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1.07.04 11:53최종 업데이트 21.07.04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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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의료기기 이어 CSO도 지출보고서 대상 확대에 의견 양분

"1+3, CRO 등 제약업계 자정효과 강화될 것"vs"지나친 규제로 합법적 리베이트까지 위축"

[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최근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자료·동일 임상시험자료 1+3 제한과 CSO(영업대행사) 지출보고서 의무화, 국가출하승인 위반 처벌 강화, 백신안전기술지원센터 설립 등의 내용이 담긴 약사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을 의결했다. 

해당 개정안이 시행되면 제약업계의 의약품 제조·품질관리와 유통질서 개선 등 자정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긍정적 전망도 있지만, 일각에서는 지나친 규제로 인해 합법적 리베이트와 학술 연구 등의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약사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에 따르면, 의약품·의료기기 공급자 뿐만 아니라 의약품의 판매촉진 업무를 위탁받은 자나 위탁업체(영업대행업체·CSO)의 경제적 이익 제공 금지를 명시하고 지출보고서 작성 의무자에 추가했다. 

또한 복지부에 제출된 지출보고서에 대한 실태조사 및 조사 결과의 공개를 의무화하고, 이를 위반하면 100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1년 이하의 징역을 부과하도록 벌칙을 강화했다.

이는 의약품 유통관리를 보다 강화하고, 불법적인 리베이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취지다.

실제 중·소 제약사들은 영업대행사에 일정 판매대행 수수료만 부담하고 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어 의약품 개발과 생산에 전념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나, 동일 효능의 제네릭(카피약)이 수십 가지인 과다경쟁 구조에서 제약사 영업사원(MR, Medical Representative)의 위험부담(리베이트 벌칙강화 등)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한다. 제약사가 의약품 영업대행사(CSO)에 지급하는 판매대행 수수료(30∼40%)의 일정 부분(20%내외)를 리베이트로 제공하는 구조로, 불법행위 적발 시 제약사는 불법행위 책임을 영업대행사(CSO)로 전가하는 방식이다.

해당 내용을 대표 발의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고영인 의원은 "제약사와 의료인 사이의 부패를 방지하기 위해 리베이트 보고서를 작성토록 하고 있으나,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특히 의료계의 고질적인 문제인 리베이트 척결을 위해서는 제약사에만 부과되는 보고서 작성에만 국한될 것이 아니라 보고서 작성의 대상을 넓히고 이를 공개하는 등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약사회와 제약업계 등은 해당 법안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 찬성의 입장을 표명했다. 의약품 영업대행사(CSO)가 본래 취지에 맞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이를 위탁한 제약사와 동일한 기준으로 법을 적용할 필요가 있으며, 불법 리베이트 근절을 위해 관련 처분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일각에서는 "불법적 리베이트는 유통질서 차원에서 당연히 척결돼야 할 사안이다. 그러나 견본품 제공, 학술대회 지원, 임상시험 지원, 제품 설명회, 비용 할일, 시판 후 조사 등 합법적 리베이트는 학술활동을 강화하고 의료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행위인데, 이번 개정안으로 인해 지나친 규제가 이어져 합법적 활동마저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같은 이유에서 한국의약품유통협회, 대한의사협회 역시 반대의견을 제출한 바 있다.

의협은 "지출보고서를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것은 현행 법률과 제도 운영 방침과 모순되는 규정으로, 대외적으로 공개될 경우 정보유출 등 민·형사상 책임을 지어야 한다"면서 "법률로 강제해 공개토록하는 것은 과도한 개인 정보와 사생활 침해에 해당하는 동시에, 합법적 경제적 이익 수령까지도 마치 범법행위를 하는 것처럼 보여질 수 있어 반대한다"고 밝혔다. 의약품유통협회 역시 "이미 지출보고서 제출 요구와 위반시 처벌 등에 대해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음에도, 이를 공개하는 것은 영업권과 개인정보에 대한 과도한 침해"라고 반대했다.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물론 법사위, 본회의를 통과해 지출보고서 공개에 관한 부분은 공포 후 2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한편 지출보고서 제출·공개 강화는 물론 이번에 통과된 약사법 개정안에는 ▲1+3 생동제한, ▲제2의 메디톡스 방지법, ▲임상시험 운영 의무 근거 마련, ▲희귀의약품 우선 심사, ▲백신안전기술지원센터를 설립, ▲해외제조소 등록 강화, ▲무자격자 전문약 판매 처벌 강화, ▲중앙약사심의위원회 구성 변경, ▲안전상비약 점자 코드 의무화, ▲약의 날 지정 등이 포함돼 있다.

1+3 생동제한 법안 역시 제약업계 등에서는 품질관리 강화, 국민건강 보호 등의 측면에서 찬성의 입장을 표명했으나, 중소제약업계나 위탁생산업계 등에서는 지나친 규제라는 입장으로 의견이 분분하다.

이번에 통과한 약사법 개정안에 따르면, 의약품 품목허가 신청 또는 신고 시 제출해야 하는 자료를 명확히 규정하고, 기존에 작성된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자료 또는 임상시험자료와 동일한 자료를 이용해 품목허가 신청할 수 있는 품목을 최대 3개로 제한했다. 의약품 유통 문란과 제품 개발 능력 약화 문제를 해소하고 제약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취지다. 

이를 두고 제네릭 위주의 중소업체와 위탁생산업체 등은 해당 법안에 대해 강하게 반발해왔다. 한국제약협동조합을 중심으로 한 중소·중견 업체들은 "국내 제약산업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제네릭 의약품의 시장이 위축되고, 중소제약사들의 경영난은 물론 생존권까지도 위협받을 수 있다. 게다가 제네릭 의약품 허가 제한시 생산 감축으로 인해 고용 감소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그러나 현행 약사법령상 동일한 생동시험자료 또는 동일한 임상자료를 이용한 의약품의 품목허가를 제한 없이 허용하고 있어 사실상 동일한 의약품이 과도하게 난립하고 있으며, 잇따라 GMP 위반 위탁생산 등의 문제가 이어지면서 국회와 정부, 제약협회까지 찬성하면서 본회의까지 통과했다. 실제 제약협회는 "직접 만들지 않고, 직접 품질관리를 하지 않아도 되는 현행 제네릭의약품 등의 허가·제조 환경이 품질관리 부실과 시장 난맥상의 요인이 되고 있다. 공동·위탁 생동과 자료제출의약품 임상시험 제출자료 허여에 대한 '1+3 제한' 법안을 적극 찬성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른바 제2의 메디톡스 방지법도 이번 통과안에 포함됐다.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품목허가 받아 허가가 취소된 경우 허가 제한기간을 5년으로 하고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국가출하승인을 받아 허가가 취소된 경우 허가 제한기간을 3년으로 하는 내용이다. 

또한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국가출하승인을 받은 경우 행정처분 및 형벌을 부과할 수 있는 근거를 명확히 했다. 위해 의약품 제조 등에 대한 과징금 부과 규정에 국가출하승인 규정을 위반한 경우를 부과 사유로 추가하고, 과징금 상한을 해당 품목 판매금액의 2배로 개정한 것이다.

제조·수입 품목허가를 하거나 신고를 수리한 의약품의 심사 또는 검토 결과를 공개하도록 했으며, 백신 품질확보 및 신속한 제품화 기술지원을 위하여 백신안전기술지원센터를 설립·운영에 관한 근거를 마련하고 센터의 사업 내용 및 재정 지원 근거도 명시됐다.

의약품 판매 규정도 신설됐다. 스테로이드 성분 주사제, 에페드린 성분 주사제, 총리령으로 정하는 이에 준하는 전문의약품을 판매자격 없는 자로부터 취득한 사람에게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신고한 사람에게는 포상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불법으로 유통되는 전문의약품의 판매자만을 처벌하고 있고 구매자에 대한 처벌은 이뤄지지 않아 판매망 수사의 단초가 되는 소비자에 대한 수사·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불법 판매망 단속을 위한 정보 수집조차 어렵기 때문이다.

원료의약품 수입의 경우에도 해외제조소를 등록하도록 했으며, 장애인의 의약품·의약외품 오용으로 인한 건강상의 피해 발생을 줄일 수 있도록 용기, 포장 또는 첨부문서에 의약품 등 안전정보를 점자 및 음성·수어영상변환용 코드로 표시하도록 의무화했다.

임상시험과 관련된 규제도 일부 변경된다. 임상시험실시기관의 임상시험심사위원회의 설치·운영 의무를 법률에 명시하고, 임상시험의 안정성 정보 분석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임상시험안전지원기관의 지정 근거와 임상시험실시기관으로부터 위탁받아 임상시험 실시에 관한 심사 업무를 수행하는 중앙임상시험심사위원회의 구성 근거를 마련했다.

중증질환 또는 희귀질환 치료 목적인 의약품 등에 대하해 일정 기간 내에 안전성·유효성 확증을 위한 임상시험 자료를 제출할 것을 조건으로 조건부 허가를 할 수 있으며, 우선심사 대상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외에도 중앙약사심의위원회의 위원 수를 현행 100명 이내에서 300명 이내로 확대하고 위원회의 위원장은 식품의약품안전처 차장과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지명하는 민간위원이 공동으로 하도록 했으며, 위원회의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분야별로 분과위원회를 두도록 했다. 또한 국민의 생명과 신체, 건강상의 안전을 확보하는 의약품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적절한 정보 제공을 통해 의약품의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매년 11월 18일을 약의 날로 지정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서민지 기자 (mjse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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