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분리하며 순수 CDMO(위탁개발생산) 기업으로 거듭난다. 이번 인적분할은 CDMO와 신약 개발 체제의 본격 전환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27일 제약바이오 증권가 보고서를 종합하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이번 결정은 단순한 조직 재편이 아닌, 삼성의 바이오 사업을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구조로 재정비하고 미래 신약 개발을 위한 중·장기 투자 기반을 갖추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평가된다.
앞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2일 지주사 '삼성에피스홀딩스'를 신설해 바이오시밀러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분리·편입한다고 밝혔다. CDMO 고객사와의 이해상충 문제를 제거하고, 위탁생산(CMO)과 바이오시밀러 등 사업을 고유 전략과 투자 구조를 갖춘 독립 체제로 운영하기 위한 조치다.
IBK투자증권 정이수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CDMO와 바이오시밀러는 구조적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다"며 "기존에는 기술 유출 우려로 인해 CDMO 고객사 확보에 제약이 따랐다"고 지적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인적 분할 이후 CDMO 경쟁력 강화에 전념하고 '글로벌 톱티어 CDMO'를 목표로 한 성장 전략을 이어 나갈 계획이다. 생산능력 확대, 포트폴리오 다각화, 글로벌 거점 확장 등 3대 성장 전략 외에도 항체·약물접합체(ADC), 아데노연관바이러스(AAV), 사전충전형주사기(PFS) 등 신사업 분야에 대한 투자도 더욱 확대할 예정이다.
삼성에피스홀딩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를 통해 바이오시밀러 20종 이상을 확보하고, 신규 모달리티 개발 플랫폼 구축과 벤처 투자, M&A 등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는 데 집중한다.
다만 삼성에피스홀딩스의 단기 기업가치에는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지적이 있다. 바이오시밀러 산업 특성상 약가 인하, 글로벌 관세, 경쟁 심화 등의 구조적 리스크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 위해주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CDMO는 뚜렷한 성장 동력이 있지만, 바이오시밀러는 정책과 시장 경쟁이라는 불확실성이 있다"고 밝혔다. 미래에셋증권 김승민 연구원은 "분할 비율과 실제 가치 간 괴리가 존재한다"며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SK증권 이선경 애널리스트는 "신설 법인의 가치는 단기적으로 부담스러울 수 있으나 다년간 시밀러 개발을 통해 확보한 자체 연구개발 역량과 미래 사업 발굴 사업과의 시너지를 통해 신약개발 회사로 차별화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판단한다"면서도 단기간 내 신설 법인의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신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과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하나증권 김선아 애널리스트는 "인적 분할 후 자체적인 자본 조달과 모회사가 될 삼성에피스올딩스의 신설 자회사를 통해 적극적인 오픈이노베이션과 신약 개발을 시도할 수 있게 됐다"며 "삼성에피스홀딩스가 인적 분할된 초기에는 R&D와 기술이전, M&A에 다소 비용을 소진할 수밖에 없고, 부채 규모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중장기적인 성장을 위해 자체적인 외부 자본 조달과 오픈이노베이션이 용이한 구조를 만들어야 하므로 인적분할은 필요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인적 분할은 국내 바이오 생태계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키움증권 허혜민 애널리스트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파트너쉽 확대를위한 영업활동이 수월해질 전망이다. 삼성에피스홀딩스는 투자 지주회사로 신성장 동력 발굴과 R&D, M&A를 통해 적극 상장을 추진할 것"이라며 "국내 바이오텍에 오픈이노베이션의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인적 분할은 삼성이 본격적으로 신약 개발에 뛰어들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중복상장은 향후 5년 내에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신약 개발 초기부터 임상 진입까지 4~5년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5년 이후에는 임상 진입하는 자체 신약 파이프라인을 갖추고 고려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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