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7.04.27 06:46최종 업데이트 17.04.27 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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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회사와 의사들의 음모?

백신과 약을 못믿겠다고 기피하는 사람들

[기고] 과학중심의학연구원 강석하 원장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백신과 약을 기피하는 사람들은 제약회사, 의사, 정부가 서로 짜고 돈을 벌기 위해 해롭고 효과도 없는 약을 판다고 믿는다. 약을 의심하는 사람들은 경계심이 강한 게 아니라 이상한 것을 쉽게 믿고 속는 부류다.
 
왜 음모론을 믿을 수 없는지 한 번 의심해보자.
 
약과 관련된 사람들은 제약회사, 의사, 정부 외에 치과의사, 약사도 있고, 의사나 약사가 아닌 과학자, 대학교수, 대학원생도 있다. 간호사도 의료현장 최전선에 있으니 비밀을 은폐하는데 동조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의약업계 기자들도 진실 은폐에 동참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만 해도 여기에 해당되는 사람들이 수십만명이 되는데, 이런 일을 하는 사람들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나라마다 있다.
 
이상한 주장을 하는 사람들 중에는 의사도 있다. 전세계적으로도 극소수의 의사들이 음모론자들이 하는 주장을 하는데 이들은 거의 모든 전문가들이 진실을 은폐하고 있다고 믿는다. 
 
약에 대한 진실 은폐에 동조하는 분들이 우리나라에 수십만명 있는데 그들이 가족들에게는 약과 백신을 피하라고 알려준다면 백신을 기피하는 사람이 수백만명은 될 것이다.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가 발생했을 때 접종 최우선순위는 의료인들이었다. 백신에는 온갖 해로운 물질들이 들어있는 걸 알면서 숨기고 있었다면 왜 의료인들이 신종 인플루엔자 백신을 접종받았을까? 이것도 눈속임일까?
 
의사들은 베일에 싸인 사람들이 아니다. 우리나라에 의사 수가 십만 명이 넘는다. 그들도 SNS도 하고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가입해 활동하는 똑같은 사람들이다. 페이스북에 남긴 의사들의 일상을 보면 자신이나 가족이 아플 때 병원에 데려가고 약도 먹이는 똑같은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의심스러우면 친구신청을 해서 들여다보라. 의사들 계정을 어디서 찾아야 할지 모르겠다면 의료 관련 언론사의 페이스북 계정에 달린 댓글들에서 의사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런 의사들도 돈벌이를 위해서 SNS에 위장된 가짜 일상을 올린다고 믿는가?
 
새로운 의약품이 허가받기 위해서는 먼저 과학자들이 세포와 실험동물을 이용해 얻은 기초적인 작용 원리, 안전성과 효능 데이터를 가지고 임상시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임상시험 허가가 승인되면 3단계에 걸쳐서 수백명에서 천 명 이상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수년간 임상시험을 진행해 위약효과 이상의 효과가 있는지, 안전한지 여부를 입증해서 심사에 통과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보고서에 결과를 조작하면 형사처벌을 받는다. (다만 우리나라에서 한약제제의 경우 제약회사가 동의보감 등 지정된 옛날 한의학 서적을 근거로 제시하면 효능과 안전성 데이터 없이 의약품으로 승인해주고 있으며, 이 문제에 대해 현재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여부를 심사하고 있다.)
 
임상시험에 진입한 후보물질 중 3단계를 모두 통과해 허가를 얻는 비율은 20%에도 못 미친다. 제약회사와 정부와 관련자들이 짜고 효과도 없는 약을 팔 수 있다면 신약 하나를 출시하는데 몇 년의 시간과 천문학적 예산을 낭비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제약회사들이 신약 개발에 투입하는 비용과 성공확률도 조작해 발표한다고 믿는가?
 
출시된 약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후속 검증이 이어진다. 임상시험에 참여한 사람들은 전체 인구에 비하면 극히 일부분이기 때문에 출시 후에 더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다보면 임상시험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중대한 부작용이 드물게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약이 출시된 후에도 전문가들이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연구와 평가를 계속 해 그 약을 사용해서 얻는 이득이 위험도에 비해 작다고 결론이 나오면 허가가 취소되어 판매가 금지되기도 한다.
 
즉, 현재 사용되고 있는 약은 의사의 정확한 진단과 처방 하에 사용되었을 때 위험성보다 질병 예방과 치료에 대한 긍정적인 작용이 크다는 사실을 인정받고 있는 것들이다.
 
허가가 취소된 약의 리스트는 영문 위키백과(https://en.wikipedia.org/wiki/List_of_withdrawn_drugs)에도 정리되어 있다. 이런 목록들조차도 정부와 제약회사가 대중들을 속이기 위한 장치로 마련했다고 믿는가?
 
임상시험을 통과해 효능이 입증된 약들도 허가 과정에서 임상시험을 했던 질환과 유사한 다른 질환들에 대해서도 효과가 있는지, 대학병원 등에서 정부의 연구비로 임상시험이 진행된다. 허가사항과 유사한 증상이나 원인을 갖는 질환에 대해서는 효과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면 사용을 하는데 어쩌면 효과가 없을 수도 있어서 연구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감기는 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생기는데 감기를 일으키는 수백종의 바이러스를 치료하는 항바이러스제는 없다. 항생제는 바이러스가 아닌 세균 감염을 치료하는 효과가 있다. 그런데 감기 증상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들 중 일부는 바이러스가 아닌 세균 감염에 의해서 감기 같은 증상이 발생했을 수도 있고, 그렇다면 이 환자들은 항생제가 도움이 될 것이다.
 
감기로 인해 약해진 호흡기가 세균 감염에 취약해서 폐렴이나 부비동염 등이 발생할수도 있다면 항생제가 예방해줄 수도 있을 것이다. 현재는 수많은 임상시험들을 통해서 감기에 항생제를 곧바로 사용할 때 얻는 효과가 얼마 없다는 사실이 밝혀져 일반적인 감기에 항생제 사용은 권장되지 않는다.
 
감기로 인한 목의 통증, 콧물, 가래, 기침 같은 증상들에 대해서는 사용할 수 있는 여러 약들이 있는데 각각의 약들이 감기로 인해 발생한 증상에 대해 효과가 있는지도 수많은 임상시험들을 통해 어떤 약이 효과가 있고 어떤 약이 효과가 없는지 밝혀진 부분이 있고 연구가 계속 진행되고 있는 부분들도 있다.
 
감기와 관련된 임상시험들이 세계 각지에서 이루어져 논문이 발표되고, 논문으로 발표된 수많은 임상시험 데이터들을 종합해서 체계적문헌고찰 또는 메타분석 방법으로 더욱 신뢰성 있는 평가를 한 논문이 발표된다.

아래 링크는 '감기의 약물요법'이라는 제목의 국문 논문인데 감기 환자에 대한 약 사용에 관해서 발표된 체계적문헌고찰 연구들을 평가해 정리한 것으로 어떤 증상에 어떤 성분의 약이 효과가 있고 없는지 정리되어 있다. https://www.jkma.org/search.php?where=aview&id=10.5124/jkma.2015.58.2.147&code=0119JKMA&vmode=FULL
 
이런 식으로 약이나 백신에 대한 효과와 안전성 검증은 끊임없이 지속되고 논문으로 발표된다. 의학 관련 논문은 아래 두 개 사이트를 이용하면 쉽게 검색할 수 있다.
https://www.ncbi.nlm.nih.gov/pubmed/
https://scholar.google.co.kr/
 
논문의 요약본은 공개가 되는데, 논문 전체를 읽기 위해서는 유료 등록을 필요로하는 학술지들도 있다. 그런 경우에는 아래 사이트를 통하면 무료로 얻을 수 있다.
http://sci-hub.bz/
 
이런 연구논문들도 제약회사의 돈에 좌우된다는 믿음 때문에 신뢰할 수 없겠는가? 논문의 본문이 끝나고 참고문헌이 시작되는 지점 사이에는 연구비를 어떤 기관에서 받았는지, 저자들 중 제약회사에 관련된 사람이 있는지 등 이해관계에 의해 결과가 왜곡되었을 만한 여지가 있는지를 밝히게 되어 있다. 이 정보를 솔직하게 밝히지 않으면 표절만큼이나 중대한 연구윤리 위반이다.
 
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전문적인 정보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대학 도서관에 가야만 했다. 대학 도서관에서 보유하고 있지 않은 학술지도 많아서 외국 대학의 도서관에 신청해서 팩스나 우편으로 복사본을 받아야 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런데 지금은 시골 방구석에서도 인터넷만 연결되면 전세계의 고급 정보들을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나름대로 공부한답시고 음모론이나 이상한 사람들의 주장을 경청하다가는 자신과 가족의 건강을 해치게 된다. 직종을 불문하고 이상한 사람들은 더러 있기 마련이다. 세간의 관심을 끌고 싶어서인지, 책을 팔고 유명해져서 강연을 다니며 목돈을 챙기고 싶어서인지, 망상에 빠졌는지 모르겠지만 의심이 없는 음모론자들은 이런 사람들의 주장을 쉽게 믿는다.
 
직접 앓아야만 면역력이 충분히 생긴다는 믿음은 사실이 아니다. 과거 한 번 유행하면 떼죽음을 일으켰던 천연두 바이러스는 백신 접종으로 멸종했고, 소아마비 후유증으로 다리를 저는 사람들도 백신 접종의 효과로 인해 보기 드물어졌다.

검증을 통과해 허가된 백신을 접종받으면 면역력을 얻지만, 백신 접종 대신 몸으로 때우겠다는 생각을 하다가 병원균이나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현대의학의 혜택을 못 본 옛날 사람들이 흔히 그랬듯 죽거나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인플루엔자 백신의 부작용 중에는 길랑바레증후군이라는 위험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는데 발생 비율은 백만명 중 한두명 정도로 희귀하다. 이런 희귀한 부작용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수백만명 이상의 데이터가 있어야 한다. 백신과 현대의약품은 부작용이 은폐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잠재적 위험성을 꼼꼼하게 평가해서 샅샅이 공개되고 있다.
 
신종 인플루엔자가 유행했을 때 한 탤런트의 아들 등 어린이들을 비롯해 우리나라에서만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확인된 사망자 수만 해도 수백명이 되었는데, 현재 학계에서는 신종인플루엔자가 예전부터 유행해 온 계절성 A형 H3N2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한 독감에 비해 증상이 약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독감 백신이 드물게 부작용을 일으킴에도 필요한 이유는 독감에 걸려 심하게 앓거나 목숨을 잃을 위험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반면에 백신과 현대의약품을 못 믿겠다는 사람들이 믿는 한약이나 천연 약재들은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았으며 부작용이 얼마나 발생하는지 체계적으로 수집된 데이터도 없다. 의사들은 한약이나 약초 따위로 인해 부작용이 발생한 환자들을 현장에서 접하다 보니 불신하게 되는 것이지, 약을 팔아서 이윤을 얻기 위해 모함하는 것이 아니다.
 
약도 못 믿고 의사도 못 믿겠다며 온 세상을 의심하는 음모론 좋아하시는 분들은 한번쯤 자신이 믿고 있는 음모론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의심해보시길 권한다.

#음모론 # 제약 # 백신 # 강석하 # 메디게이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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