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0.12.10 17:47최종 업데이트 20.12.11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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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동산병원·대구시의사회 자발적 참여 돋보였지만...의료진 사기 저하 등으로 쉽지 않은 수도권 상황

[코로나19 3차유행 긴급점검]② 대구 하루 최다 확진자 741명, 코로나19 입원 환자 5600명 극복 비결 '민간' 동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10일 수도권 하루 코로나19 확진환자가 500명을 넘어서면서 초기 대구 지역의 유행 이후 최다 수치를 기록했다. 올해 2~3월 대구 지역 코로나19 환자 급증에 따른 대처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이 있을까. 

대구 코로나19 환자는 2월 29일 741명으로 정점을 찍었고 하루 최다 확진환자는 중증과 경증을 합쳐 3월 12일 5613명에 달한 경험이 있다. 현재 대구의 확진자는 하루 2~3명 수준으로 안정화됐다. 경증(대구의료원, 대구동산병원) 환자 132명, 중증 환자(경북대병원, 칠곡경북대병원)는 9명에 불과하다.  

대구 지역 의료진은 코로나19 확산의 극복을 위해 민간 병원과 지역의사회의 자발적인 동참이 위기를 이겨내는데 가장 큰 힘이 됐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수도권 중심의 3차 유행을 극복하려면 정부와 서울시 등 지자체를 중심으로 나서는 대신 공공병원은 물론 민간병원의 동참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하지만 일선 의료진이 사기 저하에 지친 상태인데다, 일반환자 관리의 어려움으로 민간병원의 참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경증 환자는 민간병원인 대구동산병원 큰 역할, 중증 환자는 5개 상급종합병원 분담  

대구시 감염병관리지원단 김신우 단장(경북대병원 감염내과 교수)은 코로나19 확산에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증과 중증 환자를 위한 병실 확보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대구 코로나19 유행 당시 경증 환자는 대구의료원과 민간병원인 대구동산병원을 활용했다. 중증 환자는 대구 상급종합병원 5곳(경북대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계명대 동산병원, 영남대병원, 대구파티마병원)이 서로 나서서 협조했다. 대구동산병원은 중환자실 20병상을 별도로 할애하고 여기에 대한중환자의학회 의료진이 파견을 나와 힘을 보탰다. 

김 단장은 “당시 경증 환자는 대구의료원, 중증 환자는 경북대병원이 맡으려고 했으나 대규모 코로나19 확산으로 지역에서 수용할 수 있는 역량을 넘어섰다”라며 “대구동산병원이 경증환자를 위해 병원을 통째로 할애하고 민간병원이 코로나19 극복에 큰 기여를 했다”고 말했다. 

김 단장은 “국가 의료발전과 세계화를 슬로건으로 내세운 대구시의 ‘메디시티대구’라는 프로젝트가 있어 비교적 대구시 단위의 유대가 있어 가능했다. 지자체장의 협력 요청에 대해 민간병원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했다. 

서울의 중환자실 부족 문제는 무엇보다 민간병원의 협조가 필요하지만 민간병원의 입장에서 보상책이 없다면 쉽게 결정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김 단장은 “코로나19 환자 한 명을 진료하는데 에너지가 많이 소모된다. 인력 배치, 시설 투자는 물론 일반 환자들의 병동까지 비워야 한다”라며 “게다가 추가로 일반 환자를 받지 못하면서 병원의 경제적인 문제마저 생긴다”라고 밝혔다. 

그는 “대한중환자의학회 등은 공공병원 등에 거점전담병원을 지정하고 중환자 전담 인력을 파견할 수 있는 체계를 제안했다”라며 “하지만 공공의료원은 보통 2차 의료기관이라 중증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상급종합병원과 같은 중환자실처럼 만들어지지가 않는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대구에서 민간이 참여해 결국 코로나19를 이겨냈는데 민간에서는 충분히 보상책을 받았다는 느낌을 받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한다”라며 “어려움 속에서도 정부와 지자체가 함께 지원책을 마련하고 설득해 민간병원들의 동참을 이끌어내야 한다. 병원들도 필요한 부분에서 위기 상황 극복에 기여할 필요성이 있다”고 제언했다.  

대구시의사회 자발적 참여로 입원대기자 우선 순위 분류해 사망률 낮춰  

대구광역시의사회는 3월 초 300~400명의 의사 자원봉사단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2700명에 이르는 입원 대기 환자들을 전화상담으로 분류한 경험이 있다. 입원 병실이 모자라 대기하다가 사망할 수 있는 환자의 사망률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었다.

당시 코로나19 확진자 중증도 분류 및 병상 배정 지침을 시행하고, 확진자를 ‘경증·중등도·중증·최중증'의 4단계로 분류했다. 중국 대규모 연구결과에서 확진환자의 81%는 경증, 중증 14%, 치명률이 높은 위중 환자는 약 5% 정도로 확인되면 입원 대기 환자들도 이 기준에 따라 분류하기 시작했다. 

대구시의사회 이성구 회장은 “국무총리가 대구에 내려왔을 때 병실 부족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라며 “당시 중증 환자는 전라남도, 부산 등 타 지역으로 보내고 전국적으로 많이 나눠서 수용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병상이 모자라 대구시의사회 의사회원 봉사자 300~400명이 매일 2차례씩 입원대기자들에게 전화 상담을 했다”라며 “전화로 환자 상태를 분류하고 입원실이 나면 진단 위험도가 가장 높은 사람을 먼저 입원시켰다. 질환, 중증도, 나이, 기저질환, 비의학적 요소 등에 따라 점수를 매겨 입원 순서를 정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의사들의 자발적인 동참으로 고령 환자들을 빠르게 분류해 입원대기자들의 사망률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라며 "대구 코로나19 방역의 특징은 드라이브 스루 도입, 철저한 방역, 의사들의 전화봉사, 민간병원의 자발적 참여라고 볼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민간이 이만큼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고생했는데 정부가 의대정원 확대 등으로 의료계와 갈등을 빚게 된 상황이 안타깝다”라며 “의료계의 사기 저하로 서울에서는 민간병원과 일선 의사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구동산병원과 같은 역할하기 쉽지 않아...코로나19 이후가 더 문제 

대구동산병원의 경험상 전담병원을 별도로 마련해야 일반환자와 코로나19 환자가 섞이지 않을 것이라는 제언도 나왔다. 당시 대구동산병원이 민간병원으로는 유일하게 코로나19 환자 전담병원으로 역할을 했지만, 서울에선 민간병원의 참여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계명대 동산병원 호흡기내과 박순효 교수는 "대구동산병원은 이미 신축한 계명대 동산병원으로 환자들이 대거 이동해 병상이 많이 비어있었지만 서울에는 그런 병원이 없다. 환자들의 발길이 끊어질 수 있어 민간병원이 코로나19 환자 진료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공공병원 위주로 코로나19 전담병원을 만들고 민간 의료진이 지원하고 참여하는 방식이어야 한다”라며 “그렇지 않고 여러 병원에 코로나19 환자들의 동선이 얽히다 보면 일반 환자들의 사망 위험만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구에서도 코로나19 환자 1~2명만 방문해도 응급실이 마비되고 코로나19 환자가 입원한 병원에 일반 환자들의 발길이 끊긴 경험이 있다. 

박 교수는 “코로나19 중환자 치료를 하면 무엇보다 의료인력 소모가 너무 크다. 에크모를 치료하려면 숙련된 의사와 간호사들이 그 환자에만 매달려야 한다”라며 “일반 환자들이 상대적으로 피해를 보지 않도록 전담병원에서 치료하고 경로를 두 개로 나누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수도권에는 깜깜이 감염이 25% 이상 퍼져있어 한동안 단계를 낮추기 힘들고 장기 대응을 위해서도 전담병원의 필요성을 주문했다. 박 교수는 “서울은 어제 오늘 유행 상황에 따라 만들어진 수치가 아니다. 조금씩 유행하던 것이 쌓이고 쌓여 계속 확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1년 이상 코로나19가 지속된다고 보면 전담병원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대구동산병원이 코로나19 환자를 진료한 것에 대해 병원 차원의 후회는 없지만, 문제는 코로나19 이후다. 대구 지역은 이제 코로나19 환자가 별로 발생하지 않고 있지만 대구동산병원에 일반 환자들의 발길이 끊기고 경영상 어려움으로 고민이 있다. 전담병원으로 공공병원이 필요한 이유"라고 덧붙였다. 

임솔 기자 (sim@medigatenews.com)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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