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09.26 09:55최종 업데이트 23.10.06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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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 재정 절감? '투석' 비용부터 낮춰야…고인산혈증 치료제 급여 범위 완화·적극적 치료 필수"

[인터뷰] 구미차병원 김준철 교수, 비칼슘계인 결합제 렌벨라 처방 경험 등 고인산혈증 치료의 최신 지견 공유

최근 급여 확대에도 사실상 '투석' 앞둔 비투석 환자만 사용, 재정 물론 환자 삶의 질 측면에서도 급여 확대 '불가피'

사진 = 차의과학대학교 부속 구미차병원 김준철 교수(신장내과 과장·AKU 실장).

[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말기신부전 환자의 연간 진료비가 2조원을 돌파했다. 

인구 고령화와 저출산을 대비한 건강보험 재정 절감을 위해 적극적인 만성질환 관리 정책을 시행, '혈액 투석'까지 가는 시기를 최대한 지연시켜야만 하는 상황이다.

일환으로 최근 정부는 만성신장질환의 합병증인 고인산혈증 치료제인 렌벨라 적응증을 투석환자에서 비투석환자까지 확대했다.

혈액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콩팥이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면 다양한 질병이 발생하는데, 그중 하나가 체내 인을 배출하지 못해 혈중 인 수치가 증가하는 '고인산혈증'이다. 말기 만성신장질환 환자 4~70%는 고인산혈증을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를 방치시 만성신장질환 사망 원인 1위인 심혈관질환을 유발하는 혈관 석회화로 이어질 수 있어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차의과학대학교 부속 구미차병원 김준철 교수(신장내과 과장·AKU 실장)는 최근 인터뷰를 통해 만성신장질환 합병증인 고인산혈증에 대한 자세한 소개와 함께 적극적인 치료의 필요성과 최신 치료 트렌드, 렌벨라 등 비칼슘계 치료제 처방제 사용빈도가 높은 이유 등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만성신장질환 합병증인 고인산혈증의 치료 환자 수는 정확하게 파악된 바 없으나, 전체 투석환자의 약 70%가 인조절제 치료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만성신장질환 환자는 혈중 인 수치 조절을 위해서는 인 섭취를 제한하는 식이요법과 투석이 효과적이다. 투석을 통해서는 주당 약 3000mg의 인이 제거되지만, 이는 일반 성인이 주당 흡수하는 인 5000mg~6000mg에 훨씬 못 미치는 수치다. 이에 따라 혈중 인 수치 조절을 위해 투석과 인 제한 식이 요법, 인 결합제 병행 치료 등이 권고된다.

인 결합제는 칼슘계와 비칼슘계로 나뉜다. 

과거에는 칼슘계 인 결합제가 널리 사용됐으나, 최근 들어서는 비칼슘계 인 결합제 처방이 증가하고 있다. 국제신장학회(KDIGO) 등 주요 가이드라인에서는 칼슘계 인 결합제 사용 제한을 권고하고 있다.  

김 교수는 "칼슘계 인 결합제들은 탄산칼슘 또는 칼슘아세테이트(Calcium Acetate)와 같은 칼슘이 베이스로 칼슘 자체가 환자들 몸에서 농도가 올라간다. 이미 고인산혈증 때문에 문제인 상황에 칼슘 농도가 올라가면, 몸에 인이 높은 사람들은 이미 갖고 있는 칼슘과 잉여의 인이 하나의 파티클(Particle)을 형성하게 되는데, 이는 CPPs(Calciprotein particles)다"라며 "점점 단단해지고 뭉쳐서 혈관의 석회화(Calcification)나 염증(Inflammation)을 많이 일으키게 된다. 여기에 인을 줄이기 위해 칼슘계(Calcium Based) 인 결합제를 투여한다면, 인은 떨어질지 모르지만 또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즉 칼슘계 인 결합제는 비칼슘계 인 결합제 대비 칼슘 흡수로 인해 고칼슘혈증과 그로 인한 혈관석회화 발생 비율이 높다는 의미다. 

국내 역시 투석 환자 중 칼슘 수치가 매우 낮은 환자들이 드물게 있는데, 이들 환자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비칼슘계를 처방하고 있다.

비칼슘계 인 결합제 렌벨라 10년간 효과·안전성 입증하며 적응증 확대
 
사진 = 올해 6월부터 혈액 투석을 받는 만성 신장질환 환자뿐만 아니라 혈청 인 농도가 5.5mg/dl 이상인 비투석 만성 신장질환 환자까지 적응증이 확대된 렌벨라.

비칼슘계 인 결합제로는 렌벨라가 있다. 렌벨라는 지난 2011년 국내 허가 이후 10여년 동안 처방 경험을 쌓아온 동시에 다양한 연구를 통해 효과와 안전성 프로파일을 지속적으로 입증하고 있다.

특히 올해 6월에는 혈액 투석을 받는 만성 신장질환 환자뿐만 아니라 혈청 인 농도가 5.5mg/dl 이상인 비투석 만성 신장질환 환자까지 적응증이 확대됐다. 현재 투석을 받고 있지 않은 만성 신장질환 환자의 인조절에 대한 적응증을 갖고 있는 인결합제는 렌벨라와 포스레놀 등이 있으나, 세벨라머 계열에서는 오리지널 제품인 렌벨라 정이 가장 먼저 적응증이 확대된 상태다.

렌벨라는 체내에 흡수되거나 축적되지 않는 비금속성 인결합제로, 음식물에 있는 인과 결합해 흡수를 방해한다. 이를 통해 체내 인산 농도를 감소시키며, 세벨라머 투여 시 대조군 대비 모든 원인·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률이 유의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약물의 제형은 정제와 산제 두 가지가 있으며, 인결합제 제품 중 연하곤란이 있는 환자들의 복용 편의성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산제는 세벨라머 계열 중 유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교수는 "투석 전 단계의 만성신장질환(CKD) 환자들이 콩팥이 점점 나빠지면 말기 신부전이 되는데, 고인산혈증은 말기로 가는 과정을 더 악화시키게 된다. 때문에 인을 조절하는 것이 CKD-MBD(만성신부전 미네랄골질환)를 예방하는 것뿐만 아니라 콩팥 기능이 더 악화하는 즉, 말기 신부전으로 가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며 "아직 보험급여는 이뤄지기 전이지만 우선 투석 전 단계의 환자들에 비칼슘인결합제(Nonclacium-based) 세벨라머를 허가한 것에 의의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인 수치에 따라 콩팥 기능이 악화 진행(progression) 속도를 보면, 인이 높을수록 콩팥 기능이 훨씬 더 많이 감소(decline)한다. 때문에 투석 전 단계의 환자들에서 고인산혈증 치료를 시작하면 심혈관과 뼈 질환(Bone disease) 뿐만 아니라 만성 콩팥병의 진행도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고인산혈증을 인지하는 것은 4~5단계(Advanced Stage of CKD) 정도이지만, 사실 그 전부터 진행이 이뤄지고 있다. 

"현행 급여기준 이미 투석 앞둔 비투석환자들만 대상…범위 넓혀 투석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환자 부담 줄여야"

김 교수는 "만성신질환자들은 먹는 것을 제한해야 하고 많은 치료제를 투약해야 하기 때문에 매우 괴롭다. 단계에 따라서는 물까지도 마음대로 마시지 못한다"며 "때문에 임상현장에서 안전성 프로파일을 지속적으로 입증한 비칼슘계 인 결합제 렌벨라정의 적응증 확대 소식이 매우 반갑다. 환자의 삶의 질 개선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비칼슘계 인결합제를 초기에 사용하면 혈청 인수치가 올라가는 것을 방지해 콩팥이 입는 피해(데미지)도 줄일 수 있다"면서 "세벨라머 카보네이트인 렌벨라는 탄산의 역할로 몸을 알칼리화하는데, 이를 통해 산에 악영향을 받는 콩팥을 보호하는 역할을 해준다. 인 수치 조절은 투석 환자는 물론 콩팥 보호차원에서 초기 신장질환자에게도 필요하기 때문에 되도록 빠르게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고인산혈증에 대한 보다 빠른 치료를 위해서는 혈청 인 농도가 5.5mg/dl 이상이라는 급여범위를 보다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김 교수는 "여러 데이터들을 종합해보면 인수치가 5.5mg/dl 이상인 환자가 투석을 받을 때까지 기다리는 게 아니라, 투석 전 단계의 환자들이 고인산혈증 치료를 시작해 투석까지 가는 상황을 최대한 지연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허가가 비투석 만성신장질환 환자에게로 확대되기는 했지만, 급여 기준인 혈청 인 수치는 투석환자보다 농도 수준이 더 낮아져야 한다"면서 "실제 외래에서 보면 혈청 인 농도 수준이 5.5mg/dl 이상 되는 경우는 이미 상태가 많이 안좋을 때며, 4단계(stage 4) 때도 5.5이상이 드문 편이다. 따라서 투석 전 단계는 5.0mg/dl 이나 4.8mg/dl 정도로 기준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한편으로는 향후 고인산혈증 치료제가 좀 더 적극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심혈관계 질환이나 뼈 질환(bone disease) 뿐만 아니라 질환의 진행을 지연시키는 부분에 대한 연구나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쌓아나가는 과정도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서민지 기자 (mjse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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