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4.09.03 08:20최종 업데이트 24.09.03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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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착오적인 개원면허제, 의료개혁 아닌 또다른 의대생·전공의 겁박 수단

[칼럼] 안덕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장·고려대 명예교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정부 산하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최근 ‘개원 면허제’ 도입을 위한 공개토론회를 개최했다. 보건복지부 의료인력혁신과장은 "환자의 안전을 고려했을 때 6년간 의대 교육 과정만 이수하고 바로 독립적으로 개원하거나, 진료할 경우 환자 안전이 우려된다는 말을 의료계에서도 많이 해왔다"며 "과거에 대한의학회나 한국의학교육평가원 등에서도 수련 제도와 연계해 진료면허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제도가 언제, 어떤 절차를 거쳐 도입될 예정인지와 개원 면허제도가 갖는 복합적 고려 요소에 대한 내용은 찾아보기 어렵다. 다만 환자의 안전을 위한 제도라고만 표현하고 있다. 진료면허로 표현되는 2년간의 임상 수련제도는 의학교육 관련기관에서 제기됐던 문제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시대착오적인 관료 관리의 면허제도에 대한 개편의 필요성에 대한 요구이기도 하다. 수련 혁신이나 투자 강화를 통해 수련다운 수련이 되도록 조치할 것이라는 정부의 주장에 이는 지극히 행정 관료적 표현이며, 특히 우리나라 정부다운 수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갑툭튀 개원 면허제 지나친 시대착오적 발상
 

이런 요구를 보면서 “왜, 진작에 면허기구의 설립 검토와 더불어 논의되지 못했을까”라는 딱한 생각도 든다. 개원면허제라면 우선 개원에 필요한 역량은 무엇인지, 그 목적이 환자의 안전성이라면 보다 구체적인 내용이 정리돼 제시돼야 한다. 의과대학 졸업 직후 개원이 늘어간다면 현재의 N수생 증가와 관련이 있는지 등 환자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가 무엇인지를 보다 명확하게 규명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개원을 위한 독립적 진료 역량을 우려한 것이라면 개원에 필요한, 그리고 독립적 진료에 필요한 역량이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도출해 내는 것이 필요하다. 솔직히 말하면, ‘개원 면허’란 단어 자체가 매우 시대착오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차리리 ‘독립진료 허가’라는 표현이 더 적절해 보인다.
 
현재의 학생 임상실습은 학생에 대한 어떤 신분보장도 확실하지 않고 지도교수의 감독하에 진료가 허락되는 형태인데, 이 부분도 보다 더 강화된 확실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임상 실기시험도 시행되고 있으나 면허법을 변경하는 어려움 때문에 애당초 인턴 수료 후 실기시험 주장이 졸업 시점에서 필기와 실기를 한꺼번에 통과하는 제도로 변경됐다. 임상실습을 개선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한 실기시험은 오히려 마지막 학기를 실기시험 준비로 낭비되는 우려가 그대로 예상치 못한 현실이 됐다. 정부의 개원면허라는 단어는 아마도 의과대학 졸업 시점에서 전개되는 ‘Transition Years’에 대한 교육인데, 보다 명확한 목적 설정과 교육 과정이 설계돼야 한다.
 
행정명령으로 통제하기 바쁜 K-의료정책
 

행정관료의 과도한 열정의 이른바 ‘정책적 조루증’은 의학교육에 대한 전문지식 없이 또 하나의 규제로 학생과 젊은 의사들의 반발만 일으킬 것 같다. 이 제도가 정착하려면 우선 학생 실습과 실기시험, 그리고 이에 따른 면허제도 개편, 졸업 전, 후 임상 훈련에 관한 프로그램 평가인증, 실기시험의 개편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개원 면허를 위한 2년의 수련을 지금처럼 잡일이나 의사로서 고등사고 능력이 결여된 단순 근로의 반복이 돼서는 안 된다.

이미 인턴 직무의 약 60% 정도가 잡무라는 평가가 의미하듯 졸업 시점의 모든 교육에 대한 검토와 이에 따른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개선 방안이 제시돼야 한다. 행정관료의 생각에 이런 것들이 불과 몇 개월에 걸쳐 진행되는 의료개혁특별위원회나 분과회의에서 쉽게 결정될 수 있다는 생각은 정책 실패를 담보하는 지름길이라고 생각된다. 특별위원회의 수장도 일반인이요, 분과위원장도 임상을 다룬 전문가가 아니다. 이 분야의 경우라면 의학교육과 임상과의 전문성을 함께 겸비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졸업 후 수련에 대한 정책이 이미 의학교육 관련 기구에서 논의된 적은 있으나 기존 면허제도에 대한 변경은 보건복지부가 극히 꺼려했던 사안이었다. 면허기구 설립과 면허제도 변경에 대한 완고한 입장에서 더 이상 깊이 있는 진전은 없었다. 그러나 무엇이 급해 갑자기 면허제도 변경, 교육제도 변경, 시험제도 변경 등이 따르는 이 의제를 서두르는지 그 이유가 궁금하다. 아마도 사직한 전공의나 휴학한 학생을 겨냥한 또 하나의 ‘겁박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
 
단순 면허 통제는 개혁 아닌 또 다른 겁박 수단

 
의사가 2년의 졸업 후 교육이 필요하다면 치과의사나 한방 의사, 간호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간호사는 별도의 면허 없이도 전공의를 대체한 의사 보조 역할을 하는 법안도 통과시킨다는데 여기에는 과도한 형평성의 문제가 있다. 영국의 경우 졸업전 1년, 졸업 후 1년, 총 2년의 ‘Foundation Year’ 과정을 밟아야 한다. 이후에 비로소 GP를 위한 3년의 전공의나 전문의가 되기 위한 긴 세월의 전공의 과정에 입문할 수 있다. 별도로 ‘개원 면허’라는 또 다른 면허는 존재하지 않는다. 캐나다의 경우에도 졸업 후 1년 이후 ‘단독진료가 가능’한 개념의 면허를 받는다.

과거의 ‘General License’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다. 영국도 우리나라의 인턴이나 최종 학년 학생 실습 개선을 위해 반 백년 넘게 외쳤으나 결국 강력한 프로그램 평가가 도입한 후부터 개선되기 시작했다. 호주도 1년의 인턴 과정에 대한 평가인증을 한 후에 개선됐다고 한다. 일본은 맥아더 장군이 존재하지 않았던 인턴제도를 주문해 1960년대 도입했으나, 미국식 인턴 경험을 한 교수가 없고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실시한 인턴제도로 인해 결국 동경대의대 인턴의 집단행동으로 1980년대에 폐지됐다. 이후 의사의 기본적 역량에 대한 문제점을 실감한 일본 의료계는 졸업 후 임상 수련 2년을 의무화해 실시했으나, 결과적으로 2년 과정에 대한 교육설계의 결여, 정부 지원의 문제 등으로 초창기에 정착되지 못하고 표류한 바 있다.

2년 과정의 임상 수련을 첫 1년 과정의 반복적인 실시의 시행착오로 인해 수련생들의 반발과 원성이 매우 높았다. 지금은 첫해 1년은 ‘내, 외, 산, 소’ 기본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2년 차에는 자신의 진로에 맞춰 내과계, 외과계, 산부인과계 등 계열별로 맞춤형 수련을 받는다.
 
올바른 정책은 합리적 설계와 재정투자 동반돼야 가능
 

일본의 사립의대 정부지원금은 2002년 기준 연간 평균 176억 원 이상이다. 학생 1인당 평균 교육비는 약 2억 원 규모라고 한다. 사립의대는 수업료가 국공립 의대의 10배 이상이다. 2004년부터 시행된 졸업 후 2년 임상수련 의무화에 소요되는 예산은 2004년 후생노동성 171억 엔, 문부과학성 34억 엔으로 현재 기준으로 총 200억 엔을 휠씬 초과할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 정부는 속칭 손 안 대고 코 푸는 선수격 이어서 행정명령이나 공문으로 임상실습이나 수련을 잘 시키라고 할 것 같은데, 교육은 말처럼 그렇게 쉽게 변하지도 그리고 성과측정도 쉽지 않은 분야다. 특히 졸업 시점에 제공되는 졸업 후 임상수련제도는 학생 임상실습과 더불어 의학교육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경험이 적을수록 감독과 지속적 환류, 그리고 적절한 임상 노출이 필요한데 교육의 경우 매우 높은 노동집약적 측면이 존재한다. 특정과에 속하지 않은 이들을 위한 별도의 구조와 체제를 갖추지 못하면 실패하기 쉬운 것이 교육이다. 차라리 전공의 교육은 연차가 올라가면서 시간적 효과가 있어 졸업 직후 초년생을 위한 교육보다는 용이한 측면이 있다.
 
주먹구구식 급조한 정책은 환자 안전과 교육 체계만 망쳐
 
‘진료 면허제’든 ‘개원 면허제’든 간에 절차적 정당성을 갖자면 제도 도입이 실패하지 않도록 첫째 면허제도 변화에 대한 목적이 분명하고, 둘째 어떤 교육이 제공되고 정부 지원은 어떻게 할 것인지 분명한 제시가 있어야 하고, 셋째 교육프로그램에 대한 평가인증과 넷째 실기시험 변경, 다섯째, 의과대학생과 전공의에게 충분한 사전 공지가 있어야 한다.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의과대학생 입학 시점에 공고한 후 교육 개편에 대한 충분한 준비기간이 부여돼 의과대학 5학년 시점에 도입해 인턴 기간을 연장하지 않더라도 2년의 임상 수련을 받게 하는 것도 한 방편이다.

단, 정부 지원에 의해 임상 수련의 급여, 임상지도를 담당할 의사들의 임상 수입을 보상하는 인건비와 교육프로그램에 필요한 교육 전공 직원과 행정직원의 인건비, 교육 관련 행사비와 시설 설비에 대한 보상이 시범사업을 통해 충분히 선행돼야 한다. 일본을 참고하면 적어도 정부의 수련 혁신은 최소 연간 1000억 원 이상의 정부 재원이 투입돼야 할 것으로 계산된다. 환자 안전이 목적이라면 큰 예산은 전혀 아닌데 전공의 예산은 별도다.
 
지금도 저개발 국가나 선진국이어도 졸업 후 즉시 단독진료를 허용하는 나라들이 많다. 솔직히 졸업 후 임상수련 2년의 의무를 갖는 나라는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미국도 주마다 달라 졸업 후 3년간 전공의 과정을 수료해야 단독진료를 허용하는 주도 있으나 여전히 졸업 후 직접 단독진료를 허용하는 주도 있다. 한 나라의 사회적 요구와 무관할 수 없는 제도인데 이미 OECD 주요 의료성과지표가 매우 높은 우리나라에서 이 제도의 시급성은 과연 어디에서 발생한 것인지 신중한 재고가 필요하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메디게이트뉴스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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