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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ntonio Yun의 진료실 이야기] So many men, so many kind #4.

    "환자분, 엉덩이에 힘 좀 빼봐요, 힘을 꽉 주고 있으면 거즈를 갈 수가 없어요"

    기사입력시간 19.06.14 14:00 | 최종 업데이트 19.07.05 14:51


    So many men, so many kind #4.


    지난번 잠깐 언급했던 '참이슬 후레쉬' 화상환자.

    화상치료는 매일 해야하는 것이어서 
    매일 외래로 와서 치료받으라고 했었다.

    그 말 마저 듣지 않고 3일 후에 내원했다.



    맙소사...



    화상쪽 발에 신발을 신지 않은 상태로
    화상이 있는 부위의 발 밑에 신발 깔창을 하나대고
    비닐봉지로 발을 감싸서 묶은채로 내원했다.

    " 아니, 이게 뭐예요? 어떻게 이렇게... "

    황당하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했다.
    이러고 나서 나중에 잘 낫지 않는다고 불평 해댈것 아닌가...

    " 누가 화상입은 발에 이렇게 해요? 이러면 다 감염되요... "

    " 신발에 발이 안들어가니까 어쩔 수가 없어요. "

    Bull shit...

    " 아니 슬리퍼를 신으시면 되잖아요. "

    " 슬리퍼도 안 맞아요. "

    발에 EB(elastic band : 탄력붕대)를 감아 놨으니 그럴수도 있겠지만...

    " 슬리퍼가 한 종류만 있는게 아니잖아요, 좀 큰 슬리퍼를 사시면 되죠. "

    " 어디서 파는지도 내가 잘 모르고... 
    내가 원래 여기 사는 사람이 아니라서..."

    " 이마트가 바로 옆이잖아요, 
    우리 병원에서 나가셔서 100미터만 걸어가면 이마트고
    거기 가면 슬리퍼가 종류별로 다 있어요. "

    " 아니, 그런것도 있지만 비싸니까... "

    " 예? 슬리퍼가 비싸요? 
    나... 참... 좀 말이 되는 핑계를 대세요.
    아주머니, 여긴 자본주의예요, 
    슬리퍼가 비싼것도 있지만 싼 것도 쌔고쌨어요.
    상처 다 나을때까지만 싼거 사서 신으시면 되잖아요. 
    화상있는 발에 비닐봉지가 뭐냐구요... "

    " 내가 그거 사러 갈 시간도 없고... "

    " 예? 그럼 병원 올 시간은 어떻게 나요? 
    병원 온 김에 조금만 더 걸어가서 슬리퍼 사는데 20분도 안걸려요. 그것도 말이 안되는 핑계잖아요. "



    도대체가 무슨 핑계가 그리도 많은지...
    짜증이 났다.



    이북 사투리의 이 환자.(중국동포라고 했었다.)
    갑자기 소리를 지른다.

    " 자꾸 뭐라 하지 마욧!! 
    지난번에도 그렇고 자꾸 왜 뭐라 그래욧!! "



    아마도 지난번에 참이슬 후레쉬를 뿌리고 온 것을 두고
    내가 한 말 때문에 그런 것 같았다.



    " 환자분이 화상을 입어서 병원에 왔고 
    의사가 화상치료를 하는데
    잘 나을 수 있도록 환자분이 협조를 잘 해주셔야지
    이렇게 상처가 덧나게 하고 다니시니까 그런거 아니예요...
    비닐봉지를 신고 다니면 이거 금방 찢어져서
    상처에 다 감염된다구요.
    그럼 나을 것도 안 낫는단 말이예요. "

    화상연고를 바르고 
    거즈를 붙이고 
    EB를 감아주면서 말했다.

    처치가 다 끝나고 나자
    환자는 진료실 밖으로 나가면서 투덜댄다.

    " 맨날 올때마다 머라 그러고...
    내 이 병원 다시 오나 봐라!! "

    " ...... "

    더 말 해봤자 뭐하겠나...
    오든 말든 나도 모르겠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21세 여자환자.

    딱 보기에도 엉거주춤 들어오는 것이 많이 아파보였다.
    전에도 얘기 했지만 진료는 
    환자가 진료실로 들어오는 걸음걸이나 표정을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 perianal abscess(항문주위 농양)인가? '

    " 꼬리뼈 부위가 너무 아파요. "



    일견 보기에도 BMI는 30을 훌쩍 넘어보이는 모습.



    " 침대 위에 엎드려보세요. "



    바지를 내리는데...

    " 어휴... "

    팬티는 pus(농: 고름)로 축축하게 젖어있고
    sacrococcygeal area(천-미골 부위)에서 
    붉은 빛이 감도는 회색빛의 pus가 꿀렁꿀렁 나온다.



    진단은 더 볼것도 없는 Pilonidal Sinus abscess(모소동 농양).



    " 이거 언제부터 이랬어요? "

    " ...... "

    " 오래됐죠? "

    " 예. "

    " 얼마나 오래됐어요? "

    " 한... 2주... "

    " 어휴... 왜 빨리 병원에 안갔어요? "

    " 알바해야돼서... "

    " 아무리 알바가 급해도 그렇지 어떻게 몸이 이지경이 되도록... "

    보호자(엄마, 아빠)와 같이 온 환자.

    " 어머니 되시죠? 이거 모소동 농양이라는건데 지금 환자분이 너무 늦게 오셔서 엄청 심해져서 오셨어요. 
    이거는 응급수술 해야합니다. "

    " 예, 그러게 제가 알바 그만하고 병원 가라고 그렇게 얘길했는데... 에휴, 말도 안듣고... "

    " 알바를 뭘 하시는데요? "

    " 호프집에서 서빙... "

    환자가 말했다.

    " 밤에요? "

    " 예, 오후 6시에 가서 새벽 4시까지... "

    " 그럼 낮에는요? "

    " ...... "

    " 낮에는 뭐하시는데요? "

    엄마가 끼어든다.

    " 집에서 종일 자요. "

    " 예? 그럼 에 병원에 올 수 있잖아요. "

    " 그러니까요, 그런데 맨날 잠만 자느라... "

    " 에휴... 그러니까 이 지경이 되는거죠.
    어쨋든 빨리 수술 하시자구요, 
    이거 이대로 더 시간을 끌면 괴사성근막염으로 발전하거나
    뼈에 감염되면 골수염도 생길 수 있어요.
    그러면 생명에 지장이 생길 수도 있어요. "

    " 예, 얼른 해주세요. "

    보호자에게 설명하며 permission을 받았다.

    " 수술하고 퇴원해서도 매일 병원에 와서 상처부위에 박아넣은 소독약 적신 거즈를 매일 갈아줘야 됩니다. "

    " 언제까지요? "

    " 상처부위가 다 깨끗해질때 까지요. "



    수술을 하는데...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정도이다.



    Vertical incision(세로절개)를 가하자 
    엄청난 양의 pus가 꿀럭거리며 나온다.
    엄청난 악취... 어지러울 정도다.
    모두 suction을 해 내고 massive irrigation(다량의 세척)을 했다.

    세로 15 cm, 가로 7 cm, 깊이 7~8cm 정도의 공간이 드러난다.

    " 어휴... "

     
    ** 주)

    Pilonidal sinus의 수술 방법은 크게 
    wide excision(광범위절제술)과 marsupialization(조대술)으로
    나뉜다.
    pus의 유무 및 염증 정도에 따라 수술방법을 달리한다.
    그러나 이 환자는 둘 다 불가능한 상황.



    드러난 공간이 너무 넓고 염증이 너무 심해서
    수술창 변연부위를 sacrum주위에 꿰매어 줄 수도 없었다.

    " 보호자 좀 들어오시라고 해요. "

    환부가 다 나으려면 엄청난 시간이 필요할 것은 자명하다.
    이렇게 심한 정도를 보여주지 않고 치료하다가는
    분명 딴 소리가 나올 가능성이 다분했다.

    보호자가 마스크, 수술모자, 덧가운을 입고 수술방으로 들어왔다.

    " 어머니, 이것 좀 보세요. 이렇게 안에 공간이 넓어요. "

    수술방 전체에 퍼져있는 악취 때문에 얼굴을 있는대로 찡그린 보호자가 고개만 빼꼼히 내밀어 환부를 본다.

    " 어머, 어머, 세상에... "

    " 예상했던 것 보다 더 심합니다. 
    수술하고 내일 퇴원하셔도 앞으로 엄청난 시간동안 외래로 와서 치료받아야 해요. "

    " 얼마나 걸릴까요? "

    " 솔직히 몰라요, 얼마나 걸릴지...
    석달이 될 수도,, 넉달리 걸릴 수도 있어요. 
    그건 치료하면서 상황을 봐야 알아요. 
    지금은 나아가는게 문제가 아니라 다른 합병증이 생기지 않기만을 바래야 하는 정도예요. "

    " 예, 원장님. 좀 잘 봐주세요... "

    " 예, 이제는 나가 계세요.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어지간히 씻어내고 betadine gauze ball(소독약 적신거즈)을 넣는데 gauze ball을 다 펴서 넣는데도 6개가 들어간다.
    수술중에 배어나오는 blood oozing도 장난이 아니다.

    거즈를 다 넣고 엉덩이를 벌려 고정시켰던 테이프를 떼자
    양쪽 엉덩이가 몰려와 수술부위를 닫아버린다.

    ' 거즈 갈 때마다 전쟁이겠군...'

    수술을 하기위해 척추마취를 하였지만
    매일매일 거즈를 갈아주기 위해 척추마취를 할 수도 없으니
    매일 거즈를 새것으로 갈아줄때마다 환자는 엄청나게 아플 것이다.

    그러나 방법은 없다.



    다음날 아침.

    퇴원하기 전에 다시 수술방에서 거즈를 갈아준다.

    " 환자분, 엉덩이에 힘 좀 빼봐요, 
    이렇게 힘을 꽉 주고 있으면 거즈를 갈 수가 없어요, 
    힘 좀 빼보세요... "

    환부를 벌려 거즈를 넣어야 하는데
    환자가 엉덩이에 힘을 꽉 주고 있으니 여간 힘든게 아니다.

    양쪽에서 간호사가 한명씩 붙어서 엉덩이를 잡아 당기고
    어찌어찌 거즈를 밀어 넣었다.

    " 아, 아, 아악! 아아악!... 아, 아, 아아악!! "

    아프다고 소리를 지르지만 방법은 없다.


    ▶5편에서 계속
    ※’Antonio Yun의 진료실 이야기'의 저작권은 저자인 외과 전문의 엄윤 원장이 소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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