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5.12.01 07:15최종 업데이트 25.12.01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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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신약, 생존 늘리는 것 넘어 사회 복귀를 위한 희망…혈액암·소아암 접근성 확대해야

허가 후 급여까지 오래 걸리면서 치료 기회 없을까 두려움 느끼는 환자들…완치할 수 있는 골든타임 잡아야

사진: 2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중증 혈액암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혁신 신약의 등장 속도가 점차 가속화되고 있지만 급여가 지연되면서 정작 사용하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혈액암과 소아암은 신약으로 생존 및 완치 가능성을 크게 높일 수 있지만 성인 고형암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어 이에 대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과 대한혈액학회가 2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중증 혈액암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정책 토론회'를 열고 신약 접근성 측면에서 중증 혈액암 및 소아암에서의 미충족 수요와 제도 개선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이 의원은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쓰지 못하면 소용 없다. 외국 제약회사에서 개발된 신약의 국내 도입이 다른 국가에 비해 유독 더딘 것은 이미 익숙한 이야기다"면서 "국내에서 허가된 이후에도 보험 급여가 적용되기까지는 평균 20개월이 소요되므로, 연간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달하는 치료제를 국가의 지원을 통해 사용하는 것은 환자들에게 그림의 떡일 뿐이다"고 지적했다.

약에 대한 접근성, 환자의 직접적 생존 결정하고 생존율 향상 직결 

서울대병원 고영일 교수는 '중증 혈액암 치료 현황, 미충족 의료 수요, 혁신 치료제의 임상적 가치 및 혁신치료제에 대한 신속한 등재 제도의 필요성' 주제 발표에서 "혈액암은 수술로 완치할 수 있는 종류가 아니기 때문에 약의 위치가 다른 암보다 매우 중요하다. 약에 대한 접근성이 환자의 직접적인 생존을 결정하고, 내과적 치료의 혁신이 생존율 향상과 직결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DLBCL), 다발골수종과 같은 혈액암에서 혁신 치료제를 사용했을 때 장기 생존 확률은 2배 가량 늘어난다.

고 교수는 "혁신 신약은 기존 치료제보다 월등한 효과가 있고, 단지 오래 살리는 것이 아니라 환자를 완치시키거나 그에 준하는 수준으로 치료해 환자가 사회에 복귀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는 약을 말한다"면서 "허가가 됐으나 급여가 되지 않는 상황이 오래 지속되면서 환자들이 더욱더 절망감을 많이 느낀다. 허가를 받은 약물에 대해서는 급여까지의 시간이 단축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홍경택 교수는 '소아 백혈병 치료제의 치료 접근성 확대를 위한 정책적 과제' 주제 발표에서 "소아암의 완치율은 이제 거의 85% 이상 넘어섰고, 전체 암에 비해서도 15% 이상 완치율을 보이고 있다. 소아암은 무조건 완치시킨다 생각하고 치료를 하지 생존을 연장시킨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완치율이 85%라면 매년 적어도 1만1200명의 완치 환자가 발생하고, 이들이 건강한 일반인이 돼 사회에 복귀하고 나중에 우리나라를 짊어지는 중요한 인재가 될 것이다. 소아청소년암을 접근할 때 완치의 개념을 넘어서는 가치들을 계속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소아청소년암은 인구가 적고 중증 질환이기 때문에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임상시험이 많이 늘었지만 여전히 많은 약이 성인을 위한 약제로 개발되고 있다. 소아 환자들에게 공정한 기회, 희귀성과 형평성, 사회나 가족에게 끼치는 영향 등을 고려했을 때 다차원적인 가치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면서 "소아에서도 다양한 약제들이 신속 급여 결정 절차를 통해 사용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급여 지연은 다음에 나올 신약에도 영향…제도에 의해 약 못쓴다는 것에서 나아가야

이어진 패널 토의에서 한국백혈병혈액암환우회 이은영 공동대표는 "치료제는 있는데 비용이 발목을 잡고, 희망보다 두려움이 먼저 온다. 아직도 20년 전과 마찬가지로 비용 때문에 치료에 부담을 느낀다는 것에 반성하고 다시 짚어봐야 한다"면서 "다발골수종과 림프종은 재발을 많이 겪는데, 환자들은 가족과 같이 하루하루 버티는 기분으로 지낸다고 표현한다. 경제적 어려움도 있지만, 신약 소식이 빠른 것에 비해 실제 사용 시점은 늦고 그 전에 치료 기회를 잃을까 두렵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앞으로는 약이 없어서가 아니라 제도에 의해 약을 못쓴다는 것에서 나아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공동대표는 "중증 혈액암 치료는 시기가 굉장히 중요하다. 치료를 잘 종결하고 복귀해 열심히 사회에 기여하는 모습이 우리의 희망이고 환자 단체의 정체성이다"면서 "이러한 선순환이 반복되려면 결국은 치료 시기를 좀 더 당기고 완치할 수 있도록 제도가 뒷받침해줘야 한다. 소아암은 국가가 우선적으로 보호해야 하는 영역이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성 평가는 건강보험의 중요한 원칙이지만 중증 혈액암과 중증 희귀 질환에 대한 혁신 치료제 등장 속도가 굉장히 빠른 만큼 이러한 치료 환경의 변화를 감안해야 한다. 이제는 좀 더 탄력적인 적용과 개선을 논의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신약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이제 더 이상 환자에게 기다림의 시대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 최인화 전무는 "혈액암과 소아암은 치료의 골든타임이 어느 질환보다 중요한데, 급여가 지연되고 급여 적용이 되지 않는 약제가 늘어나는 상황이 매우 안타깝다. 급여가 안 되는 것은 당장 최적의 치료를 못 받는다는 이슈도 있지만 그 다음에 나올 신약의 미래가 없다는 점도 문제다"면서 "ICER 탄력성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고형암과 달리 혈액암에서 적용된 사례는 없다. 여전히 보장성 강화의 사각지대에 있는 만큼 탄력성을 현실화하는 범위에 반드시 중증 혈액암 또는 소아암이 포함되길 촉구한다"고 했다.

최 전무는 "고령화되면서 혈액암이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혈액암에 대한 치료 표준화에 대한 획기적인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 더불어 의사결정 과정에서 혈액암 치료 전문가가 적절하게 참여하는 문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제도 결정 과정에서 소외되다보니 전반적인 보장성 강화에서도 소외되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면서 "협회도 제도의 사각지대가 없도록 중증 혈액암과 소아암의 신약 접근성 보장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박희연 사무관은 "올해 오랫동안 기다렸던 혈액암 약에 대해 두 번에 걸쳐 급여 확대를 했다. 많이 늦었지만 속도를 더 내야 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또한 고형암에서 허가-평가-협상 시범사업을 통해 5개월만에 급여를 결정했던 사례가 있는데, 이것이 특별한 사례가 아닌 전반적으로 모든 약에 대한 급여 접근성을 개선할 수 있는 사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관리실 김국희 실장은 "정부에서 지속해서 노력하고 개선하고 있지만 약이 더 빨리 발전하고 있어 체감은 더디게 생각될 수 있다. 정책 방향은 아껴쓰자가 아니라 새는 곳은 막고 필요한 곳에 쓰자는 것이다. 신약이 고가화되는 속도와 발전 속도는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체감하는 것을 넘어 놀라운 수준이다. 모두 필요한 약인 만큼 우선 순위와 효율적으로 쓰는 것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면서 "선등재 후평가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있지만, 전면적으로 시행되려면 환자 보호 등 후평가에 대한 부분이 정밀하게 설계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혈액암은 암의 진행 속도가 특히 빠르기 때문에 중증 혈액암 환자의 신약 사용에 대한 간절함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소아 백혈병 또한 소아의 특수성을 고려해 성인과는 다른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며, 이는 치료제 사용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면서 "현장에서 환자를 치료하다 보면 혈액암만큼 완치에 대한 희망을 공고하게 가지고 갈 수 있는 병이 없다. 환자들이 완치 후 사회로 복귀할 때 사회적으로 기여하는 것뿐 아니라 희망의 메시지도 전달할 수 있다. 좋은 정책을 개발해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박도영 기자 (dypark@medigatenews.com)더 건강한 사회를 위한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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