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5.04.09 07:47최종 업데이트 25.04.09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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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포함 의사단체, 전공의, 의대생들과 끝장토론으로 합의안을 만들자

[칼럼] 박인숙 울산의대 명예교수·전 국회의원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되고 대선 시간표가 공표되며 의료재앙 상황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로 시작해 파면에 이르게 된 배경에 의대 2000명 증원과 이에 따른 의료붕괴가 큰 몫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제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시간이 지나면 새 대통령과 새 정부가 들어설 것이고 그 전까지 국가적으로, 그리고 의료붕괴 관련 어떤 일이 벌어질지 짐작조차 어렵다. 

지난 1년 반 동안의 투쟁이 헛되지 않도록 그리고 학생들과 젊은 의사들의 희생과 의료붕괴 상황을 조속히 끝내고 더 나은 의료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지금 의사들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 시간이 촉박하다. 시시 각각 수시로 변하는 상황에 맞춰서 투쟁의 목표 설정을 다시 정립하고 이에 이르는 로드맵을 만들어서 모두가 한 목소리를 내며 함께 실천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학생, 전공의 포함 의사들 모두 제각기 다른 주장을 펼치며 상황이 더욱 꼬여가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지금과 같은 무정부 상태에서 의사들의 투쟁 상대가 없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제안을 한다.
 
의사협회 포함 여러 의사 단체, 학생, 전공의 대표는 물론 다양한 생각을 가진 모두를 초대해 무제한 토론을 통해 최종 합의된 하나의 안을 만들어야 한다. 이런 끝장 토론의 시기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고 합의 안이 나올 때까지 시간제한 없이 해야 한다. 교황 선출과 같은 방식을 제안한다.

최종 합의된 제안을 5개 이내로 압축해 첫째 대선 주자들에게 전달해 이에 대한 답변을 듣고, 둘째 그 내용을 언론에 알리고, 셋째 그 내용을 가지고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해 국민의 공감을 얻도록 노력해야 한다.
 
지금 의대 학생들은 8가지, 전공의들은 7가지 요구사항들을 주장하고 있으나 5개 미만으로 압축하는 것이 더 현실적일 것이다. ①26학년도 의대증원 백지화 ②전공의 수련제도의 획기적인 개선 ③사법리스크 경감정책 마련 ④필수의료패키지 개선을 위한 신설기구에 의사들 참여 보장 등 이러한 요구사항이 포함되어야 한다. 추가로 학생과 전공의들은 정부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고 있으나 파면된 윤석열 전 대통령과 임기가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현 국무총리, 장관, 차관들이 국민과 의사들에게 공식 사과를 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지금 학생 대부분이 1학기 등록을 마치고 학교로 복귀하였으나 수업을 듣는 비율은 대부분 의대에서 매우 낮은 것 같다. 앞으로도 수업 참여는 학생 개개인의 소신에 따라 이루어질 것으로 학교마다, 학년마다 큰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이나 제적 만을 피해야 한다.
 
6월 3일 대선 후 새 대통령과 새 정부 시작 후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난 후에 새정부가 선거 전에 약속한 요구사항들이 지켜진다면 학생들도 수업에 정상 복귀하고, 전공의들도 수련병원으로 복귀할 수 있다. 그러나 만약 의사들의 요구사항들이 지켜질 징후가 보이지 않는다면 그때에는 정말로 모든 의사들이 앞장서서 정부와 대학을 상대로 의사면허 반납, 교수 사직, 진료거부, 소규모 개별시위, 대규모 집회,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한 대정부 투쟁을 해야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대통령선거가 임박한 지금, 투쟁의 상대도 없는 이 시점에 대규모 집회를 한다면 국민과 언론의 관심을 끌기 어려워 노력과 비용 대비 효과가 의심스럽다. 탄핵 정국에서 보았던 잦은 대규모 집회에 대한 피로감이 쌓여있는 국민들에게 의사들의 대규모 집회는 국민의 공감을 떨어뜨리거나 심지어 의사들에 대한 혐오감을 더 키울 가능성이 염려된다.
 
지금은 모두가 참여하는 끝장 토론을 통해 통일된 안을 만들고 이를 대선 후보들에게 제시하고 확답을 받는 것이 우리가 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요구 사항들에 대한 대통령 후보들의 반응이 선택의 지표가 될 것이다.
 
사족으로 지금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또 하나의 아젠다가 있는데, 이는 바로 현재 진행 중인 의료농단 행정소송이다. 현재 이 재판에는 의대 2000명 증원의 ‘원조 발제자’ 인 윤석열 전 대통령이 참고인으로 신청됐다. 지난 1년 반 동안, 그리고 앞으로도 대한민국 의료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수천명이 사망하고, 수만명의 학생과 의사들의 인생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버린 의대 2000명 증원의 배경이 밝혀질 수도 있다는 기대를 해본다. 물론 그것이 밝혀진다고 해서 지금과 같은 비가역적인 폐해를 원상 복구시키지는 못하겠지만, 나의 이런 제안이 지금 의료재앙 해소에 다소나마 도움이 되기를 기원한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news@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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