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12.30 08:03최종 업데이트 22.12.30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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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없는의사회, 임상시험으로 혁신적 약제내성 결핵 치료법 효과 입증

7개 지역 552명 대상 90% 이상이 효과...WHO 약제내성 결핵 치료 가이드라인 개정


국경없는의사회는 결핵 관련 임상시험 ‘TB-PRACTECAL’의 고무적인 성과로 세계보건기구의 약제내성 결핵 치료 가이드라인이 개정돼 해당 치료법을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고 29일 밝혔다.

저명한 의학 학술지인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NEJM)'에 해당 임상시험에 대한 논문이 게재됐으며, 동료심사(peer review)를 거쳐야 하는 의학 학술지에는 처음으로 TB-PRACTECAL 임상시험 결과가 게재된데도 그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임상시험은 효과 및 안전성 보고를 위해 최초로 다국가에서 진행됐으며 무작위 대조군 임상시험의 형태로 이뤄졌다. 임상시험으로 입증된 이 혁신적인 약제내성 결핵 치료법은 6개월간 경구약을 투약하는 완전 경구 요법으로 기존 치료법보다 더욱 안전하고 효과적인 것이 입증됐으며 치료기간도 단축됐다. 해당 논문에 따르면, 임상 참가자 90% 이상이 효과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TB-PRACTECAL 시험 책임자 베른 토마스 은양와(Bern-Thomas Nyang’wa)는 "까다로운 동료심사 과정을 거쳐 마침내 임상시험 결과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NEJM)에 게재돼 정책입안자뿐 아니라 의료진이 TB-PRACTECAL 치료법을 사용하기로 결정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평했다. 

그는 "결핵에 대한 새로운 치료법은 반 세기 이상 발견되지 않았다. 이는 결핵이란 질병이 치료를 위한 충분한 자원을 갖춘 이들에게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치료 여력을 가진 이들과 그렇지 못한 이들 간의 공백을 메우고자 이 임상시험을 시작했다. 이제는 이 치료법을 필요로 하는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임상시험은 2021년 3월 총 552명의 시험대상자 등재를 마친 후 벨라루스, 남아프리카공화국, 우즈베키스탄 내 7개 지역에서 진행됐다. 현재 국경없는의사회가 활동하는 5개국에서 40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신규 치료법을 시행하고 있으며 2023년에는 추가적으로 8개국에서 해당 치료법을 도입할 예정이다.

2017년 시작한 TB-PRACTECAL 프로젝트를 통해 현지에서 시행되는 표준 치료법과 세 가지 새로운 치료제 조합을 비교하는 시험이 이뤄졌다. 세 가지 조합 모두 표준 치료법과 비교했을 때 긍정적인 효과를 보였다.

이 중 가장 효과적이고 안전한 요법으로는 베다퀼린(bedaquilne), 프레토마니드(pretomanid), 리네졸리드(linezolid), 목시플록사신(moxifloxacin) 약제의 병용치료 요법으로, BPaLM 요법이라고도 불린다. 치료 기간은 6개월이다. TB-PRACTECAL 임상시험에서는 베다퀼린, 프레토마니드, 리네졸리드을 병용하는 ‘BPaL’ 요법과 베다퀼린, 프레토마니드, 리네졸리드, 클로파지민(clofazimine)을 병용하는 ‘BPaLC’ 요법에 대한 시험도 이뤄졌다.

베른 토마스 은양와는 "TB-PRACTECAL 프로젝트는 9년 전 시작됐다. 더 이상 기다리고만 있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기존 요법의 기간이 길 뿐더러, 심신적으로 부담이 되고 부작용도 심해 치료과정이 결핵이란 질병 자체보다 고통스럽다는 환자가 많았다. 효과성 또한 치료를 받은 두 명 중 한 명만 완치될 정도로 낮았다. 반면 BPaLM 요법은 완치율이 89%인 데 더해 더욱 안전하고 치료기간도 짧으면서 덜 고통스럽고 복용해야 하는 알약 수도 적다"고 설명했다.

임상 2·3상 결과 BPaLM 요법은 항결핵약제 리팜피신(rifampicin)에 내성이 있는 결핵 환자에게 매우 효과적이었으며, 현 표준 치료법보다 안전했다. 일반 결핵 치료를 받던 대조군의 52%만이 완치된 반면 BPaLM 비교군은 환자 89%가 완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BPaLM 대조군은 일반 치료 대조군에 비해 부작용이 덜 나타난 것으로 확인됐다. BPaLC와 BPaL 요법 또한 일반 치료법보다 상당히 나은 효과를 보였다.

결핵 완치자인 압디라크만(Abdirakhman, 24세)은 "결핵에 걸렸다는 것을 알게 됐을 때, 처음엔 이게 현실이 아닐 것이라 생각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수학을 전공하는 학생인데 결핵 판정을 받고 학업을 중단해야 했다. 약제내성 결핵 진단을 받았을 때 정말 참담했다"라며 "그러다가 국경없는의사회의 임상시험에 참가하게 됐고 2년짜리, 6개월짜리 치료 중 6개월간 치료를 받는 집단에 무작위로 배정됐다. 치료가 힘들 때도 분명 있었지만, 2년이란 긴 시간 동안 치료를 받는 것보다 나았다. 이제는 치료를 마치고 학업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새로 개발된 치료법은 매해 발생하는 약 50만 명의 약제내성 결핵 환자에게 한줄기 희망이 되어줄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현재 6개월 BPaLM 요법을 시행할 시 국제의약품기구(Global Drug Facility)에 제공되는 최저 가격은 미화 600달러로, 국경없는의사회가 촉구하는 500달러 가격 상한보다 높다.

제약회사 존슨앤존슨(Johnson&Johnson)이 상당한 정부 보조금 및 인도적 지원금을 받아 개발한 결핵 치료제 베다퀼린은 6개월분이 최저 270달러로 책정돼 있는데, 연구에 따르면 102달러로 판매해도 이윤을 충분히 남길 수 있다. TB-PRACTECAL에서 연구한 세 가지 치료제 모두 현재 시행되는 표준 치료법에 비해 치료 비용을 현저히 낮출 수 있다.

국경없는의사회 필수의약품 접근성 강화 캠페인 소속 약사인 크리스토프 페린(Christophe Perrin)은 "기존 치료제보다 더욱 안전하고 효과적인 BPaLM 치료제는 결핵 환자의 삶을 완전히 바꿀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가격이 낮다는 전제 하에만 가능한 일이다. 베다퀼린 개발에 상당한 규모의 공적 자금이 투입됐다"라며 "국경없는의사회는 존슨앤존슨이 베다퀼린의 가격을 인하해 환자가 6개월간의 약제내성 치료를 500달러 이하로 받을 수 있게 하길 촉구한다. 이 치명적인 질병으로 너무 많은 생명의 불씨가 꺼졌다. 이제 전 세계 결핵 환자들이 더욱 안전하고 기간도 단축된 치료를 하루빨리 합리적인 가격에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솔 기자 (sim@medigatenews.com)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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