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대사 기능 장애 관련 지방간염(MASH,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GLP-1 수용체 작용제의 강력한 임상 데이터가 업데이트되면서, 제2형 당뇨병과 비만, 심부전에 이어 MASH에서도 GLP-1 계열 약물이 승인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GLP-1이 아닌 다른 계열 약물에서도 긍정적인 데이터가 나오면서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최근 열린 미국간학회 연례학술대회(AASLD 2024)에서 여러 제약사가 새로운 MASH 치료제가 간 섬유증을 크게 개선하고 간 지방도 현저하게 감소시킬 수 있다는 데이터를 공개했다.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와 바이킹 테라퓨틱스(Viking Therapeutics)가 대표적이다.
메디게이트뉴스는 최신 임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각 후보물질이 어떠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봤다.
세마글루티드 치료 후 32.8%가 지방간염 해소와 간 섬유증 개선 모두 달성
먼저 노보는 현재 진행 중인 3상 임상시험 ESSENCE의 파트1 결과를 발표했다. 파트 1에서는 MAS 및 중등도에서 진행된 간섬유화(2기 또는 3기) 환자를 대상으로 세마글루티드 2.4㎎을 주 1회 투여한 뒤 간 조직에 미치는 영향을 위약과 비교 평가했다. GLP-1 수용체 작용제인 세마글루티드는 현재 제2형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Ozempic)과 체중 감량 치료제 위고비(Wegovy)로 판매 중이다.
72주 차에 1차 평가변수를 분석한 결과 세마글루티드군의 62.9%가 간섬유화 악화 없이 지방간염이 해소된 반면 위약은 34.1%에 그쳤다. 지방간염 악화 없이 간 섬유증이 개선된 비율은 세마글루티드군 37.0%, 위약군 22.5%였다.
전반적으로 2차 평가변수에서 세마글루티드군의 32.8%가 지방간염 해소와 간 섬유증 개선을 모두 달성한 것에 반해 위약군은 16.2%에 불과했다.
연구 책임자인 미국 버지니아커먼웰스대(Virginia Commonwealth University) 아룬 산얄(Arun Sanyal) 박사는 "이번에 발표된 초기 데이터는 세마글루티드 2.4㎎이 MASH 진행을 늦추고 기존 간 손상을 회복시키는 것을 입증했다"면서 "ESSENCE 데이터는 미국 성인 20명 중 1명이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MASH 치료에 있어 환자들에게 중요한 결과를 제시한다"고 말했다.
세마글루티드는 1차 평가변수를 모두 충족했을뿐 아니라 2차 평가변수에서 사전 지정된 비침습적 검사(NIT)에서도 조직학적 개선을 보였다. 추가 데이터에서는 ALT(alanine aminotransferase)와 AST(aspartate aminotransferase), GGT(gamma-glutamyl transferase)를 포함한 간 효소와 간섬유화(ELF) 검사 결과가 개선된 것으로 확인됐다.
노보는 내년 상반기 미국에서 MASH 치료제로 규제 승인을 신청할 예정이다.
VK2809, 52주차에도 간 지방 함량 유의하게 감소…지질 개선 효과도 중요한 이점
바이킹의 VK2809 역시 MASH 환자 대상 2b상 VOYAGE 임상시험의 최종 결과에서 역시 1차 및 2차 평가변수를 성공적으로 달성하는 동시에 생검으로 확인된 MASH에 대한 베스트인클래스(best-in-class) 프로파일을 자랑했다.
VK2809는 경구용 갑상선 호르몬 베타 수용체(TRβ) 작용제다. 갑상선 수용체 작용제로는 마드리갈 테라퓨틱스(Madrigal Pharmaceuticals)의 레즈디프라(Rezdiffra, 성분명 레스메티롬)가 있다. 이 약은 3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첫 MASH 치료제로 승인 받았다.
연구 결과 VK2809는 1차 평가변수인 12주차 간 지방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요한 것은 52주차에도 VK2809 투여군((5㎎ 및 10㎎ QOD)의 간 지방 함량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감소했으며, 기저치 대비 평균 상대 변화율은 37%에서 55%에 달했다는 점이다.
간 지방이 30% 이상 감소한 환자 비율로 정의되는 반응률은 52주차에 64%에서 88%였으며, 모든 치료군에서 위약군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한 개선이 확인됐다.
2차 평가변수인 섬유증 악화 없이 MASH가 해결된 환자 비율은 63%에서 75%였으며, 위약군 29%에 그쳤다. MASH 악화 없이 섬유화를 개선한 비율은 44%에서 57%까지였고, 위약군은 34%였다. MASH 해소와 섬유증 개선을 모두 경험한 환자 비율은 40%에서 50%까지였고, 위약군은 20%에 불과했다.
이 외에도 VK2809군에서는 위약 조정된 LDL-C가 20%에서 25%까지 감소했고, 심혈관 위험과 관계 있는 중성지방 및 아포리포프로테인 B(ApoB), 지질 단백질(a)(Lp(a)), 아포리포프로테인 C-III(ApoC-III) 등이 감소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의대(University of California San Diego School of Medicine) 로히트 룸바(Rohit Loomba) 박사는 "VOYAGE 연구의 최종 52주 데이터는 MASH에서 VK2809의 치료 잠재력에 대한 강력한 근거를 제공한다"면서 "간 지방의 강력한 감소, 인상적인 MASH 해결률, 섬유증 개선은 환자들에게 매력적인 잠재적 치료 옵션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혈장 지질에서 관찰된 개선 효과는 잠재적인 장기 심장 보호 효과를 나타내며, 이는 중요한 이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에피모스페르민, 월 1회 투여로 질병 진행 빠르게 감소…내년 3상 돌입 예정
미국 보스턴 파마슈티컬스(Boston Pharmaceuticals)는 MASH로 인한 F2/F3 단계 섬유증 환자를 대상으로 월 1회 투여하는 지속성 FGF21 유사체인 에피모스페르민 알파(efimosfermin alfa, 구 BOS-580)에 대한 긍정적인 2상 데이터를 공개했다.
에피모스페르민은 대사 경로를 조절해 간 지방을 감소시키고 간 손상과 염증을 개선하며 MASH 환자의 간 섬유화를 역전시키는 인간 섬유아세포 성장인자 21(FGF21)의 장기 작용 변종으로 월 1회 피하 주사하는 약제다. 이전에 진행된 12주간의 2a상 연구에서 간 지방 함량, 간 손상 및 섬유화 지표, 대사성 바이오마커를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감소시켰고, 대사성 바이오마커가 개선된 것이 확인됐다.
이번에 발표된 데이터에서 에피모스페르민 치료는 24주 동안 섬유화 악화 없이 1단계 이상 섬유화를 유의미하게 개선시켰으며, 섬유화 악화 없이 MASH가 해결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에피모스페르민군에서는 연구 기간 동안 섬유증 바이오마커가 빠르고 유의미하게 개선됐으며, 간 손상 및 간 지방의 비침습적 마커가 유의하게 감소했다. 제2형 당뇨병이 있는 참가자의 당화혈색소 수치도 임상적으로 유의미하게 개선됐다.
미국 휴스턴메소티스드병원(Houston Methodist Hospital) 마젠 노우딘(Mazen Noureddin) 박사는 "이번 데이터는 에피모스페르민이 중등도에서 진행된 단계의 간 질환 환자의 질병 진행을 빠르고 현저하게 감소시킬 수 있고 내약성이 우수하면 월 1회 투약의 편의성을 제공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MASH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환자가 치료 요법을 유지하는 것이 필수다"고 말했다.
보스턴 파마는 F2 및 F3 환자를 대상으로 오픈 라벨 연장을 통해 2상을 계속 진행 중이며, 장기적인 안전성과 효능을 평가하기 위해 24주간의 추가 치료를 통해 에피모스페르민의 낮은 면역원성에 대한 추가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어 2025년 임상 프로그램을 후기 개발 단계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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