틸린의 동시 처방을 고려해야 한다.
더불어 유파틸린을 3개월 이상 복용하면 출혈 감소 효과가 더 큰 것으로 확인된 만큼, 아스피린과 위산 억제제를 함께 복용하는 환자의 위장관 출혈을 줄이기 위해 3개월 이상 유파틸린을 병용하는 것이 권장될 수 있다.
Q. 마지막으로 아스피린 사용 관련 의료진들에게 추가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아스피린 사용 환자에서는 항상 위장관 부작용을 생각해야 한다. 문제는 환자가 아스피린 처방 의사만 만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다른 건강 문제로 다른 진료과를 방문할 수 있다. 아스피린 장기 복용자라는 것을 모른 채 소염진통제를 사용한다면 두 약물이 결합해 출혈을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고위험군 환자에서는 항상 주의가 필요하다.
위산 분비 억제제를 사용해야 하지만 부작용이 우려된다면 전체 용량을 많이 높이는 것보다 최소한으로 쓰되 점막보호제를 추가하는 것을 권한다. 최근 소염진통제와 PPI가 결합된 약물 처방도 많은데 여기에 점막보호제를 추가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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