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MACE 감소, 체중 감소 이상의 효과 시사…비만, HFpEF 환자의 동반 질환 아닌 근본 원인 확인
[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가 SELECT 임상시험의 초기 연구 결과를 공개한 지 3개월 만에 추가 데이터를 발표하며 위고비(Wegovy, 성분명 세마글루티드)의 심혈관 혜택 근거를 더했다. 미국심장협회(AHA 2023)에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위고비는 주요 심혈관계 사건(MACE) 위험을 20% 줄였고, 심혈관 평가변수 전반에서 유익한 효과가 일관되게 나타났다. 앞서 유럽심장학회(ESC 2023)에서 발표된 연구결과에서는 심부전 관련 증상과 신체 기능을 개선시켰다.
15일 메디게이트뉴스는 SELECT 임상시험과 함께 최근 발표된 연구 결과를 중심으로 위고비의 심혈관 혜택 데이터를 살펴봤다.
위고비는 주 1회 주사하는 GLP-1 수용체 작용제로, 체중 감량 및 체중 유지를 포함한 체중관리를 위한 칼로리 저감 식이요법 및 신체 활동 증대의 보조제로 국내외에서 허가를 받았다.
SELECT: 비만약으로는 처음으로 심혈관 위험 줄여, 2024년 적응증 확대 기대
최근 AHA에서 발표되고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NEJM)에 동시 게재된 SELECT 주요 결과에 따르면 위고비 투여 시작 직후부터 MACE 위험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체중 감소를 넘어서는 효과가 있음을 시사했다. 비만약으로 심혈관 질환 위험을 줄인 것은 위고비가 처음이다.
SELECT 연구는 당뇨병이 없는 과체중 또는 비만 심혈관질환 환자에서 MACE 위험 감소를 위한 표준 치료의 보조제로 위약 대비 위고비(세마글루티드 2.4㎎) 효능을 평가하기 위해 설계된 임상시험이다. 참가자 연령은 45세 이상, 체질량지수(BMI)는 27㎏/㎡ 이상이었으며, 환자의 약 66%가 당뇨병 전단계(A1c 5.7~6.4%)를 가지고 있었다. 성인 1만7604명이 등록했으며, 41개국 800개 이상 시험기관에서 실시됐다.
참가자들은 지질 관리, 고혈압 조절, 생활습관 관리 지침에 근거한 표준 치료와 함께 주1회 위고비 또는 위약을 투여받았고, 평균 40개월 동안 추적 관찰됐다.
이전에 보고된 탑라인 결과에 따르면 위고비는 위약 대비 최대 5년 동안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20% MACE 위험 감소 효과를 나타냈다. 이번 연구 결과에서는 연령과 성별, 인종, 시작점 BMI에 관계없이 MACE 위험이 감소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MACE의 세 가지 구성 요소에 대한 분석 결과 비치명적 심근경색 또는 심장마비 위험은 위약 대비 28% 줄었고, 심혈관 사망 위험은 15%(시험 기간 동안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음), 비치명적 뇌졸중 위험은 7%(시험 기간 동안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음) 감소했다.
측정된 심혈관 평가변수 전반에 걸쳐 유익한 효과가 일관되게 나타났다. 확인된 2차 평가변수에서는 심혈관계 사망, 응급 심부전 방문 및 입원으로 구성된 복합 심부전 사건 위험이 위약 대비 18% 감소했고,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은 19% 줄었다. 심혈관 사망에 대한 결과는 임상시험 기간 동안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부가적인 2차 평가변수에서도 위고비가 혈압, 콜레스테롤, 혈당 수치를 낮추는 등 다른 심혈관 위험 요인에 유익한 효과를 보였다. 이 임상시험은 체중 감량 시험으로 설계되지 않았으나, 위고비 투여군은 평균 9.4%를 감량했고, 이는 시험 기간 내내 지속됐다.
또한 치료 시작 직후부터 MACE 위험 감소 효과가 뚜렷하게 관찰돼, 체중 감소에 따라 예상되는 것보다 더 빠르게 심혈관 효과가 나타났다. 이는 체중 감소만으로 위고비의 MACE 위험 감소 혜택을 완전히 설명할 수 없음을 시사한다.
이번 연구의 책임자인미국 클리블랜드클리닉(Cleveland Clinic) 마이클 린코프(Michael Lincoff) 박사는 "세마글루티드 2.4㎎이 당뇨병이 없고 BMI가 27 이상인 심혈관질환 고위험군 환자에서 심혈관질환 결과를 개선한다는 근거를 처음으로 확보했다"면서 "이 약은 심혈관 질환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입증된 과체중 및 비만 관리를 목표하는 첫 약물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심혈관 위험 상당수는 당뇨병과 무관하게 과체중 및 비민과 관련 있다"면서 "기존 심혈관 질환과 과체중 또는 비만이 있지만 당뇨병이 없는 환자에서 표준 치료에 매주 피하 세마글루티드를 추가하면 심혈관 결과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노보 노디스크는 이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BMI 27 이상이고 심혈관 질환이 확립된 성인의 MACE 위험 감소에 대한 적응증을 추가하기 위해 미국과 유럽연합(EU)에 위고비의 라벨 업데이트를 신청했다. 신청에 대한 결정은 2024년 내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STEP HFpEF: 비만치료제 사용한 첫 HFpEF 임상연구, "임상진료에 상당한 영향" 기대
8월 ESC에서 발표되고 NEJM에 동시 게재된 STEP HFpEF 연구에서는 비만을 동반한 심부전 환자에서의 혜택을 입증했다.
심부전 환자의 약 절반을 차지하는 HFpEF 환자 대부분 과체중 또는 비만이다. 최근 연구에서 비만과 과체중이 단순히 동반 질환이 아니라 HFpEF 발병과 진행에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근거가 늘고 있다. 비만 관련 HFpEF 환자는 특히 쇠약 증상(호흡 곤란, 운동 과민증, 부종)과 신체적 제한에 부담이 높고, 이는 종합적으로 삶의 질 저하를 일으킨다. 그러나 현재 비만 관련 심부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이 거의 없고, HFpEF 비만 표현형을 표적하는 승인된 치료제도 없다.
STEP-HFpEF 임상시험은 위고비가 체중 감소 외에도 HFpEF 비만 환자의 증상, 신체 제한 및 운동 기능을 크게 개선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설계됐으며, 아시아와 유럽, 북미, 남미 13개국 96개 기관에서 실시됐다.
참가자는 좌심실 박출률 45% 이상, BMI 30 이상, 심부전 증상 및 기능적 제한이 있는 HFpEF 환자로, 52주 동안 주 1회 위고비 또는 위약을 투여받았다. 529명이 참여했으며, 평균 연령은 69세였고, 시작 시점에 환자들은 상당한 정도의 심부전 관련 증상, 신체적, 운동기능 제한이 있었다.
1차 평가변수는 ▲심부전 관련 증상 및 신체적 제한을 측정하는 표준 척도인 KCCQ-CSS ▲체중의 베이스라인에서 52주차까지의 변화였고, 확인된 2차 평가변수에는 ▲6분 걷기 거리(6MWD) 변화 ▲사망 ▲심부전 발생 ▲KCCQ-CSS 및 6MWD 변화의 계층적 복합 평가변수 ▲C반응성 단백질(CRP - 염증 측정치)의 변화가 포함됐다.
연구 결과 1차 평가변수와 확인된 2차 평가변수를 모두 충족했다. 시작점에서 52주차까지 평균 KCCQ-CSS 변화는 위고비군 16.6점, 위약군 8.7점이었고, 체중 변화는 위고비군 -13.3%, 위약군 -2.6%였다.
연구 책임자인 미국 세인트 루크 중미 심장연구소 미하일 코시보로드(Mikhail Kosiborod) 박사는 "HFpEF와 비만을 앓고 있는 환자에서 위고비 치료는 위약에 비해 증상, 신체적 제한, 운동 기능을 크게 개선하고 염증을 감소시켰으며, 체중을 줄였고, 중증 이상 반응은 더 적었다"면서 "비만 치료제를 사용한 임상시험은 이번이 처음이며, 우리가 관찰한 혜택 규모는 HFpEF에서 어떤 약제를 사용했을 때보다 컸다. 특히 이 취약한 환자 그룹에 효과적인 치료법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는 임상 진료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코시보로드 박사는 "STEP-HFpEF 연구결과는 비만이 HFpEF 환자의 단순한 동반 질환이 아니라 근본 원인이며, 치료적 개입의 표적임을 분명하게 보여주기 때문에, HFpEF에서 비만의 역할에 대한 논의의 성격도 변화시킬 것이다"고 설명했다.
한편 위고비는 현재 미국과 덴마크, 노르웨이, 독일, 영국, 아이슬란드, 스위스에서 출시됐으며, 국내에서의 출시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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