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12.14 13:53최종 업데이트 23.12.14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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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닛, 유방암 특화 AI기업 '볼파라' 인수…자율형AI·맞춤형 암검진에 한 발짝 가까이

미국 의료기관 약 42% 점유…유통망, 방대한 데이터 확보로 시너지 높인다


[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조운 기자] 의료 인공지능 기업 '루닛(Lunit)'이 뉴질랜드 '볼파라 헬스 테크놀로지(Volpara Health Technologies)'를 한화 약 2525억원 규모로 인수하면서 미국 시장에 진출한다. 루닛은 이번 인수 합병을 통해 자율형 AI와 개인 맞춤형 암 검진 실현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루닛 서범석 대표는 14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볼파라를 인수 합병한다고 밝히며 앞으로 기대되는 루닛과 볼파라의 시너지를 소개했다.

볼파라는 2009년 뉴질랜드 웰링턴에 설립된 유방암 검진 특화 AI 플랫폼 기업이다. 볼파라 매출의 95% 이상이 미국에서 나오는 만큼 미국 시애틀에 사무소를 두고 미국 내 임상 및 영업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 전체 유방조영술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2000여 곳의 암검사 센터에서 볼파라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이는 미국 의료기관의 약 42%에 달하는 수준이며, 볼파라는 약 1억장 이상의 유방촬영 이미지를 보유하고 있다.

루닛 서범석 대표는 "인공지능을 통해 암을 정복하고자 하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며 "핵심적인 키워드는 AI를 통한 암 정밀의학의 실현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인수 합병을 통해 자율형 AI와 개인 맞춤형 암 검진 실현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특히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하면 실현 시기는 앞당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서 대표는 "이번 볼파라 인수로 자율형 AI와 개인 맞춤형 암 검진 실현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기대한다"며 "우리는 자율형 AI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AI의 정확도가 매우 높아야 하는데, 현재 우리가 가진 정확도 수준은 95~96% 정도다. 이 때문에 아직은 자율형으로 가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볼파라가 가진 데이터는 어마어마하다. 약 1억 장 이상의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이걸 우리가 하나하나 수집하는 데는 수년이 걸렸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번 인수를 통해 데이터를 얻을 수 있게 됐다. 이 때문에 자율형 AI 실현을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다른 경쟁사는 절대 따라올 수 없는 부분이라 격차를 벌린다는 데 매우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서 대표는 "개인 위험도에 따른 맞춤형 암 검진 역시 우리 미래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이미지 분석만 하는 것도 정확도에 한계가 있다. 이미지에는 나이나 가족력 등에 대한 정보가 없다"라며 "이미지 분석에 없는 의무 기록 등이 합쳐지면 위험도를 예측할 수 있는 모델까지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이 외에도 루닛 측은 안정적인 현금흐름, 거대 유통망, 다양한 고객 확보 등이 미국 진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서 대표는 "볼파라는 900개 이상의 고객사, 병원으로는 2000개가 넘는 사이트를 보유하고 있다. 그들의 제품은 여러 개가 있는데 이 중 적어도 하나 이상 사용하는 병원을 살펴보면 미국 의료기관의 42% 정도가 된다. 이는 우리에게 유통 채널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라며 "이들이 가진 다양한 제품, 우리가 가진 AI 기술력을 통합하면 제품의 성능도 올리고 우리 비즈니스도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이라는 시장은 워낙 크다. AI에 대한 수요 역시 있다. 실제로 AI에 대한 의료보험 구사 적용도 되고 있어 제일 앞서나가는 시장으로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 성공해야 우리가 앞으로도 잘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볼파라와의 인수 합병을 통한 미국 진출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번 루닛의 볼파라 인수합병 규모는 1억 9307만 달러로 한화 약 2525억원 규모다. 이는 호주증권거래소(ASX)에 상장된 볼파라 주가를 주당 1.15 호주달러(AUD)로 책정한 것으로, 전일 종가 기준 주당 0.78 호주달러에 프리미엄 47.4%를 붙인 가격이다. 전일 기준 볼파라 시가총액은 1억 9332만 호주달러(한화 약 1672억원)다.

루닛은 이번 볼파라 인수를 위해 인수자금을 외부 차입 등을 통해 충당할 계획이다. 이번 계약에 따라 볼파라는 내년 2분기 이내에 주주총회를 열고 주주 75% 동의를 얻어 최종 절차를 마무리하며, 이후 합병 완료까지 약 3~6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루닛은 볼파라 최종 인수 이후, 자원 효율화 및 사업개발 집중을 위해 볼파라를 호주시장에서 상장 폐지할 예정이다.
 
루닛 서범석 대표

다음은 루닛과의 질의응답 내용이다.

Q. 볼파라의 1억 장의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구축할 빅데이터 플랫폼은 언제 가시화되나?

A. 볼파라와의 인수합병을 통해 압도적인 수준의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이미 빅데이터 플랫폼은 고도화 돼 있는 상태로, 병원의 다양한 데이터를 모아 자동화해 분석하는 것은 가능하다.

규제 측면에서 인허가 이슈와 법적 문제를 해결하면 빅데이터 플랫폼은 1~2년 안에 기술적 부분을 구축해 신뢰가 두터운 고객에 한정해 테스트를 진행해 차츰 확장하는 로드맵을 그리고 있다. 실제로 시행되는 시기는 3년 정도로 예상한다.

Q. 볼파라의 1억 장의 데이터베이스는 어느 정도의 가치가 있나?

A. 데이터 한 장당 3000~4000원 수준이라고 계산해도 그 가치가 어마어마하다. 

문제는 1억 장의 데이터베이스를 모으려면 수 천개의 기관을 뚫어 계약을 진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때 발생하는 부대 비용까지 감안하면 1억 장의 데이터베이스를 한 번에 획득할 수 있다는 점은 엄청난 세이브라고 볼 수 있다.

솔직히 1억 장의 데이터는 인수 없이는 얻기 힘들다. 볼파라 인수를 통해 볼파라의 영업 네트워크도 따라오지만, 데이터베이스만해도 엄청나게 좋은 가치를 가진다.

Q. 인수 자금은 어떻게 마련할 예정인가?

A. 인수 자금은 보유 현금, 부채 조달, 유상증자 등의 방식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이 세가지를 균형감있게 활용해 조달하고자 한다. 무엇보다 향후 비전을 함께하는 투자자들과 투자 부분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루닛은 지난 달에 유상증자를 완료한 바 있다. 2000억원의 자금이 들어오긴 했는데, 그 자금 안에 인수권이 포함돼 있긴 하지만 굉장히 제한적이다. 따라서 명확히 새로운 자금이 필요한 것은 맞다.

따라서 이번에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2000억원은 신규 제품에 대한 개발, 해외 진출 등을 위한 자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Q. 볼파라와의 인수 합병을 통한 향후 매출 규모는 얼마로 예상하나?

A. 루닛과 볼파라의 매출을 합치면 1000억대가 된다. AI 의료기기 분야에서 1000억원대 회사가 나오기는 매우 어렵다. 따라서 향후 독보적인 위치에 서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Q. 볼파라 인수를 진행한 후 미국에서는 볼파라의 AI 소프트웨어만 가는 것인가? 루닛의 AI 소프트웨어를 어떻게 결합할 계획인가?

A. 미국 볼파라 제품 중 순수 AI소프트웨어는 유방 친밀도를 분석하는 제품이 하나있고, 나머지는 검사 과정의 워크플로우(work flow)를 서포트해 효율화해 주는 제품군이다. 그래서 루닛과 잘 맞는 부분이 있다.

현재는 생각하고 있는 미래 방향성은 유방암인데, 폐암이나 다른 암 쪽으로도 확장해 볼파라는 워크플로우를 커버하고, 루닛은 AI부분을 커버해서 확장하는 방향을 상상하고 있다.

Q. 향후 미국 내 시장 점유율은 얼마나 확장될 것으로 기대하나?

A. 현재 볼파라의 미국 내 시장 점유율이 42%이다. 루닛 제품과 결합하면 시너지도 더 커지고, 시장 점유율과 매출도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Q. 인수합병 과정에서 남은 이슈가 있다면?

A. 별도의 법적 이슈는 없다. 향후 뉴질랜드 정부의 승인과 볼파라 주주총회를 통해 주주 승인이 75%를 넘어가야 한다는 부분이 남아있다.

주주의 30%는 이미 승인하겠다고 선포를 했고, 나머지 개인 주주들은 프리미엄을 높게 줬기 때문에 무난하게 통과될 것으로 기대한다. 

메디게이트뉴스 (news@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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