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이번 의대정원 증원에 따른 전공의 사직 사태를 계기로 수련환경 개선과 더불어 암암리에 이뤄지던 전공의 진료 병폐도 함께 개선하자는 내부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과도한 전공의 업무량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이뤄지고 있는 적절치 않은 진료 문화 등을 이번 기회에 뿌리 뽑자는 것이다.
대표적인 법률 사각지대에 존재하는 전공의 진료 악습은 의사 간 대리처방이다. 의료법 제17조 2 제1항에 따르면 의료업에 종사하는 직접 진찰한 의사가 아니면 처방전을 작성해 환자에게 교부하지 못하지만 그동안 전공의들은 바쁜 스케쥴로 인해 고연차 레지던트 혹은 전문의가 인턴에게 처방전 발행을 대신 시키는 일이 더러 있어왔다.
18일 메디게이트뉴스 취재결과, 실제로 최근 A 전공의는 수도권 B병원 마취통증의학과에서 수술 중 마약류 처방이 진료를 본 의사가 아닌 막내 인턴들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는 민원을 보건소 측에 제기했다.
A 전공의는 "B병원 마취과 인턴 업무는 수술방에서 의사들이 기록만 남기고 처방을 내지 않은 마악류를 모두 찾아내 실제 진료한 의사의 아이디로 대리 로그인해 처방을 내는 것"이라며 "대형병원들은 관리감독이 심해 많진 않지만 2차, 종합병원급에선 아직 만연한 진료 악습"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대리처방 문제는 마약류관리법이나 의료법 위반 소지가 있을 뿐더러, 정확한 처방전 발행을 위해서라도 빠르게 개선돼야 하는 병폐 중 하나"라며 "향후 전공의 수련 환경이 개선되고 업무량이 조정되고 나면 이 같은 문제들도 하나씩 고쳐져야 한다"고 말했다.
해당 민원에 대해 보건소 측은 법률 위반은 아니라면서도 정확한 처방전 작성 문화를 위해 B병원 측에 행정지도 처분을 내린 상태다.
보건소 관계자는 "마취과에서 수기로라도 의무진료기록에 마약류의 품명과 수량 등을 기재 후 투약했다면 이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사항이 아니다. 또한 진료기록과 처방전 작성방법, 작성시기에 대한 별도 규정이 없어 의료인의 합리적인 재량에 맡겨야 하는 것으로 볼 수 있어 마취과 의사 지시로 마취과 의사 아이디로 인턴이 처방전을 발행하는 행위는 일률적으로 법률 위반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다만 정확한 처방전 작성을 위해 의료원 측에 당사자가 직접 처방전을 입력하도록 행정지도했다"고 말했다.
B병원 관계자는 "이번 사안이 불법이나 위법은 아니다. 다만 보건소 조치에 따라 해당 진료과에 향후 더 신경을 써달라는 취지로 후속조치를 했다"고 전했다.
반면 익명을 요청한 한 의료전문 변호사는 "일률적으로 법률 위반이라고 보긴 어려워도 개별 사건으로 따지면 엄연히 타인의 아이디로 처방이 내려지는 것이기 때문에 사안에 따라선 대리처방으로 볼 소지가 여전히 있다"고 주의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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