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4.02.28 03:13최종 업데이트 24.02.28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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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전문 변호사도 "'진료유지명령'은 처음 듣는다...헌법·근로기준법 무시하고 기본권 제한하긴 어려워"

"없던 진료유지명령 용어 만들어 오히려 정부가 불법 자행…법적 해석 아닌 정치의 영역"

정부는 인턴과 레지던트 등 병원을 떠나는 의료인에 대해 진료유지명령, 업무개시명령 등 공문을 발송하고 있다.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진료유지명령이란 용어는 변호사 생활 중 처음 듣는다." (법무법인 세승 한진 변호사) 

"오히려 국가가 불법을 자행하고 있다." (법무법인 오킴스 조진석 변호사)

정부가 새롭게 발표한 진료유지명령이 의료전문 변호사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수련병원 측과 계약서 작성을 하지 않은 의료인에 대해서도 의무적으로 계약서 작성을 종용하거나, 병원을 떠날 수 없도록 강제하기 때문에 법률적으로 위법 논란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또한 전공의 재계약 포기금지 항목이 의사의 직업 선택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보건복지부 박민수 2차관은 27일 정례브리핑에서 "(진료유지명령이 전공의들의)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데, 이미 법적 검토를 마쳤고 현행 의료법 체계에서 충분히 명령이 가능하다는 자문을 받았다"며 "기본권은 공익이나 사회질서 유지를 위해 일정 범위 내에서 제한이 가능한 부분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법무법인 세승 한진 변호사는 진료유지명령 자체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한진 변호사는 이날 메디게이트뉴스를 통해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진료유지명령이란 용어는 처음 들어본다. 아마 정부 입장에서 근로계약서 자체를 쓰지 않고 전공의가 내정된 상태에서 근로계약이 체결됐다고 보기에는 법률적으로 무리가 있고, 이들이 업무개시명령 대상도 아니라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변호사는 "진료유지명령 자체가 헌법이나 근로기준법 등은 일단 다 무시하고 기본권을 제한하겠다는 개념이다. 법률적으로 일리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정부가 법적 검토를 마쳤다고 하지만 결국 법원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고 많은 변호사들이 실제로 기본권 제한이 가능한 것인지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계약 갱신 거부에 대해선 법률적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게 변호사들 사이의 공통된 입장"이라며 "정부 입장에서도 이런 부분을 고민하다가 진료유지명령이 뒤늦게 발표된 것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법무법인 오킴스 조진석 변호사는 오히려 정부가 불법을 자행하고 있다고까지 강하게 비판했다. 

조 변호사는 "병원 재계약까지 정부 명령으로 규제하는 것은 국민의 사적 영역까지 국가가 중대하게 침해하는 문제로 위헌적 요소가 다분하다"며 "의료법 제59조 1항을 근거 조항으로 언급하고 있지만 해당 조항 어디에도 명령을 준수하지 않은 의료인에 대한 처벌 근거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분명 근로자는 의사에 반해 강제 노동을 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돼 있다. 그런데 정부가 이런 내용을 모두 무시하고 진료유지를 명령한다는 것은 오히려 국가가 불법을 자행하는 처사"라고 덧붙였다.  

그는 공익을 위해 진료유지명령으로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정부 주장에 대해선 "헌법에 따라 기본권을 법률에 의거해 제한하는 것이 가능은 하다. 그러나 진료유지명령은 의료법상 근거도 분명하지 않고 행정명령 방식으로 기본권인 직업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분명한 위헌"이라고 강조했다. 

복지부가 제시한 '정당한 사유 없이'라는 문구도 법률적으로 입증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또 다른 의료법 전문 변호사는 "복지부가 너무 법률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있는 듯하다. 헌법과 근로기준법이라는 법률도 분명히 있고 판례도 존재하기 때문에 정당한 사유라는 입증이 어려울 뿐더러, 입증이 설령 된다고 해도 그 이후 종합적인 법리적 해석이 사법부에서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법적 해석과 별개로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이는 정치의 영역"이라며 "결국 기본권이 충돌하다 보니 헌법재판소로 가게 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이번 사태가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제한할 정도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고 각 개별사안들을 모두 판단해야 해서 어려운 문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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