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5.02.07 14:56최종 업데이트 25.02.07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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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폭력 피해자 사망사건에 의료인도 손해배상 확정…“응급수술 의료진, 범죄자 취급”

법원 "중심정맥 삽입 과정에서 과실 있어, 가해자와 함께 손해배상"…"사법 리스크에 위험 환자 치료 거부 우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데이터 폭력을 당한 피해자가 응급수술을 받다가 사망한 사건에서 폭행 가해자와 의료사고를 낸 의사, 대학병원이 손해배상 책임을 공동 부담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와 의료계가 공분하고 있다.
 
응급의학 의사들은 이는 의료진을 폭력가해자와 동일한 범죄자로 취급한 판결이라며, 향후 의료인의 응급조치와 응급수술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비판했다.
 
7일 대한응급의학의사회가 지난 6일 광주고법 제3민사부가 데이트 폭력 피해 사망환자 의료시술 과실에 의료인의 손해배상을 확정한 판결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했다.
 
해당 사건은 지난 2017년 10월 6일 데이트 폭력 과정에서 경막외출혈 등 상해를 입은 피해자 A씨가 모 대학병원에 이송돼 긴급 수술을 받은 사건으로, A씨는 수술 중 손목정맥에 중심정맥관을 삽입하는 과정에서 동맥에 1~2mm 정도 관통상이 발생해 과다 출혈로 숨졌다.
 
1심에서는 피고들의 손해배상책임을 60%로 제한한 반면, 지난 6일 2심인 광주고법 제3민사부는 손해배상책임을 70%로 늘리고 폭행 가해자와 의료사고를 낸 의사, 대학병원이 공등으로 유족 3명에서 총 4억4400여 만원과 지연손해금과 유족연금을 지급한 국민연금공단에도 812여 만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재판부는 A씨가 대학병원으로 옮겨져 혈종 제거를 위한 중심정맥 삽입 과정에서 의료진의 과실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1심 재판부는 “해당 의사가 충분히 숙련되지 않은 상태로 삽입 시술을 하면서 관통상을 야기한 과실이 있어 보인다. 병원도 삽입시술에 대해 가족에게 설명 의무를 이행했다고 보기 부족하다”며 “병원 측은 사용자로서 전공의와 함께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 남자친구 B씨 역시 상해를 입게 해 A씨의 사망과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보여 불법 행위자로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 역시 “이 사건의 삽입시술은 흔히 시행되는 시술이지만 합병증이 보고돼 왔다. 이를 시행하는 의사로서는 이런 위험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의 주의의무를 다해야 한다”며 “시술 과정에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다하지 못한 과실이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판결에 대해 응급의학의사회는 “이번 판결을 통해서 법원은 폭력의 가해자와 치료를 위해 최선을 다한 의료진을 동일한 범죄자로 취급했다”며 “폭행으로 응급수술에 들어갈 정도의 뇌출혈 환자는 당연히 사망의 가능성이 있는 중증환자이며, 이러한 일을 초래한 것은 당연히 가해자이다. 하지만 응급처치와 수술을 준비한 의료진에도 피해자 사망에 대한 책임을 같이 묻겠다면, 의료진을 만나지 않았다면 살았을 것이라는 전제가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사회는 “하루에도 수차례 중심정맥을 잡아야 하는 응급실의 경우 이번 판결로 향후 중심정맥을 잡아야 하는 환자에 대해 소극적으로 임하게 될 것이며 중심정맥 삽입이 필요한 중증 환자의 수용과 진료를 더욱 꺼리게 될 것”이라며 “모든 술기와 처치는 위험성과 합병증을 동반한다. 어쩔 수 없이 생길 수 있는 문제에 대하여 법원이 처벌하겠다고 한다면, 향후 위험하고 합병증이 예상되는 모든 환자는 어떤 의료기관에서도 치료를 거부당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응급환자와 중증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인들에 대한 법적 리스크 감소야말로 무너져가는 우리나라의 의료를 되살리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주무 부처인복지부와 정부는 더 이상 구경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법적 리스크 해결을 위한 대안 마련에 적극 나서라”고 촉구했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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