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의사협회 3층 회의실에선 의료윤리연구회의 정기총회를 겸한 9월 강의가 있었다.
이재담 교수(울산의대 인문사회의학교실)의 '우리나라에서 의사하기'란 강의를 듣고 질의시간을 가졌는데 고민할 만한 주제가 던져졌다.
얼마 전 여성 나체 사진 유포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한 대학병원 인턴처럼,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의사에 대해 의사협회는 과연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는 걸까?
비단 진료실 밖의 문제뿐만 아니라 (의도적인) 허위 청구나 리베이트처럼 진료실 안에서 벌어지는 비윤리적인 행위까지 범위를 확대해보자.
당신은 의사협회 같은 의사를 대표하는 단체가 비윤리적인 의사들을 끝까지 옹호하고 감싸줘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법적인 처벌과는 별개로 선제적인 협회 자체 징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다음은 서로 다른 주장을 하는 두 의사의 의견을 재구성해봤다.
의사 A의 주장
"의사협회는 의사들의 회비를 받아서 운영하는 만큼 의사들을 끝까지 지켜줘야 한다."
의협이 최근에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한 채 일선의 의사들에게 욕먹는 이유를 고려해 보자.
의사들이 왜 의협회비를 안 내려고 할까?
의협은 의사들을 위해 끝까지 싸워주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현재 단체는 그렇지 않다.
의사협회는 의사들의 권익을 위해 회원들의 회비로 유지되는 단체이다.
그런 의협이 법적인 처벌을 내리기도 전에 회원에게 먼저 자체 징계를 하는 것은 등에 칼을 꽂는 행위와 같다.
범법 행위에 대해서는 사법적인 판단을 기다리면 된다.
그런 판단이 내려지기도 전에 권익단체가 무슨 근거로 회원을 징계한다는 말인가?
그리고 만약 사법적인 판단의 결과가 처음 공소 의도와 다르다면 어떻게 뒷감당을 할 것인가?
의협은 항상 그들의 궁극적인 존재 이유에 대해서 고려해야 한다.
의협은 의사들을 위해 존재한다.
만약 사법적인 심판을 받기도 전에 회원의 뒤통수를 치는 행위를 한다면, 의사들은 단체의 존재 이유에 대해 더욱 의문을 갖게 될 것이다.
그리고 줄어드는 의협회비가 그것을 증명할 것이다.
의사 B의 주장
"무엇이 의사를 궁극적으로 위하는 길인지 생각해야 한다."
법적인 처벌을 받더라도 의료계에서 선제적 징계를 가해 우리 이미지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밖에서 바라보는 시선을 느껴보라.
대중들은 의사 집단이 어떤 의료 정책을 주장해도 밥그릇 싸움으로만 인식한다.
의사들이 비윤리적인 집단이라는 생각이 기저에 깔렸기 때문이다.
대중들은 의사가 어떤 잘못을 해도 항상 서로 감싸고 눈감아준다고 생각한다.
이런 대중들의 인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대의를 위해 전략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대중들이 의사 집단을 영원히 고여서 썩은 물 정도로 생각한다면 의사들은 의사로서 의료행위를 제대로 펼치기 힘들다.
그리고 의사 집단이 정당한 목소리를 내도 힘이 실리지 않을 것이다.
의사 내부적으로만 지지받는 게 다가 아니다. 그리고 그게 의협 역할의 전부가 아니다.
이전의 모 회장처럼 의사 내에서만 지지받아 맘껏 휘젓고 다니면 뭐하나?
대관(정부, 국회를 상대하는) 업무를 시원하게 말아 드신 덕에 현재 의사단체가 의료정책을 관철하고 싶어도 힘이 실리지 않는다.
이런 게 과연 대의적으로 의사들을 위한 길인가?
법적인 징계와는 별도로 의협 자체 징계를 내려 비윤리적인 행위가 구제되지 않음을 경고하고 자체적으로 정화되는 모습을 대중과 정부에게 보여줘야 한다.
(상단의 의사 A와 B의 주장은 여러 사람의 주장을 모아 한 사람인 것처럼 재구성했다.)
사람은 중립적인 척할 순 있어도 중립적일 수는 없다.
어떤 사안에 대한 다양한 주장의 스펙트럼 위에서 아주 정확하게 가운데 서 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기자 역시 이 주제에 대한 판단은 있지만, 기사로 그것을 설득시킬 자신이 없어 이런 비겁한 형태의 글을 쓴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이 글을 읽은 사람들의 생각을 아래 설문을 통해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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