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항암제 치료의 포문을 연 두 신약이 바이오마커와 관련해 상반된 허가를 받으면서, 'PD-L1 발현율'을 반응 예측인자로 볼 수 있을지에 대한 팽팽한 논의가 오가고 있다.
이는 임상의들이 느낄 약제 선택에 대한 고민뿐 아니라 보험약가 협상 과정에서 비용효과성를 둔 격렬한 찬반논란이 예상돼 다수의 주목을 받는다.
해당 약제는 2일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로 허가받은 MSD의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와 이에 앞서 지난 달 1일 동일 적응증을 획득한 BMS-오노약품의 '옵디보(니볼루맙)'다.
두 약제는 항PD-1 계열 면역항암제라는 것과 흑색종에 이어 비소세포페암 2차치료 적응증을 추가 취득했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차이가 나는 것은 PD-L1(암세포에서 나오는 단백질 종류) 발현율을 바이오마커로 보느냐다.
키트루다는 'PD-L1 발현 양성' 진행성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로 허가 받았고, 임상 디자인도 PD-L1 발현에 따른 효과를 측정하도록 설계했다.
연구 결과, PD-L1 발현율과 관계없는 전체반응률(ORR)은 19.4%에 불과했지만, PD-L1 발현율이 50% 이상인 환자는 45.4%, 1~49%인 환자군은 16.5%, 1% 미만인 환자군은 10.7%로 발현율 50% 이상 환자에서의 높은 효과를 입증했다.
반면, 옵디보는 PD-L1 발현율과 상관없이 쓸 수 있도록 허가 받았다.
전이성 편평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도세탁셀과 비교한 임상 연구 결과, PD-L1 발현여부와 상관없이 사망률을 41% 감소시킨 것.
전체 생존 기간 중간값도 9.2개월(도세탁셀 6개월)로, PD-L1 발현군의 9.3개월과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상황이 이런지라 PD-L1 발현율이 과연 믿을만한 마커인지에 대한 논란은 가열될 수밖에 없다.
특히 두 약제의 임상에서 PD-L1 음성 환자도 약제에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나, PD-L1이 불완전한 마커라는 데에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
그럼에도 PD-L1 발현율이 현재 적용할 수 있는 가장 유망한 마커라는 게, 키트루다 개발사인 MSD와 일부 의사들의 의견이다.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김상위 교수는 "면역항암제는 약 20~30%의 환자에서만 반응이 나타나기 때문에 비용대비 효과 및 향후 보험급여 등을 고려했을 때 적합환자를 선별하는 기준이 중요하고 현재 PD-L1이 바이오마커로써 가장 유망한 후보"라고 피력했다.
MSD 항암제사업부 정헌 이사 역시 "현재 임상적으로 적용 가능한 마커는 PD-L1 발현율밖에 없다. 다른 마커는 개발이 덜 됐거나 자료가 불충분하거나 검사 가격이 너무 비싸다"면서 "PD-L1 발현율 역시 100% 완벽한 마커는 아니지만, 완벽한 바이오마커는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와 달리 PD-L1을 마커로 보는 데 부정적인 임상의들은 이것이 불완전한 존재라는 데 방점을 찍는다.
국내 의료진 대상 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미국 듀크대학교 메디컬센터 닐 레디 박사(Dr. Neal Ready)는 "PD-L1 발현율은 EGFR 변이처럼 명확한 기준이 되는 마커가 아니다. EGFR은 특이적이고 암 진행의 드라이버 역할도 하지만 PD-L1은 암의 염증성 상태에 대한 비특이적 요소이다보니 발현율에 따른 반응 기준을 세울 수 없다. 불완전한 마커"라고 강조했다.
닐 박사는 "단지 반응확률의 높고 낮음을 (다른 표지자와의) 연속선상에서 판단할 수 있는 상대적인 지표"라며 "향후 5년 내 1차 치료로 기존 항암제 대신 면역항암제를 사용할 환자를 찾는 데는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강진형 교수 역시 "PD-L1 발현율은 아직 신뢰할 수 없는 존재"라며 "회사마다 임상에서 다른 항체를 쓰고, PD-L1 발현율을 읽는 방법, 연구 디자인이 달라 차이가 난다. 또 여러 항암치료를 거치고 난 후 PD-L1 결과는 달라진다. 즉 PD-L1 발현은 다양한 치료제 사용으로 인해 변할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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