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중환자병상 불과 11개, 민간병원과 의료진 동참 필수적인데…그간 정부 정책·국회 법안에 의료계는 냉소적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12월 12일 오전 0시 기준 코로나19 하루 확진자수가 950명으로 집계됐다. 올해 1월 20일 첫 번째 확진자 발생 이후 최다 수치다. 이 중 수도권에 입원한 환자가 전체 격리환자의 70.9%(6851명)를 차지하면서 병상 확보가 시급해지고 있다.
정부는 특히 중환자실 수용능력이 넘어설 조짐을 보이자 부랴부랴 민간병원들에 중환자실 병상 협조에 나섰다. 정부에 따르면 이날 코로나19 중환자실 병상은 수도권 11개, 전국 58개에 불과한 상태다.
정부는 코로나19 치료로 희생되는 중환자실 병상 하루평균 수입의 5배, 코로나19 중환자를 치료한 병상은 하루 수입의 10배를 인상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하지만 일선 병원들은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코로나19 환자 관리가 어렵고 일반 환자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코로나19 중환자 1명당 방호복 착용과 교대근무에 따라 의사와 간호사 의료인력이 일반 환자의 3~4배 이상 필요한 문제를 안고 있다.
2~3월 대구를 중심으로 한 코로나19 1차 유행 이후에 의료계에 무슨 일이 있었나. 대구에 봉사를 갔던 의료진 수당이 제때 지급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코로나19 전담병원을 자처한 대구동산병원은 2~6월 120억원의 적자가 났고, 정부의 건강보험 선지급금 40억원과 대구시 긴급 운영자금 50억원을 합쳐도 경영난에 시달린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과 보건복지부는 7월 23일 의대정원 확대와 공공병원 설립 방안을 발표했다. 의료계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책을 강해하려 하자 8월 전공의들을 시작으로 의료계 파업이 일어났다. 9월 4일 대한의사협회와 당정의 극적인 합의 이후에 의사 단체행동 금지법, 의사면허 관리 강화법 등 보복성 법안이 다수 발의됐다. 10월 국정감사에서는 의사 죽이기 발언이 계속 나왔다. 의료진의 사기가 꺾여 도무지 올라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많은 의사들이 대한민국에서 의사가 된 것을 후회한다며, 의료계 뉴스에는 관심을 갖고 싶지 않다는 자조 섞인 발언을 이어갔다.
정부가 코로나19 3차 유행으로 지난 몇 달간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듯’ 민간병원에 손을 내밀었지만, 의료계는 이미 지칠만큼 지쳤다. 의료진은 올해 내내 발열·호흡기 환자 선별진료와 시도 때도 없는 병원 내 확산 위험에 마음을 졸여왔다. 개원의들은 환자 감소에 따른 경영난의 고충을 안고 있는데도 더 어려운 영세자영업자들을 보며 하소연도 하지 못하고 있다. 의대생과 전공의들은 진료실에서의 의사가 아닌 다른 진로를 알아보거나 외국 의사가 되는 방안도 알아보고 있다.
반면 선진국은 지친 의료진을 실제적인 보상으로 달래면서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5월 2차 유행 당시 중환자실 의료수가 3배 인상을 발표했다. 인상되는 수가는 우리나라의 5배가 넘는 하루 24만~42만엔(약241만원~480만원)에 이른다. 7월에는 의료기관 종사자나 요양시설 종사자들에게 1인당 20만엔(약223만원)의 위로금을 지급했다.
대구 코로나19 확산 당시 병원을 비우고 자원봉사를 자처해 '코로나19 영웅'으로 화제를 모았던 대구광역시의사회 이성구 회장은 "전쟁 중에는 병사들의 사기 진작이 필수다"라고 주문했다. 이 회장은 “본인마저 의협 공중보건의료지원단의 자발적인 의료봉사 참여에는 부정적이다. 의사회원들의 반발 여론이 많다”라며 “민간이 이만큼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고생했는데 정부가 끊임없이 의료계와 갈등을 빚게 된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제발, 코로나19 3차 대유행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의료진 사기를 꺾지 않고 실질적인 보상책을 위해 노력해달라고 정부와 국회에 부탁하고 싶다. 그렇게 해서 의료진이 코로나19 환자 진료를 외면한다면 피해를 입는 건 결국 국민들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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