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사제' 국회 복지위 통과...10년 지역 의무복무 후 대도시로 갈 의사들만 양성한다
일본 지역정원 의사 75.9%, 의료취약지가 아닌 지역 근무 실효성 없어...개인 직업침해 자유 등 위헌소지도 충분
[칼럼]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 전라북도의사회 부회장
[메디게이트뉴스] 오늘(20일) 국회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에서 지역의사제가 통과되면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과정만 남았다. 지역의사제에 대한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다시 확인해 보고자 한다.
1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심사소위원회에 상정된 지역의사 양성법이 가결됐다. 이 법안은 의대·치과대·한의대생 일부를 ‘지역의사 전형’으로 선발해 장학금을 주고 의사로 육성한 뒤, 졸업 이후 10년간 지역 병원에서 의무적으로 일하게 하는 제도다. 의무 복무를 지키지 않으면 대학 때 받은 장학금을 반환하고 의사 면허가 취소된다. 남은 의무 복무 기간 의사 면허 재교부도 금지된다.
지역의사제는 2020년 정부여당이 의대 증원을 추진하면서 지역 의사 유입 방안의 일환으로 제시됐다.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이 국회 입법조사처에 질의한 ‘지역의사제의 위헌성 여부 및 법률적 타당성 검토’에 대해 "지역의사제 제정안의 10년 의무복무 제도 자체가 위헌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사료된다"고 답변을 받으면서 급물살을 탔다.
답변에 따르면 국회 입법조사처는 공중보건의와 군법무관 제도에 대한 헌법재판소 판례와 육·해·공군사관학교, 육군3사관 학교 등의 사례를 근거로 들었다.
실제 헌법재판소는 공중보건의의 복무기간을 현역병보다 길게 정한 법(‘농어촌 등 보건의료를 위한 특별조치법’ 제7조 제1항)에 대한 위헌확인 소송에서 합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청구인이 공중보건의사의 복무 기간이 길다는 것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공중보건의를 선택했다는 점 △이후 복무기간 변경이 없었다는 점을 들어 ‘위헌이 아니다’고 판단했다.
입법조사처 역시 ‘일정 기간 지역 근무 의무’를 부여한 것은 ‘지역 간 의료 인력의 불균형 해소’와 ‘필수 의료 공급’이라는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정책수단이라고 봤다.
다만 입법조사처는 지역의사제 도입을 위해 현행 의료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냈다. 의료법 제11조에는 ‘보건복지부 장관의 규정에 따라 3년 이내 기간을 정해 특정 지역이나 특정 업무에 종사할 것을 면허의 조건으로 삼는다’는 조항이 있다. 이 조항을 3년이 아닌 10년으로 늘려야 지역의사제 취지가 부합된다고 본 것이다.
지역의사 선발전형으로 10년간 특정 지역 또는 기관 의무복무 형태 제안
지난 11월 16일 김주경 국회 입법조사연구관은 국회 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필수·지역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의사인력 증원,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현안 브리핑을 발표했다.
브리핑 내용을 보면 지역의사 선발전형을 통해 입학한 의대생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고, 일정 기간(10년간) 특정 지역 또는 기관에서 의무복무할 것을 조건으로 의료인 면허를 발급하게 하는 ‘지역의사제’ 도입을 제안했다.
현행 의료법의 조건부 면허 근거 조항은 의료법 제 11조다. 의료법 제11조(면허 조건과 등록) 1항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장관은 보건의료 시책에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제5조에서 제7조까지의 규정에 따른 면허를 내줄 때 3년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특정 지역이나 특정 업무에 종사할 것을 면허의 조건으로 붙일 수 있다.
의무복무 기간 등을 위반하는 경우 면허를 취소하며, 의무복무기간 중 복무하지 않은 잔여기간 동안 면허 재교부를 금지하고 있다. 지역 간 의료인력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고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균형 있게 제공하기 위하여 지역의료에 종사할 의료인을 별도로 양성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지역의사제 제도 설계 관련 주요 쟁점사항으로는 첫째, 의무복무 기간에 ‘전공의 수련기간’ 및 ‘병역 복무 기간’ 산입 여부다. 둘째, 지역의사 선발전형의 응시자격을 ‘해당 의과대학 소재 시도 고교 졸업자’로 한정할 것인지다. 셋째, 타 지역 고교 졸업자도 응시할 수 있도록 할 것인지 여부다. 넷째, 의무복무 기간 10년의 적절성, 의무 불이행 시 적정 패널티 수준(학비 등 지원금 반납, 면허취소 등의 타당성 등)이다. 다섯째, 지역의사제 도입에 치과대학·한의과대학 포함 여부 지역의사제 관련 법안 제개정 반대 및 한의대 정원을 이용한 의사 확충 재고에 관한 청원(국민동의청원)이 제출돼 있다.
일본 지역정원 의사 75.9%, 의료취약지가 아닌 지역 근무
일본의 지역의사제인 '지역정원제도'는 2006년 의사확보종합대책으로 시행된 것이다. 일본 77개 의대 중 68개 대학이 지역정원제도를 도입했으며 이 중 65개 대학은 학자금을 지원하기까지 했다.
일본 자료를 보면 이 제도는 크게 학자금을 지원하는 유형과 그렇지 않은 유형으로 나뉜다. 또 별도 정원으로 입학해 지역정원으로 선발할지, 입학 후 지역정원으로 선별할지 등으로 구분돼 있다. 졸업 후 의무이행 기간이 있는 유형과 그렇지 않는 유형도 있다.
유형별 정원을 보면 별도 정원으로 입학해 지역정원으로 선발되고 졸업 후 의무이행하도록 하는 유형의 지역정원은 59~60%다. 학자금이 지원되는지 여부와 정원엔 큰 차이가 없다. 별도 정원 없이 입학해 지역정원으로 선발되고, 졸업 후 의무이행이 부여되는 전형의 정원은 17%이다. 이 경우 학자금이 지원이 이뤄진다.
반면 학자금 지원과 의무이행 기간이 모두 없는 유형도 있는데, 이때 별도 정원으로 입학한 모든 학생이 지역정원으로 선발된다. 다만 이 역시 '졸업 후 현내 근무', '현내 의료에 공헌' 등은 명시하고 있다.
일본 지역정원제도의 의무이행률 자체는 낮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일본 전국의학부장병원장협회가 발표한 '2017년도 지역정원 입학제도 현황 조사'를 보면, 2017년 기준 전체 지역정원 합격자 2222명의 82.4%인 1841명이 의무이행 중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근무지를 보면 현내 대학병원 및 중심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가 90.5%로 대부분이었고 현내 중소병원에서 의무 복무를 이행하는 의사는 4.2%에 불과했다. 이를 고려하면 결국 의무복무 이행 중인 지역정원 의사의 75.9%가 의료취약지가 아닌 지역에서 근무했다.
개인 인권 침해 등 위헌적 요소 다수
의료계가 대표적으로 지역의사제를 반대하는 이유는 위법과 위헌 소지에 따른 것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최근 발의된 '국립공주대 의과대학 설치에 관한 특별법'에 대한 반대 의견서에서 지역의사제 도입 조항이 장기 의무복무 강제로 인해 위법과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고 했다.
학비 지원을 통해 의대 졸업 후 의사의 10년 장기 의무복무를 강제하는 것은 외국에 비해 현저히 복무기간이 많아 중간 탈락자가 속출할 가능성이 매우 크며 이로 인해 여러 가지 법적 분쟁의 가능성이 있다. 또한 10년이라는 장기 의무복무는 직업수행 자유의 과도한 침해, 비례원칙, 거주지 이전 자유 침해 등의 개인 인권 침해 등 위헌적 요소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지역 간 의료 격차 발생 등의 근본적 원인에 대한 해결 없이 단순히 의사수를 늘리고 학비 등 비용지원을 근거로 의무복무를 강제하는 것으로써 실효성을 기대할 수 없다
비용을 지원하다고 해서 의무복무 기간이 종료된 이후,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의료 기반과 지역 인구 감소 등에 따른 정상적 의료기관 운영이 곤란하다. 교육·주거 등 주 여건이 열악한 지역에서 계속해 의사들이 활동할지 여부가 불명확한 것이 현실이다.
대안으로 의협은 "현재의 의사인력과 의사 교육시스템의 범주 내에서 의대 교육과정을 변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공중보건과 지역의료 등에 대한 교육 커리큘럼을 강화하고 지역 의료기관에 대한 행정·재정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 역시 "지역의사제 전형으로 선발된 의사는 면허 취득 후 10년 동안 의무적으로 지역 필수의료 분야에 종사해야 한다. 그런데 그 기간에서 군 복무 기간은 빠지지만 수련 기간은 포함돼 있다. 인턴과 전공의만 해도 4~5년의 기간이 소요되고, 전문의 취득 후 전임의 과정까지 밟게 되면 남은 의무복무 기간은 3~5년 정도에 그친다"라고 지적했다 .
문제는 의무복무 기간이 종료된 이후 왕성한 활동력과 숙련도를 갖춘 의사들의 상당수가 해당 지역을 떠나 대도시로 이동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지역의사제는 10년 동안 숙련된 필수 의료 분야 종사 의사들을 대도시에 대량 공급하는 제도로 전락한다.
지역의사 부족은 의사 부족 문제가 아니다
지역별 의료서비스 격차의 발생 원인은 의사의 부족이 아니다. 의료 취약지역의 교육 환경과 같은 기본 인프라의 부족, 의료서비스를 공급하는 의료기관과 의료 인력에 대한 보상 기전의 미비일 뿐이다.
우리나라는 전국에 보건소, 보건지소 등 공중보건 시스템을 갖춘 모범적인 국가다. 병원 시스템도 정부재정 투자를 하지 않고도 사회적 책임을 가진 비영리법인 병원으로 충분한 병원과 병상을 갖췄다. 정부가 활용할 수 있는 공중보건 의사도 2000명이나 있다. 이러한 기반에 따른 공공의료 정책은 인력양성보다 지방의료원 등 필요한 기관에 재정투입이 더 시급하다.
2010년까지 지방의료원과 취약지 거점병원에 병원당 3~5명의 공중보건전문의가 배치됐으나 의학전문대학원이 도입된 이후 2015년부터 1~2명으로 감소했다. 2015년부터 대부분의 대학이 다시 6년제 의과대학으로 전환했으므로 2026년부터는 공중보건의사 특히 전문의사가 2010년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지역의사를 추진한다면 의대 교육과 전문의 수련교육이 끝나고 배치할 수 있는 2030년 이후에는 공중보건 전문의사가 충분히 공급되는 시기이므로 지역병원에서 지역의사를 필요로 할지 의문이다.
실제로 1970년대 말에 시작한 공중보건 장학의사가 전문의 수련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배출된 1990년대 초에는 지역병원에서 충분한 수의 공중보건의사가 활동하고 있어서 공중보건장학의사를 요청하는 병원이 적었다. 그 후 공중보건장학생 인원을 대폭 축소하면서 제도를 중단했다. 지역의사 양성 후 같은 현상이 예상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국민은 헌법에 따라 직업 선택과 행사의 자유를 가지며 행복추구권이 있다. 지역의사제도는 국가는 최소한 졸업 후 근무지역과 근무형태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사전고지하고 학생들이 사전에 알고 준비하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다.사전에 고지되지 않은 기관에 근무할 것을 조건으로 학생을 선발하고 장학금이란 명목으로 지원하기 때문에 위헌의 소지도 있다. 지역의사제에 대한 국회 법률적 타당성 검토를 보다 신중해야 한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메디게이트뉴스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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