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4.02.01 13:32최종 업데이트 24.02.01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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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액계약제∙비급여 관리 강화? 필수의료 살린다더니 사실상 '선전포고'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독소조항]② 분노하는 의료계…의대증원 발표 전부터 '전쟁' '투쟁' 강경 움직임

자료=보건복지부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정부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총액계약제'를 연상하게 하는 제도가 포함돼 의료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총액계약제는 의료행위별로 지불하는 현행 행위별수가제와 달리 사전에 협상한 총액을 지불하는 방식이다. 전체 의료비를 통제할 수 있어 의료비 지출 증가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단 장점이 있지만, 의료의 질 저하 우려 등으로 의료계가 반대해왔다.
 
보건복지부가 1일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부터 저평가돼 왔던 필수의료 항목의 상대가치 점수를 선별해 집중 인상할 계획이다.

특히 복지부는 현행 '유형별 환산지수 계약'이 아닌 형태의 건강보험 지불구조를 개혁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앞서 복지부가 사전 공개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내용에는 '유형별 환산지수 계약→총가격 인상률 계약'이란 표현이 포함됐지만, 최종본에는 이를 '가치와 연계한 수가 인상'과 '필수의료 수가 인상'으로 대체하는 대신 2년마다 재평가와 재평가에 따른 가격조정을 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정부가 총액계약제 카드를 만지작 거린다는 것을 짐작하게 하는 신호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월 초 의사 국가시험 필기시험에서도 국내 경상 의료비 증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묻고 ‘총액계약제’를 답으로 선택하게 하는 문제가 제출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정부의 발표 내용과 관련, 대한외과의사회 이세라 회장은 “상대가치점수 제도가 잘못돼 있으니 그 제도에서 벗어나는 총가격 인상률 계약을 하겠다는 건데, 총액계약제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대신에 필수의료 등 정부가 욕 먹을만한 사건들이 발생하는 분야에선 (다른 과에 비해선 돈을 더 투자해) 욕을 먹지 않게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 김동석 회장도 “총가격 인상률 계약제는 처음 들어본다”면서도 “총액은 정해놓고 의료계가 알아서 나눠먹으라는 건데 결국 총액계약제가 아니겠나”라고 했다.
 
총가격 인상률 계약이 복지부가 지난해 추진하려다 실패한 수가 인상 차등 적용을 의미하는 것이란 분석도 있다.
 
복지부는 지난해 2024년도 의원급 수가 1.6% 인상 재정 범위 내에서 소아청소년과 등 필수의료 분야에 재정을 더 투입하는 대신 검체∙기능∙영상 등 나머지 분야의 환산지수를 동결∙축소하는 방안을 강행하려다 의료계의 반발에 막혀 무위로 돌아간 바 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회장은 “필수의료와 비필수의료를 구분해서 각 분야별로 환산지수를 차별 적용하겠다는 것”이라며 “결국 추가 재정 투입없이 인상률 범위 내에서 나누는 윗돌빼서 아랫돌 괴기를 하겠다는 건데, 이건 비필수과에게는 사약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필수의료 패키지 내용 중 비급여 관리 강화 부분도 의료계가 분노하는 대목이다. 정부는 도수치료, 백내장 수술 등 비중증 과잉 비급여 혼합진료 금지, 전 의료기관 비급여 보고 시행, 주기적 의료기술 재평가를 통한 문제 비급여 항목 제외 등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공정한사회를바라는의사들의모임 박지용 대표(신경외과 전문의)는 “지금처럼 필수의료 저수가 체제의 적자를 비급여에서 충당하는 상황에서 혼합진료를 금지할 경우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필수의료를 살리겠다는 정부가 필수의료를 골라서 죽이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모든 의료보험을 정부가 통제하는 시스템인데, 그런 상황에서 비급여까지 통제하겠다는 건 지극히 전체주의적”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은 자유를 내세우며 당선됐는데, 과연 무엇이 자유로운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미래의료포럼 주수호 대표(전 대한의사협회장)는 "정부는 오히려 몇 차례의 위헌소송에서 건강보험제도 당연지정제의 당위성을 뒷받침 했던 비급여제도의 자율성에 '관리'라는 규제를 추가함으로서 대한민국 의료제도의 위헌적 폭거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의료계는 이번 필수의료 패키지 발표에 대해 정부가 의대증원을 앞두고 의료계에 ‘선전포고’를 한 것과 다름없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이세라 회장은 “이번 패키지를 보고도 가만히 있을 의사들은 없을 것”이라며 “전공의∙의대생들이 단체행동에 나서면 개원가 선배들은 금전적으로 후배들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싸워야 한다”고 했다.
 
김재연 회장은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대책들은 의료계에겐 죽으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루비콘강을 건넜다”며 “전쟁은 이제 시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주수호 대표는 "정부는 현재의 처참하게 무너져 버린 필수의료 자체를 개선할 생각은 없이 비급여 진료 등의 다른 쪽을 필수의료보다 더 피폐하게 만들어 의사들이 필수의료를 하게끔 유도하려 한다"라며 "이제 의사들이 죽어가는 대한민국 의료를 살리기 위해 일어설 것인가 아니면 각자의 살 길을 찾아 떠날 것 인가를 결정해야 할 중차대한 시기가 왔다"고 한탄했다.

대한의사협회를 상대로 강한 투쟁이 필요하다는 강경한 주장도 예고됐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미래를 생각하는의사들의모임 대표)은 "정부의 선제공격으로 전쟁이 시작됐다. 필수의료 살리기라는 명분 아래 의사에 대한 악의로 가득찬 압박책이 발표됐다"라며 "당장 의협은 전면에 나서서 전국 대표자 회의와 대규모 장외집회, 그리고 무기한 파업투쟁을 포함한 모든 투쟁수단을 현실화해야 한다. 용기가 없다면 당장 물러나고 결기로 무장한 회원들이 앞으로 나설 수 있도록 내려와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민식 기자 (mspark@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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