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 연구팀 "의사 건강은 환자 건강에 영향…근무 형태 개선 및 지원 제도 마련 시급"
국내 소화기내과 의사의 번아웃(소진, Burnout) 증상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번아웃은 의욕적으로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지속적인 업무와 스트레스로 인해 신체적·정신적 피로감을 호소하고 무기력해지는 증상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나영, 장은선 교수팀은 지난해 4월부터 10월까지 국내 44개 기관에서 내시경 검사 및 진료를 하는 소화기내과 의사 222명을 대상으로 일과 삶의 불균형 정도, 의사들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 등을 분석하고자 진행한 연구 결과를 16일 발표했다.
의사들은 진료, 시술, 연구 등 여러 가지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데, 이러한 업무가 연속되다 보면 스트레스나 근골격계 질환은 물론 심혈관계, 소화기계 질환 등 다양한 건강 문제로 연결될 수 있다는 취지에서 진행됐다. 실제 본인의 업무와 일상생활 등 삶의 패턴을 2주 이상 매일 기입하도록 했다.
설문 응답지를 분석한 결과 2차 및 3차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국내 소화기내과 의사들은 평균적으로 주당 71.5시간 동안 업무를 하고 있었다. 다만, 남녀 간에 큰 차이는 없었다. 가사 및 육아 등 가정과 관련된 일에는 주당 16.6시간을 사용했는데, 여성은 20.7시간, 남성은 14.3시간으로 여성이 가정에서 소비하는 시간이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건강 상태에 대한 조사에서는 대상자 중 89.6%가 근골격계 통증을 경험한 적이 있으며, 소화기계 증상은 53.6%, 우울과 불안과 같은 정신적 증상은 68.9%에서 나타났다. 특히 근골격계 통증이 심하거나 내시경 시술을 많이 할수록(주당 60건 이상)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심각한 정신적 증상의 유병 비율이 유의하게 높았다.
222명 중 143명(64.4%)에서는 번아웃 증상이 관찰됐다. 이 중 여성에서는 70.4%로 남성의 59.7%에 비해 많았고. 30대 여성에서는 심한 번아웃 증상인 이인감(depersonalization) 증상까지 나타나기도 했다. 이인감은 자기 자신이 낯설게 느껴지거나 자기로부터 분리·소외된 느낌을 경험하는 것으로 사회생활 또는 대인관계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스트레스를 적절하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증상들은 직업만족도의 저하로 이어졌다. 특히 여성 의사들은 다시 직업을 선택한다면 의사가 되겠다고 답한 비율이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았고, 의사가 되더라도 소화기내과를 택하겠다고 응답한 비율 역시 낮았다.
분당서울대병원 김나영 교수(한국여자의사회 학술이사)는 “우리나라에서 소화기내과 의사, 특히 40대 이하 여의사들의 번아웃 증상이 심각하다는 사회적 문제를 밝혀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며 “의사들의 신체적·정신적 건강 문제는 환자들의 건강까지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의사들의 근무 형태를 개선하고 여의사의 지속적인 활동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한국여성과총에서 연구비 지원 및 한국여자의사회 주관으로 진행됐으며, 국제학술지(Digestive Disease and Science)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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