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국립중앙의료원(NMC)의 신축‧이전 사업이 병상 규모 등 사업계획 수립 단계에서 잡음이 일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에서 감염병 컨트롤타워의 필요성 증대와 함께 2021년 故 이건희 회장의 유족으로부터 감염병병원 건립을 위해 7000억원을 기부받으며 의료원 신축‧이전 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병상 규모 등 사업계획을 놓고 기획재정부와 병상 규모 및 총사업비 조정에 실패하면서 국립중앙의료원 측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국립중앙의료원은 기재부의 신축이전에 대한 최종 결과 통보에 대해 반발하며 12일 기자회견을 통해 의료원 측 입장을 내놓을 예정이었지만 언론에 기자회견 실시를 발표한 지 불과 수 시간만에 기자회견을 긴급 취소하면서 부처 간 갈등에 대한 소문은 더욱 무성해지고 있다.
'국가중앙병원' 역할 위해 1250병상 규모 요청했지만…기재부 760병상 확정
11일 국립중앙의료원에 따르면 의료원은 방산동 미군 공병단부지를 이용한 신축‧이전 사업을 준비하면서 코로나19로 인한 경영손실을 보전하고 정부가 강조하는 필수의료 기능을 다하기 위해 1000병상 이상 규모의 병원 신축을 주장해 왔다.
국립중앙의료원은 코로나19로 발생한 손실을 보전하고 '국가중앙병원'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1000병상 이상 상급종합병원급 규모의 병원을 운영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실제로 의료원은 코로나19 국내 확산 초기 감염병전담병원으로 지정된 뒤로 일반 환자를 받지 못했다. 이에 2021년 의료원의 하반기 의료손실은 82억5800만원 수준에 달하며, 코로나 이전인 2019년 병상가동률 74% 수준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2025년까지 총 593억4200만원의 경영손실을 메워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나아가 보건복지부는 국립중앙의료원의 신축‧이전을 통해 응급, 외상, 모자, 심뇌혈관, 치매 등 필수중증의료 분야의 국가중앙병원의 역할을 공공히 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코로나19로 감염병 분야의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중앙감염병병원을 포함해 공공, 연구, 교육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국가중앙병원’으로서 의료원의 미래를 구상했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故 이건희 회장의 유족 측이 감염병병원 건립 등 목적을 위해 의료원에 7000억원을 기부하면서 기부금 접수로 사업규모가 확대됐고, 주무부처인 복지부는 기획재정부와 총사업비 조정 협의를 진행하게 됐다.
의료원 측은 복지부의 구상에 부합하는 신축이전 병원의 규모로 모 병원 1000병상, 중앙외상센터 100병상, 중앙감염병병원 150병상 총 1250병상에 달하는 상급종합병원 규모의 3차 병원 구축을 요청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8월 의료원의 신축 이전 사업에 대한 사업계획 적정성 재검토 결과 기획재정부는 1안으로 본원 496병상, 중앙감염병병원 134병상, 중앙외상센터 100병상의 총 730병상 규모의 종합병원을 신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2안으로는 본원 596병상, 중앙감염병병원 134병상, 중앙외상센터 100병상으로 총 830병상 규모로 신축하는 안이 나왔다.
이에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국립중앙의료원 신축이전 규모 확대가 필요하다는 일부 여당 의원들의 지적이 이어졌고, 복지부도 이에 대해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결국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가 중재해 기재부와 의료원 사이의 신축이전사업 규모 및 총사업비를 조정했지만, 최종적으로 기재부는 본원 526병상, 중앙감염병병원 134병상, 중앙외상센터 100병상 총 760병상을 최종 확정해 의료원에 통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원 '불만' 속 긴급 기자회견 계획했다 돌연 취소…윤 정부 재정 절감 기조에 압박?
이 같은 일방적 통보에 국립중앙의료원에서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의료원은 주영수 원장을 비롯해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 조승연 회장, 전문의협의회 이소희 회장 등이 자리한 기자회견을 열어 기재부의 일방적인 병상 규모 축소에 반발할 예정이었지만 돌연 기자회견은 취소됐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커지는 속에 의료원은 국립중앙의료원전문의협의회, 노동조합, 국립중앙의료원 총동문회 등은 여러 경로를 통해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중앙의료원은 이번 기자회견 취소에 대해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을 아꼈지만, 일각에서는 새 정부의 긴축 기조에 따라 기재부가 일방적으로 의료원의 반발을 무마시키기 위해 압력을 가한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주영수 원장은 전 정부에서 임명된 인사로 지난해부터 여당으로부터 미운털이 박혔다"며 "전 정부 시절 마련한 국립중앙의료원 신축·이전안에 대해 재정 건전성 등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자는 정부 기조 하에서 기재부 출신 복지부 장관까지 합세하면서 의료원의 구상이 좌초된 것 같다"고 바라봤다.
댓글보기(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