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1.12.29 04:54최종 업데이트 21.12.29 0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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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오늘의 표' 대신 '내일의 미래'를 꿈꿀 수 있는 보건의료정책을 만들어 주십시오"

[대선 후보들에게 제안하는 보건의료정책 어젠다]㉑ 서연주 대한전공의협의회 수련이사

대선 후보들에게 제안하는 보건의료정책 어젠다

제20대 대통령선거가 내년 3월 9일로 다가왔습니다. 각 후보캠프들이 여러 단체들로부터 정책 제안을 받아 대선 공약을 완성하고 있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는 대통령 후보라면 반드시 짚어야 하는 보건의료정책 어젠다(agenda)를 사전에 심도 있게 살펴보고 이를 대통령 후보들의 공약과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의료계 전현직 리더들의 릴레이 칼럼을 게재합니다. 의료계가 각종 악법에 대한 방어에만 급급할 게 아니라, 선제적으로 꼭 필요한 정책을 제안할 수 있도록 의료계의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   

①이철호 전 의협 의장 "일차의원과 중소병원 특별법·의료전달체계 정립·수가현실화"
②이로운 의협 홍보이사 "의료분쟁처리 특례법 제정"
③박상준 의협 부의장 "의료전달체계 확립과 응급의료시스템 정비"
④최운창 전남의사회장 "지역의료 살리기"
⑤안치석 전 충북의사회장 "서울과 지역 의료격차 최소화"
⑥주신구 병원의사협의회장 "보건의료 문제는 의사들과 먼저 협의"
⑦김장한 전국의대교수협의회장 "의료체계 정부 관여 줄이고 자유도 높이기"
⑧장성구 전 의학회장 "전문가 의견 수렴·정치적 판단 배제…고품격 의료강국 대한민국"
⑨안덕선 전 의료정책연구소장 "의료전달체계 확립"
⑩김동석 개원의협의회장 "필수의료 살리기가 최우선"
⑪박진규 신경외과의사회장 "공공성 재정립과 지역불균형 해소"
⑫이태연 정형외과의사회장 "의료계 논의 거쳐 필수의료 살리기"
⑬정홍수 대구시의사회장 "공익의료 국가책임제 시행"
⑭김택우 강원도의사회장 "필수의료, 적정 의료수가로 자율적 발전"
⑮박홍서 충북의사회장 "보건부 독립·건정심 구조 개편"
⑯이형민 응급의학의사회장 "응급의료체계 개편"
⑰좌훈정 개원의협의회 부회장 "의사들의 정치세력화"
⑱강청희 한국보건의료포럼 대표 "현장 참여 보건의료정책"
⑲윤인대 성형외과의사회장 "K-뷰티 성형산업에도 관심을"
⑳이은아 신경과의사회장 "현장 의사들의 목소리 반영한 의료정책"
㉑서연주 전공의협의회 수련이사 "미래 의료인력 양성·필수의료 국가 지원"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부동산위기, 취업난, 영끌, 빚투, 코인폭락, 기후변화, 그리고 코로나, 코로나, 코로나… 

암울한 대한민국 현실을 의지할 데 없이 버텨가고 있는 저희 청년층들에게는 지금껏 살아온 날 보다 앞으로 살아갈 날들이 너무도 많이 남았습니다. 넘치는 체력과 불꽃같은 열정으로 스스로의 존재의 의미와 책임, 사회에서의 고유한 역할을 찾을 것이라 기대했던 청년 시기에 저희 눈앞에 놓인 것은 세상의 다양한 부조리와 짓밟힌 공정, 그리고 하찮게 치부되는 청년들의 현실과 캄캄해 보이는 미래가 전부입니다.

저희는 아직 빨강도, 파랑도, 초록도, 노랑도, 그 어떤 색깔옷도 입혀지지 않은 청년세대입니다. 이 시대 청년세대의 가장 큰 특징은 진영의 논리와는 상관없이 주체적 사고에 따라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선택하고 행동한다는 것입니다.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스스로를 탓하며 눈물 흘렸고, 전 국민이 분개한 2016년 국정농단 사건 때 본4 국시를 앞두고 광화문 촛불 집회에 나섰으며, 백남기 농민 사망진단서 사건 때는 배운 지식과 잘못 됐다며 대자보를 붙였던 이가 바로 저희들입니다. 

2020년 당정청 합의로 공공의대 설립이 강행되려고 하자 180석 거대여당에 대항하며 젊은의사 단체행동과 의료계 총파업에 앞장섰고, 2021년 위드코로나 이후 의료현장 붕괴를 목도하고 환자들을 포기하지 말아달라며 떨리는 목소리를 냈던 이 또한 같은 저희들입니다.

정치라는 것은 학문적 관심 이외는 잘 모르고 자랐습니다. 선호하는 정당이나 정파적 사상도 없는 채로 성장했습니다. 그저 보편적이고 중립적인 진리와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꿈꿨습니다. 의사라는 직업은 그래서 좋았습니다. 근거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보편적으로 마련된 의술을 행하는 것이, 그로 인해 누군가에게 선한 도움을 행할 수 있다는 것은 축복으로 여겨졌습니다. 

투명함과 변화에 대한 용기로 미래를 그려나가야 할 청년 세대에게, 그리고 청년 의료인들에게 대한민국은 더 이상은 희망을 기대할 수 없는 세상이 되어 버렸습니다. 대한민국에서 나고 자란 많은 이들이 ‘탈조선’을 꿈꾸고 있습니다. 이건 누구의 잘못입니까? 오래 전부터 시작된 보건의료체계의 왜곡과 전달체계 붕괴, 필수 진료과 미달 사태가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데, 이미 예상되고 있던 문제들을 지금까지 모른 척했던 것은 도대체 누구입니까? 

반복된 실망감에 자꾸 분노와 무력감이 듭니다. 자포자기의 대상이 되는 것은 비단 대한민국 사회와 의료계의 미래일 뿐 아니라 개인의 삶까지 포함입니다. 지금 청년세대들은 그렇습니다. 행복한 가정을 꾸릴 여유는 물론 결혼이나 연애를 할 엄두조차 내지 못합니다. 아마 지금의 치열한 대선판에서 여야할 것 없이 부동층 공략을 멈추고, 캐스팅 보트인 2030, MZ세대, 청년층에 집중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여서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정처없이 흘러가는 표심을 잡아야 대한민국의 중심을 잡을 수 있을테니까요. 

그렇다면, 반드시 기억해주십시오.

저희 청년세대들, 그렇게 멍청하지 않습니다. 

기피과인 외과 지원율을 높이겠다고 매달 월급 몇 백만원 씩 더 주는 것, 소아과 지원율을 높이겠다고 4년제를 3년제로 전환하는 것처럼 단시안적인 임시방편으로는 냉소적이고 회의적인 청년세대에겐 훌륭한 미끼가 되지 못합니다. 소유보다는 공유를, 상품보다는 경험을 중시하며, 어디서나 접속이 가능한 인터넷과, 스마트 폰으로 확대된 정보공유의 장을 누구보다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 세대가 MZ세대의 특징이니까요. 

지역 공공의대 설립과 의무복무안처럼 겉만 번지르하고 내부는 편법과 꼼수와도 같은 국민 눈 가리기용 가짜 정책 말고 뿌리부터 튼튼한, '진짜' 보건의료 정책을 마련해 주십시오. 근본적인 대책과 유인 요인 없이 지금까지처럼 표심만을 위한 포퓰리즘 혹은 통제적 보건의료정책으로는 가속화하는 저출산 고령화 사회를 버텨내지 못할 겁니다. 

아직 경험과 시각이 미천해 거대한 대한민국의 보건의료정책을 제안할 자격이 부족하게 느껴지지만, 대안 없이 반대만 외치는 것 또한 주체적으로 사고하는 청년세대에 어울리지 않기에 청년 의료인과 후배들이 미래를 꿈꿀 수 있게 만드는 보건의료 정책 어젠다 두 가지를 언급하며 글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첫째, 수련병원의 고유한 역할을 분명히 하고 재정적 운영과 구분되게 하며, 양질의 미래 의료인력 양성과 체계 마련에 국가가 아낌없이 지원해주십시오. 

둘째, 개인의 희생에 기대서야 간신히 버티고 있는 현재의 필수의료 분야에 있어 인력, 인프라, 지역 간 불균형 등 다각도의 여건 개선을 위해 국가가 과감히 투자해주십시오. 

근본적인 해결안은 한정된 자원 안에서 인간의 자유의지를 최대한 존중할 수 있어야 하며, 이로써 단시안적인 해결책이 아니라 장기간 선순환이 가능한, 그로써 미래를 바꿀 수 있도록 하는 대책이어야 합니다. 

이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부디 대선 후보님들께서 세대간, 직역간, 젠더간 구별 없이 존엄한 인간으로서 필수적으로 존중받아야 할 ‘건강권’과 ‘보건의료’영역에 대한 논의를 저희 청년 의료인들과도 함께 공유해주시고 고민해주시길 간곡히 청하는 바입니다.

감사합니다.

-대한민국 청년 의료인, 90년생 내과 전공의 서연주 드림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news@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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