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0.04.20 11:06최종 업데이트 20.04.20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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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세계 원격의료 ‘급물살’…기술의 한계와 의학적 원칙 훼손 부작용도

미국‧영국 등 지원 늘고 규제 풀려…일본‧이탈리아 등 기술 부족으로 실효성 문제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원격의료가 급물살을 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디지털 기반 비대면 산업을 적극 육성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포함된 산업은 비대면 의료서비스와 더불어 재택근무, 원격교육, 배달유통 등이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우리는 이미 비대면 산업의 발전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이에 정부는 비대면 산업을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 기술과 결합한 기회의 산업으로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일본 등 원격의료 확대가 트렌드?…미국, 원격 의료로  80개 이상 추가 서비스 제공
 
전 세계적으로도 코로나19 사태 이후 원격의료 도입이 빠른 추세로 확대되고 있다. 11일 국제학술지 란셋(Lancet)에 게재된 보고서(Virtual health care in the era of COVID-19)에 따르면 미국, 캐나다, 영국, 이탈리아, 독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다양한 국가에서 원격의료 지원이 늘어나고 규제가 풀리는 추세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세계 원격의료 시장은 2021년 약 50조원에 달할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중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미국은 원격의료 확대에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시장조사 전문기관 아이비아이에스월드(IBIS World)에 따르면 미국 원격의료 시장 규모는 2019년 약 2조9000억원에서 2022년까지 연 9.8%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약 3조 4000억원 규모의 성장세다.
 
구체적으로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의료장비의 사용과 관련한 원격의료 지침을 새롭게 발표했다. 원격의료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고 특정 모니터링 장치에 대한 사전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수정 지침의 핵심 내용이다. 이로써 스카이프 등 화상전화 통신기술 등을 통한 의료행위가 허가됐고 주 면허와 관계없이 미국 전역에서 원격의료가 이뤄지고 있다.
 
특히 미국 연방보건기관인 메디케어메디케이드서비스센터(CMS)는 원격 의료를 통해 80개 이상의 추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시민들은 오디오와 비디오 기능이 있는 대화형 어플(app) 등을 사용해 임상의와 상담을 진행하고 광범위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미국 뉴욕주 로체스터 대학 의료센터 소장 인 레이 도지 (Ray Dorsey)는 란셋을 통해 “미국에서 환자의 대부분의 상담이 사실상 가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지난 몇 주 동안 원격의료는 10배가 증가했다. 이는 미국 보건의료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가장 큰 변화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 이후에도 이 같은 상황이 유지될 것인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일본당국도 코로나19 사태에 한시적으로 초진부터 온라인 진료를 허용키로 했다. 13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일본 의료계는 감염 위험성을 줄이기 위한 정부의 조치에 찬성입장을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도 크게 상황이 다르지 않다. 영국 옥스퍼드대학 학제간 연구 공동 책임자인 트리샤 그린할프(Trisha Greenhalgh)에 따르면 최근 2주동안 원격의료 활용이 스코틀랜드에서 1000%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린할프는 "코로나19 사태가 영국 의료 상황을 급격하게 변화시켰다"며 "원격의료와 유사한 방식으로 영국 헬스케어가 변모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Lanset, 'Virtual health care in the era of COVID-19'
 
기술적 한계‧의료 질 하락 등 부작용 우려…“코로나19 끝나면 원격진료도 종식”
 
반면 원격의료 확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일본의 경우, 당장 원격의료에 참여할 수 있는 의료기관 수가 적다는 점에서 실효성 문제가 제기된다. 일본 후생노동성 조사에 따르면 바로 원격의료를 실행할 수 있는 준비가 완료된 의료기관은 1000개 정도로 일본 전체 의료기관의 1% 수준이다.

이에 대해 현지 언론들은 원격의료 시스템 투자가 부족해 현실적으로 원격의료가 제한적이라고 비판하는 상황이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원격의료가 제대로 된 진단을 내리기 어렵다는 일본의사회 등의 반발로 인해 그동안 원격의료 확대에 부정적 태도를 보여왔다. 

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급속도로 확진자가 늘어난 이탈리아는 20개 지역 모두 원격진료 지침을 실행 중이지만 디지털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기술 부족 사태도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이탈리아 개인병원 네트워크 'GVM 케어&리서치(Care & Research) 정보책임자 엘레나 시니(Elena Sini)는 병원에 필요한 원격의료 하드웨어와 기술 리소스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엘레나 시니에 따르면 이탈리아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유선에서 90%, 모바일 네트워크에서 40% 증가한 원격의료 수요로 인해 공급망이 끊어지고 대역폭 용량이 부족해지는 등 하드웨어와 관련 기술 등이 부족한 상황이다.
 
대면진료라는 의학적 원칙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된다. 비대면 진료를 통해 임상치료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에릭 토폴 미국 스크립스연구소장은 "갑작스런 원격의료로 인해 임상 치료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며 "원격의료는 편리하지만 인간의 판단력과 의사소통 능력을 모두 갖춘 대면 진료와 검사와 같을 수는 없다. 코로나19 사태에서 우리는 진료의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우리나라도 전화처방 수준에서 원격의료 확대를 멈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부는 2월 24일 가벼운 증상의 환자는 의사 판단에 따라 전화상담과 처방 등을 처방할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이에 더해 정부는 화상진료 실행 방안도 준비 중으로 준비된 의료기관부터 차례로 실행하게 될 예정이다. 

우리나라는 전화 진료 시작부터 현재까지 청구가 8만건에 육박했다.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19일 오후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언제까지 진행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전화상담·처방·진료의 종료시점은 아직 논하기 이른 시기라고 생각한다”며 “시행 초기인 3월까지는 전화상담·진료에 대한 비용 청구건이 2만6520건이었다. 이후 빠른 속도로 청구건수가 늘어나 3월 31일부터 4월 6일까지 한주간 5만1000건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의협  안덕선 의료정책연구소장은 “방역차원에서 비대면 진료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수 있다”며 “그러나 코로나19가 끝난 이후엔 원격진료의 필요성과 효과, 문제점 등이 정부차원에서 철저히 검증돼야 한다”고 말했다. 안 소장은 “우리나라처럼 의료 접근성이 좋은 국가는 원격진료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결국 비대면 진료가 갖는 한계로 인해 원격진료 확대는 힘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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