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 직전 두 산부인과의사회 "가뜩이나 분만환경 열악한데 분만 중 진단 과실로 구속, 고의성 없으면 형사책임 제외를"
20일 서울역 광장 궐기대회 "대법원 현명한 판단 기대…단, 정치적 목적 아닌 순수한 의도여야"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산부인과의사회 두 단체가 9일 분만 산부인과의사의 법정 구속 사태를 강력히 규탄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고의성이 없는 태아조기박리를 진단하지 못한 과실에 대한 형사처벌은 부당하며, 가뜩이나 어려운 분만 산부인과의 의료현실을 더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는 "분만을 하는 산부인과 의사라면 태반조기박리는 언제든지 갑자기 발생할 수 있다. 태반과 자궁벽 사이에 피가 고이는 은폐형 태반조기박리 출혈은 피고인이나 분만 경험이 많은 의사도 진단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는 “이번 판결은 의사가 산모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이 아니라 의사가 위급한 죽음에 이르는 산모를 살려내지 못한 것이 감옥에 갈 사유라는 판결이다. 의사의 법정구속은 출산일이 다가온 산모와 태아의 건강권에 위해를 가한 것"이라고 밝혔다.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는 "지난 10년간 50% 이상의 분만 의료기관이 폐업하고 분만을 담당하던 동료 산부인과 의사 50% 이상이 분만 현장을 이미 떠났다. 산부인과의 폐업 가속화와 힘들고 위험한 분만 기피로 60여 개 시군구 지역의 산모들이 분만 의료기관이 없어 고통을 받고 있다. 의대생들도 이런 부당한 현실을 알고 10년 이상 산부인과 의사 지원을 기피하고 있다"고 밝혔다.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는 "의사에게 수천, 수만 명의 환자 모두를 살려내지 못했다는 사유로 형사책임을 묻겠다는 판결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 이제 의사는 언제든지 구속을 당할 수 있다는 것을 각오하며 방어진료를 할 수밖에 없다. 이번 판결은 국민의 건강권과 소신진료의 사명감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했다.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는 "이번 판결의 심각성은 산부인과 의사라면 누구든 경험할 수 있는 사건이고 은폐형 태반조기박리에 의한 과다출혈은 예견이나 진단 자체가 힘들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그럼에도 10년 이상 지역사회에서 산모와 태아의 건강권을 성실히 지켜왔던 의사를 교도소에 파렴치범으로 법정 구속했다"고 한탄했다.
의사회는 "이번 사건은 대한민국 어떤 분만 의사에게도 발생할 수 있는 사건으로 이번 판결의 황당함과 잘못됨을 제대로 판단해 바로잡기를 강력히 요구한다. 대법원조차 이번 판결을 방관한다면 대한민국 산부인과 의사들의 자발적 분만 현장 대량 이탈과 분만 인프라 붕괴는 가속화할 것이다. 그 모든 사회적 책임은 이런 판결을 한 법원에 있음을 분명히 해둔다"라고 밝혔다.
산부인과의사회, 고의성 없으면 형사 책임에서 면제해야
산부인과의사회는 “생사를 다투는 어렵고 힘든 분만 현장의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이는 의사가 미필적 고의의 살인범과 마찬가지로 취급돼 고소를 당했다. 재판 과정에서 악결과에 대한 책임으로 실형을 선고받았다”고 했다.
산부인과의사회도 “태반조기박리로 인한 대다수 소송사건의 판결문을 살펴보아도 알 수 있듯 환자 증상이 확정적으로 태반조기박리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이로 인해 어떠한 과실이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는 등 이 사건 1심 판결과 동일한 취지로 판결하고 있다”고 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의사의 판결 확정 전에 법정 구속한 2심 판결은 형사사법의 대원칙인 무죄추정원칙에 위배된다. 뿐만 아니라 의료사고를 교통사고와 마찬가지로 취급함으로써 선한 의도로 이뤄지는 의료의 특수성을 외면하고 의료현실을 망각했다. 나아가 의료계의 앞날을 송두리째 앗아가는 무지한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판결 확정 전에 법정구속까지 당하게 되는 암울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우리나라 산부인과 의사, 더 나아가 우리나라 모든 의사들은 결국 잠재적 전과자가 될 수밖에 없다. 의사들은 더 이상 전과자가 되지 않기 위해 생사의 분초를 다투는 분만 현장, 외과 수술현장을 기피하게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의료 과실에 대한 책임이 있다면 형사가 아니라 민사 책임으로 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법원은 결과 발생을 회피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 발생을 회피하지 못한 과실에 형사적 책임을 물었다. 고의성이 있는 사건이 아니라면 형사적 책임이 아니라 민사적 책임을 통해 의료의 특수성에 대한 인정 범위를 확대해 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사의 법정구속 관행 등 절차적 잘못부터 즉각적으로 시정할 것을 촉구한다. 이번 법원의 판결로 분만실 폐쇄로 인한 의료체계의 근간이 붕괴되는 사태가 초래되지 않기를 바라며 대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라며 “대법원의 판결은 사실심이 아닌 법리심으로 이미 양형은 2심에서 끝이 났다. 대법의 판단은 해당 법조항이 적절했는지를 다루는 것으로 괘씸죄에 빠지게 하는 것보단 사법부에 선처를 구하는 것이 최선의 자세”라고 덧붙였다.
20일 궐기대회, 대법원 현명한 판단 기대…단, 정치적 목적 아닌 순수한 의도여야
한편,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와 대한산부인과학회, 대한모체태아의학회 등 3개 단체는 의사와 국민들에게 탄원서를 받는 동시에 오는 20일 오후 6시~8시 서울역 광장에서 '산부인과의사 구속 규탄 궐기대회'를 개최한다. 궐기대회를 통해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현명을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산부인과의사회는 "궐기대회에 초대받지 못했다. 궐기대회의 목적은 산부인과 의사를 위한 순수한 의도여야 한다. 또한 대법원을 자극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조심스럽게 진행해야 한다"라며 "향후 있을 통합 산부인과의사회 선거를 겨냥해 위임장을 수령하려는 방편으로 이용하거나,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 단식 여론을 분산시키려는 일종의 물타기 용도로 기획하지 않았나 의심스럽다. 만에 하나 일종의 선거 선동이 있다면 가만 두지 않겠다"라고 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학회에 대해서도 "두 산부인과의사회의 통합하라는 표면적인 이유를 대면서도 실제로는 직선제 의사회 대리인으로 격하됐다. 공정하게 통합을 위한다면서도 직선제 임원들이 주도하는 회원총회의 위임장을 독려하는 등 불공정한 행동에 대해 사과를 요청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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