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06.24 08:19최종 업데이트 24.01.25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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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위기 속에서 빛난 경북의대 동문의 역할

[경북의대 100주년 칼럼] ㉓김종연 경북의대 예방의학교실 부교수·대구광역시 공공보건의료지원단장

경북의대 100주년, 새로운 100년을 위해  

2023년은 경북의대 전신인 대구의학강습소로부터 개교 100주년이 되는 해다. 경북의대는 한 세기 동안 훌륭한 의료인과 의학자를 배출한 한국의 대표적인 명문 의학 교육 기관으로 자리매김했으며, 지금까지 배출된 9000여명의 졸업 동문은 환자 진료 및 의학 연구에 매진해 국내외 의료 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다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북의대는 2023년 8월 27일부터 9월 3일까지 100주년 기념주간으로 정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메디게이트뉴스는 경북의대 100주년 기념사업 준비위원회와 함께 지나온 100년을 기념하고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는 릴레이 칼럼을 게재한다. 

①권태환 경북의대 학장·경북의대 100주년 공동준비위원장
②박재율 경북대 의과대학 동창회장·중앙이비인후과 원장
③이재태 경북의대 100주년 자문위원단장·경북의대 핵의학교실 교수 
④김성중 경북의대 31대 동창회 수석부회장·대구 W병원 원장 
⑤김용진 경북의대 100년사 간행위원장·경북의대 병리학교실 교수
⑥이원주 경북의대 부학장·경북의대 피부과학교실 주임교수
⑦정한나 경북의대 흉부외과학교실 교수 
김성중 경북의대 31대 동창회 수석부회장·대구 W병원 원장
최병호 경북의대 소아과학교실 교수
⑩권정윤 경북의대 안과학교실 명예교수·뉴경대요양병원 원장
⑪김정용 대구 동구보건소장·전 개성공단 협력병원장
⑫이승재 경북의대 정신건강의학교실 교수
⑬채성철 경북의대 명예교수(순환기내과)
⑭정진향 경북의대 외과학교실 주임교수
⑮안동빈 경북의대 이비인후과학교실 주임교수 
⑯박순우 대구가톨릭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학장
⑰이원순 대구광역시의사회 명예회장
⑱박성민 대한의사협회 의장
⑲채종민 경북의대 법의학교실 명예교수 
⑳류형우 10대 대구예총 회장
㉑손원수 경북의대 신경외과학교실 교수
박상운 대동병원 원장
김종연 경북의대 예방의학교실 부교수·대구광역시 공공보건의료지원단장  
 

지난 6월 1일 코로나19 위기 경보가 ‘심각’에서 ‘경계’ 단계로 낮춰짐에 따라 유례 없었던 판데믹의 역경을 뒤로 하고 우리 삶은 서서히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다. 2020년 1월 20일 국내 첫 확진자 발생 이후 1229일만이며, 그동안 전체 국민의 60% 이상이 감염됐고, 3만4000명 이상의 안타까운 사망자가 발생했다. 또 상당한 규모의 사회경제적 피해를 일으켰을 뿐 아니라,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했던 이 잔인한 바이러스는 그동안 숨겨져 있던 우리 사회의 취약한 고리를 무섭게 파고 들었고, 보건의료뿐 아니라 우리 사회 안전망의 취약성을 그대로 드러냈다. 

대구와 경북 지역은 1차 유행의 중심지로서 코로나19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대응 자원이 부족한 가운데 이 위기를 맞닥뜨렸다. 하지만 위기 상황에서 발휘된 시민의식과 지역의료기관과 긴밀하게 작동된 민관협력체계는 이러한 위기를 최소한의 피해로 극복할 수 있었던 주요한 원동력이 됐고, 그 결과 세계적인 모범 대응 사례로 인정받았다.

특히 이 과정에서 최일선 현장에서 코로나19와 맞닥뜨린 의료진은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국민 생명의 최후의 보루 역할을 했으며, 그 외에도 각자 자리에서 묵묵히 맡겨진 소임을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함으로써 많은 국민의 귀감이 됐다. 필자는 당시 대구광역시감염병관리지원단 부단장으로 대구시 코로나19 비상대응본부에 참여 대구 첫 확진자 발생일로부터 2개월이 넘는 시간을 매일 대구시청으로 출근하며, 대구시 대응현황에 대한 자문과 언론 브리핑을 담당했다. 당시의 개인적인 경험과 대구시의사회와 대구광역시 코로나19 백서 내용을 바탕으로 경북대학교 의과대학 동문들이 펼쳤던 활약상을 소개하려고 한다. 

2020년 1월 국내 코로나19 첫 확진자 발생 후 대구시는 2015년 메르스 유행 시 대응에 참여했던 민간 보건의료 전문가들과의 협력시스템을 다시 가동했다. 대구광역시 감염병관리지원단 김신우 단장(경북대병원, 58회 졸업), 김종연 부단장(경북대병원, 66회 졸업), 김건엽 교수(경북의대, 63회 졸업), 권기태 교수(칠곡경북대병원, 65회 졸업), 김동섭 교수(칠곡경북대병원, 77회), 이경수 교수(영남의대), 이중정 교수(계명의대) 등 예방의학 및 감염 전문가들이 민간전문가로 참여해 질병관리청의 코로나19 대응 지침에 따라 대구시의 대응 정책의 적절성과 병상 확보, PCR 검사, 역학조사 등 대응체계 전반에 대해 점검했다. 관내 대학의 중국인 유학생 관리방안 도출 등 현안에 대한 자문하는 등 나름의 준비를 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2020년 2월 18일, 대구 첫 번째 코로나19 확진자(31번 환자)가 발생하면서 상상 이상의 악몽이 시작됐다. 31번 환자에 대한 역학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당일 저녁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대구시청 8층에서 대구광역시 권영진 시장과 함께 대책을 논의했다. 여기에는 대구시청 공무원 중 유일한 의사인 김영애 시민여성행복국장(57회 졸업)과 김신우 단장과 김종연 부단장이 함께 참여했다.

논의 결과 첫 확진자가 신천지 대구교회 신도이며, 해당 신도들의 추가 확진 가능성을 고려할 때 급격한 확산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향후 대응 방향 설정을 위해서는 민간 보건의료 전문가와 대구시의사회와 함께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자정 무렵 대구시의사회 코로나19 대책본부 민복기 본부장(61회 졸업)과 김건엽 교수와 이경수 교수도 긴급히 합류해 논의를 이어갔다.

우선 지역 주요 의료기관 및 단체에 정확한 상황 공유와 코로나19 검사 및 병상 자원 확보를 위한 대책 회의가 시급하다고 판단했고, 19일 새벽 2~3시에 메디시티대구협의회 차순도 회장(46회 졸업), 대구시의사회 이성구 회장(53회 졸업)을 포함한 관내 의료단체장, 경북대병원 정호영 병원장(53회 졸업), 칠곡경북대병원 손진호 병원장(53회 졸업), 대구가톨릭대병원 최정윤 병원장(53회 졸업), 영남대의료원 김성호 병원장, 계명대 동산의료원 조치흠 병원장 등 5개 상급종합병원장 등을 포함하는 메디시티대구협의회 이사진들에게 긴급 전화 연락을 돌렸다.

야심한 시간의 급작스러운 연락에도 불구하고 아침 8시 30분 실시된 코로나19 유관기관 대책 회의에 참석 대상 전원이 참석했다. 회의 결과 확진자 발생 정보공유, 대구시 대응에 대한 적극적 협조에 대해 큰 틀에서 합의했고, 대시민 담화문 발표를 통해 시민들을 안심시키고, 방역 당국에 대한 협조를 부탁했다. 

하지만 18일 1명, 19일 10명, 20일 23명의 폭발적인 확진자 발생으로 불과 3일 만에 준비된 격리병상이 모두 바닥났고, 메르스에 맞춰 만들어진 대응 지침과 준비들은 무용지물이었다. 현장은 아비규환과 같은 혼란에 빠져버릴 수밖에 없었고, PCR 검사부터, 역학조사, 확진자 관리, 격리 치료까지 모든 것이 마비 상태였다. 응급실 등 진료 현장에서도 확진자와 접촉이 빈번하게 발생했고, 엄격한 접촉자 격리 규정으로 인해 지역의 상급종합병원 응급실들이 하나둘 문을 닫을 수밖에 없어 일반 응급환자에 대한 응급의료시스템마저 마비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러한 심각했던 문제들의 해결 과정마다 지역 의료계의 헌신적인 노력이 숨어있었으며, 이 기사를 통해 모든 사례를 소개할 수는 없지만, 필자가 인상 깊게 기억하는 일부 역할들을 소개한다. 

가장 먼저 닥친 긴급한 현안은 응급의료시스템의 마비였다. 유행 초기 선별진료소를 거치지 않고 응급실로 내원했던 환자들이 추후 확진됨에 따라 응급실이 셧다운 되는 사례들이 발생했고, 2월 20일에만 관내 3개 대학병원 응급실이 폐쇄됐다. 당시 대응 지침에 따라 응급실이 코로나19 환자에게 노출되면 응급실 환자들을 모두 소개하고 소독 후에야 응급실을 다시 열 수 있었다. 이 과정에 최소 2~3일이 소요돼 응급환자 진료에 큰 공백을 초래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코로나19 이외의 중증 응급환자에 대한 응급진료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응급실 운영체계의 변화와 함께 관련 지침 변화가 매우 시급했다. 이러한 문제 해결에 당시 지침 적용의 문제점과 실제적인 대안을 제시하며 보건복지부 응급의료과와 끊임없이 소통한 경북대병원 류현욱 교수(66회 졸업)의 역할이 컸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응급실을 구획화하고 응급실 의료진의 격리 기준과 기간을 현장에 맞게 변화됐고, 여러 단계의 시행착오를 거쳐 응급진료의 공백도 줄어들었다. 

대응 과정에서 가장 해결이 어려웠던 문제는 확진된 환자들이 입원할 수 있는 병상과 인력 부족이었다. 긴급히 2월 21일 대구의료원과 대구동산병원을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했고, 2월 24일에는 대구보훈병원과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을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추가 지정했지만, 그것만으로는 급격한 확진자 증가를 감당하기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지역 대형병원 병상의 공적 전환이 시급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난 메르스 유행 당시 적극적으로 환자를 수용했던 의료기관이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했던 경험 때문에 참여의 필요성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선뜻 적극적인 참여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에 대구시 공무원들을 배제한 상태에서 이성구 대구시의사회장과 지역 주요 의료기관의 병원장들이 한자리에 모여 마라톤 회의를 벌였다. 이 회의에서 대구의료원 유완식 원장(45회 졸업)의 대구시민들을 지키기 위해서 의사로서의 소명을 다해야 한다는 간곡한 설득에 모든 참석자가 참여를 결심했고, 민간의료기관의 병상 확보를 위한 지역 의료계의 합의가 비로소 이뤄졌다. 결국 이날의 회의가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대구시의 의료대응의 핵심이었던 강력한 민관협력체계가 작동하기 시작한 기반이 됐다. 이는 3월 초부터 구체적인 역할 수행을 위한 의료기관 책임보직자 합동회의로 이어졌다.

이 합동회의는 메디시티대구협의회 차순도 회장이 위원장을 맡고, 대구광역시와 10개 감염병 전담병원의 책임보직자와 감염병관리지원단 자문 교수들이 참여했다. 2020년 초기에는 주 2~3회, 안정기에는 접어든 후에는 격주 빈도로 아침 7시에 대구시청에 모여서 코로나19 발생 상황을 공유하고 병상 확보 등 주요 대응 방향을 함께 논의하는 상시적 거버넌스로 발전했고, 2022년 상반기까지 명실공히 대구시 의료대응의 중추적 역할을 했다. 각 병원의 핵심 보직자들은 누구보다 바쁜 업무 중에서도 아무런 수당이나 보상 없이 묵묵히 회의에 참석했으며, 그들의 열정과 헌신 덕분에 1차 유행 이후부터는 지속적인 상황 공유와 공조 덕분에 어떤 광역보다 안정적인 대응을 할 수 있었다.

이 회의에는 경북대병원 양동헌 교수(61회 졸업), 칠곡경북대병원 김종광 교수(61회 졸업)와 조창민 교수 (60회 졸업), 대구가톨릭대병원 신승헌 교수(56회 졸업)와 김윤영 교수(58회 졸업), 대구의료원 김승미 처장(56회 졸업)과 배문주 처장(61회 졸업), 대구보훈병원 박재홍 실장(64회 졸업), 파티마병원 김건우 실장(59회 졸업), 대구시의사회 심삼도 총무이사(64회 졸업), 김영우 보험이사(63회 졸업), 김신우 단장, 김종연 부단장, 이경수 교수, 김건엽 교수 등이 참석했다. 

단계적인 병실 확보에도 불구하고 의료인력 부족 문제 역시 매우 심각했다. 이미 상당 규모의 의료진이 의료기관 내외에서의 확진자 접촉만으로 14일간 격리됐고, 새로운 인력의 투입마저 미지의 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PCR 검사, 역학조사 그리고 생활치료센터 등의 환자 진료에 투입하기 위해 긴급히 공중보건의사를 차출했다. 투입 명령을 받고 대구로 내려온 공중보건의사들 역시 두렵기는 마찬가지였다.

일차 확진자 PCR 검사를 위해 투입된 공중보건의사들은 홍남수 교수(경북의대, 72회 졸업)가, 생활치료센터 진료를 위해 투입된 공중보건의사들은 대구시의사회 이성구 회장(53회 졸업)이 직접 그들의 심리적 동요를 다독이며, 의사들의 사명감을 일깨우는 역할을 했다. 특히 이성구 회장은 2월 25일 대회원 호소문을 통해 감염병 재난 사태를 맞은 대구시민을 살리기 위해 의사 동료들의 궐기를 촉구했다.

"지금 대구는 유사 이래 엄청난 의료재난 사태를 맞고 있다. 시민들은 공포와 불안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의사들만 초조하게 바라보고 있지만, 응급실과 보건소 선별진료소에는 우리의 선후배 동료들이 업무에 지쳐 쓰러지거나 치료과정에 환자와 접촉해 하나둘씩 격리되고 있다. 응급실과 격리병원에서 한 명의 생명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단 한 푼의 대가, 한마디의 칭찬도 바라지 말고 피와 땀과 눈물로 시민들을 구하자"라는 그의 호소는 지역뿐 아니라 전국 의사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지역에서 500여 명, 전국적으로는 200여 명의 의사 회원들이 자원봉사에 지원했다. 이성구 회장 본인도 직접 코로나19 전담병원과 생활치료센터에서 직접 확진자 진료에 참여 솔선수범을 보였으며, 많은 후배 의사들의 본보기가 됐다. 
대응 초기 병상 확보를 위한 전방위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입원을 기다리는 확진자는 오히려 증가해 2월 25일에는 입원 대기 중 사망하는 첫 사례가 발생했고, 최대 2000명이 넘는 확진자가 입원을 기다리는 상황이 발생했다. 당시 상당수의 환자가 발열, 기침, 호흡곤란의 의학적 문제를 호소했으나 이들 대부분이 선별진료소에서 검사 후 집으로 돌아가 검사 결과를 기다려야 했고, 증상 치료에 필요한 약물도 받지 못했다. 따라서 격리돼 집에서 대기하고 있는 확진자의 중증도를 평가해 우선순위에 따라 입원하도록 하고 자택에서 대기하는 과정에서 환자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방법이 절실했다.

매일 저녁 진행되는 대책 회의에서 이러한 시스템의 필요성을 제안한 필자의 목소리에 대구시의사회 이성구 회장이 대구시의사회의 자원봉사자들을 도와줄 수 있다는 제안을 하셨다. 이에 김신우 단장이 개발한 비대면 환자 분류 체계를 이용해 대구시의사회 정홍수의료봉사단장(58회 졸업)외 자원봉사자 160여 명이 전화로 입원 대기 환자의 건강 상태를 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입원의 우선순위를 평가하는 대구만의 시스템이 도입됐다. 아울러 24시간 핫라인 외에도 공중보건의사 15명으로 구성된 ‘24시간 콜센터’가 가동돼 입원 대기자 건강 상태 변화에 따른 응급상황 발생에 대비했다.

의사들의 전화 건강상담은 입원하기까지 환자들이 큰 동요 없이 안전하게 자가격리를 유지할 수 있게 해줬고, 생활치료센터가 도입돼 입원 대기 환자가 없어질 때까지 확진자의 생명을 지키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러한 비대면 분류 체계 활용사례는 대한의학회 학술지인 JKMS에 2020년 4월에 게재됐다. 

코로나19 대응 위기 속에서 K-방역의 핵심인 창의적인 전략들이 최초로 도입되고 적용된 것도 경북의대 동문에 의해서다. 그중 하나가 세계 최초의 드라이브 스루 방식의 선별진료소였다. 코로나19 대응 초기 선별진료소는 하루 검사 가능 최대인원이 7~8명에 불가해 당시 폭발적인 검사 수요를 해결할 수 없었다. 이에 대한 보완책이 시급한 상황에서 2월 22일 저녁 대구시 대책 회의에서 칠곡경북대병원 손진호 병원장과 권기태 교수는 드라이브 스루 방식의 선별진료소 운영을 준비하고 있음을 보고했고, 다음 날인 23일부터 운영하기 시작했다.

드라이브 스루 방식의 선별진료소의 아이디어를 최초로 제안한 것은 아니지만 실제 적용한 것은 이들이 처음이었다. 이러한 방법의 도입을 통해 이전 형태의 선별진료소에서는 하루 7~8명의 검사가 고작이었지만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에서는 운영 첫날 검사 건수 30여 명을 시작으로 매일 증가해 시행 수일 만에 하루 100건을 훌쩍 넘기며 검사 역량을 대폭 늘릴 수 있었으며, 결국 3T로 상징되는 ‘K-방역’의 핵심인 검사 역량 확보의 밑거름이 됐다.

매일 수백 명씩 환자가 폭증하는 상황 속에서 ‘K-방역’의 핵심 인프라인 생활치료센터를 최초로 운영한 것도 경북대병원이었다. 생활치료센터는 대구시와 지역 의료계가 중증과 경증환자를 분리해 치료해야 한다며 정부에 꾸준히 요구한 결과, 대응 지침의 변경이 받아들여진 것이었다. 당시 정호영 병원장과 감신 기획조정실장(56회 졸업)은 3월 1일 보건복지부로부터 최초 생활치료센터였던 중앙교육연수원의 운영을 부탁받고, 의료진 파견과 함께 준비사항을 점검했으며, 경북대병원 이택후 교수(52회 졸업)가 최초의 생활치료센터장이라는 중책을 맡아서 3월2일부터 운영을 시작했다. 이러한 운영 경험을 통해 생활치료센터의 운영의 효율적인 방안을 찾아냈고, 이를 통해 병상 부족 문제가 해결뿐 아니라, 중·경증 환자의 분리로 제한된 병상 자원을 효율적으로 가동하면서 의료체계 붕괴를 막을 수 있었다.

병상 확보와 생활치료센터의 도입, 의료인력의 확보 등으로 주요한 문제들이 하나씩 해결돼가고 있던 상황에서도 여전히 난제는 소아, 임산부, 정신질환자, 투석환자 등에 대한 안정적인 치료체계를 확보하는 것이었다. 대구에서 코로나 환자가 발생한 며칠 후인 2월 24일 대구가톨릭대병원 홍성연 교수(63회 졸업), 칠곡경북대병원 성원준 교수(68회 졸업), 대구 파티마병원 김항진 과장(60회 졸업) 등 지역의 산부인과 의사들이 분만을 앞둔 임산부가 만약 고열이 나면 어떻게 할 것인지 지침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경북의대 김건엽 교수와 대구시의사회 김은용 의무이사, 김영우 보험이사(63회 졸업) 등이 함께 참여해 고위험집단인 임산부에 대한 치료체계를 구축했다. 그 결과 지역 내 코로나19 누적 확진 임산부 13명 전원이 대구동산병원, 파티마병원, 영남대병원 등에 입원해 안전하게 치료를 받았고, 안전하게 출산을 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소아에 대해서는 대구가톨릭대병원 최은진 교수(59회 졸업), 대구의료원 정명희 과장(52회 졸업) 등이, 투석환자 진료를 위해서는 영남대병원 박종원 교수와 경북대병원 김용림 교수(53회 졸업) 등이 앞장서서 코로나19 노출로 인해 진료의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했다. 
 
대형병원들뿐 아니라 많은 동네 의원들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릴 때도 감염위험뿐 아니라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의료 공백을 막기 위해 진료 현장을 지켰다. 3월 4일 실린 한 일간지에 평범한 동네 의원이었던 박언휘 원장(50회 졸업)과 제석준 원장(61회 졸업)의 이야기가 실렸다. 많은 직장과 자영업자들이 문을 닫는 가운데서 문을 열었던 상당수의 의료기관이 코로나19 환자가 다녀갔다는 이유만으로 문을 닫는 상황이었다. 아마 그들도 휴업을 진지하게 고민했을 것이고 주변에서 만류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묵묵하게 진료 현장을 지켰다. 박언휘 원장은 1시간 이상 부인을 업고 병원을 찾아 헤매다가 방문했던 중년 남성을 보고, 제석준 원장은 다니던 병원이 문을 닫아 며칠째 치료약이 없어 고생했다는 환자를 만나고 그들의 모습이 눈앞에 생생해 병원 문을 닫을 수 없었다고 했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일등 공신이 대구시의사회 이성구 회장과 회원들의 헌신이었다. 대구시의사회 코로나19 대책본부는 대구시 감염병관리지원단 자문위원들과 함께 코로나 방역 대책을 주도했다. 대책본부 민복기 본부장(61회 졸업)을 중심으로 박원규, 김경호(62회 졸업), 이상호 부본부장(62회 졸업), 심삼도(64회 졸업), 김영우(63회 졸업), 김용한 원장 등 13명의 개업의도 진료를 줄이거나 휴일을 반납하고 시청으로 달려왔다.

특히 민복기 본부장은 2월 18일 대구 첫 확진자 발생 이후 약 석 달간 아예 자신의 병원을 방치하다시피 했다. 하루 확진자가 수백 명씩 쏟아지는 절박한 상황 속에서 지역의 대학병원장들과 소통하면서 실시간 병상 확보를 위해 부족한 물자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잠시도 쉴 새 없이 노력하고 희생했다. 

2020년 3, 4월 대구의 위기를 지켜보았던 영국 BBC 방송과 미국 ABC 방송은 대구시민들의 의식을 높이 사며 ‘공황도, 폭동도, 사재기도 없다. 절제와 고요가 있다. 이겨내며 살아야 할 이 시대 삶의 모델이다. 대구에서는 이동 통제, 제재와 같은 조치가 없었다. 그러나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마스크를 쓰고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한국인에게는 이제 코로나19의 위협에 대처하는 것이 새로운 표준이 됐다’고 전했다. 이러한 놀라운 대응의 중심에는 자신의 자리를 지키면서 최선을 다했던 우리 의사들의 역할이 있었다, 왜 이들은 이렇게 헌신과 희생을 했을까?

의사의 노력과 헌신은 당연히 요구되는 것이며, 의사라면 누구나 그런 상황에서 똑같이 행동할 것인가? 아마 어떤 의사들은 헌신을 선택하겠지만 모든 이들은 다 그런 선택을 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이러한 위기 속에 많은 의사들은 헌신과 희생을 선택했고, 특히 많은 경북의대 동문들도 동참해 적재적소에서의 역할 수행을 통해 대구시민들의 생명을 보호하는 데 크게 이바지다는 것이다. 

경북대 의과대학은 1923년 대구자혜의원 의학강습소로 개교한 이래 지난 백 년 동안, 대한민국 최고의 의학교육 및 연구기관으로서 의학발전에 이바지해왔으며, 인류애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하는 일만 명의 우수한 동문들을 배출해왔다. 이들은 의과대학 재학 시절뿐 아니라 졸업 후에도 지역사회 곳곳에서 헌신하는 수많은 훌륭한 스승들과 선후배를 보고 배우면서 함께 성장해왔다. 이러한 경험들이 차곡차곡 쌓여서 가슴 가득 채우고 있는 100년 역사의 한 일원으로써의 소속감과 자긍심이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사회적 책무성을 다하려고 노력할 수 있는 원동력이 아닐까 감히 생각해본다. 

이제 우리는 언제 코로나19와 같은 국가적 위기가 찾아올지 모르는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가야 한다. 의사들에게는 개별 환자를 치료하고 고통을 덜어주는 치료자 역할 뿐 아니라 공중보건적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면서 협력해야 하는 사회적 책무성이 더욱더 요구되고 있다. 필자는 지난 100년 동안 경북대 의과대학은 이러한 인재상에 부합되는 훌륭한 의사들을 배출해왔음에 자부심을 느끼며, 앞으로 우리 후배들도 이러한 모습을 바라보며 선배들의 발자취를 따라서 함께 소통하며 성장해 갈 것을 기대하고 희망한다.


메디게이트뉴스 (news@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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