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김경철 칼럼니스트] 이번 칼럼의 주제는 영양유전학이다. 개인적으로는 박사 과정과 미국 터프츠 대학의 연수를 통해 이 주제를 공부했고 이후 진료 현장에서도 가장 먼저 환자에게 적용했던 분야다. 이번 칼럼은 개인적 경험을 함께 기술하고자 한다.
영양유전체학 (Nutrigenomics)를 알게 되다
필자가 영양유전체학을 공부하게 된 계기는 지금으로부터 13년 전인 2005년 미국 뉴스위크지를 우연히 읽게 되면서 시작됐다. 커버스토리가 ‘Diet & Gene’이란 주제였는데 당시로부터 2년 전인 2003년 인간게놈프로젝트가 완성된 이후 개인의 특성에 대해 유전체적 관점에서 많은 연구들이 일어나고 있을 때였다. 개인의 유전체적 변이에 따라 영양소의 대사 및 작용이 다르고, 이에 따라 사람마다 다른 음식과 영양소를 먹게 된다는 것이다.
이 잡지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미래 의 어느 날 레스토랑에 가서 음식을 시키기 전에 종업원이 작은 통을 갖다 주면서 침을 뱉으라고 해서 침을 뱉았더니 10여 분 뒤에 일행에게 각각 다른 메뉴판을 가져다 주면서 당신의 유전자에 따라 음식을 선택하게 하는 것이었다. 당시만 해도 한 사람의 유전체를 분석하는데 10여년 걸리던 시절이고 천문학적 비용이 드는 때라, 이런 이야기는 그저 공상과학 정도에 그쳤지만 설명하고자 하는 원리는 매우 흥미로웠다.
이 잡지에서는 또한 음식이 유전자의 기능을 바꿀 수 있고, 특정 음식은 종양억제유전자에 영향을 줘서 암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을 소개했다. 지난 칼럼에 쓴 후성유전학이 본격적으로 소개되기 전의 일이라 자세한 기전은 설명을 하지 못하지만, 그 때까지 나온 몇몇 연구들을 소개하면서 음식과 영양이란 주제를 흥미롭게 이어갔다.
당시 영양유전학의 세계적인 권위자였던 호세 오도바스 (Jose Ordovas)라는 보스턴 터프츠 대학의 HNRCA (Human Nutrition Center on Aging)에서 영양유전학을 연구하는 박사를 소개했다. 당시 미즈메디병원 소속의 평범한 봉직의였던 필자는 용감하게도 이 분에게 한국에 와서 세미나를 해줄 수 있는지 이메일을 보내 한국으로 초청했다. 병원의 도움을 받아 당시 서울 코엑스에서 ‘영양유전학의 임상적용’이라는 세미나를 하게 되었다. 이를 계기로 연세대에서 영양유전학에 대한 박사 과정을 밟게 됐고 2006년에 호세가 있는 터프츠(Tufts)대학 영양유전학연구소에 연수를 가게 됐다. 그리고 다음해 같은 대학의 후성유전학 연구소에서 연구도 할 수 있게 됐다.
훗날 차움에서 근무하면서 당시 패스웨이지노믹스(pathway genomics)의 유전체 상품인 패스웨이 핏(pathway fit)을 처방하고 이에 따라 환자마다 다른 음식들을 만들어 병원의 레스토랑에서 각각 다른 메뉴들을 상품으로 만들었다. 즉 누구에게는 저탄수화물 식이, 누구에게는 지중해 식이, 그리고 사람마다 비타민과 무기질의 구성을 달리하고. 심지어 커피나 후식도 다르게 서빙을 했다. 뉴스위크지에서 소개된 미래의 레스토랑 이야기를 흥미롭게 읽은 지 10년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상상이 현실이 되는 것을 경험했다.
영양 유전체 (Nutrigenomcis)란?
영양유전체학(nutrigenomics)이란 개개인의 유전체적 특징에 따라 주요 영양소와 비타민 등의 미세영양소의 체내 흡수, 역동, 작용 등이 달라서 특정 영양소가 사람마다 다르게 영향을 주는 것과 함께 영양소 자체가 전사인자 (transcription factor)로서 DNA에 영향을 주는 것을 모두 포함하는 유전체-영양의 상호작용을 말한다. 즉, 각 개인의 유전자 변이에 따라 음식의 대사, 작용이 다르므로 각자에게 다른 음식을 먹어야 하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 영양유전학 (nutrigenetics)이며, 음식과 영양소가 유전자의 발현에 영향을 주는 것을 영양유전체학 (nutrigenomcis)라 한다(그림 2).
UC Davis의 ‘Nutrigeonmics program’에서는 영양유전체학의 특징을 5가지로 규정한다.
1. 특정 환경 혹은 개인에게 음식물은 수많은 질병의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
2. 음식물의 화학적 성분이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한다.
3. 건강과 질병은 개인의 유전자 타입에 의해 결정될 수 있다.
4. 음식물에 의해 조절되는 유전자들이 급,만성 질병 유발에 관여한다.
5. 영양학적 지식과 유전자형에 대한 지식이 질병을 예방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영양 관련 유전자
1) MTHFR 유전자과 엽산
영양 대사 관련 유전자 중에 가장 유명한 유전자는 MTFHR 유전자이다. MTHFR 유전자는 엽산으로 알려져 있는 tetrahydofolate (THF)가 비타민 B6의 도움을 받아 5,10-MTHF로 환원되고 다시 비타민 B2의 도움을 받아 5-MTHF로 전환되는 데 이때 관여하는 효소가 MTHFR (Methylhydrofolate reductase)이다. 이 효소와 같은 이름의 유전자인 MTHFR 유전자의 677번째 염기가 C(Cytosine)에서 T(Thymine)으로 변이가 생기면 MTHFR 효소의 기능이 떨어진다. 이 경우 체내에 호모시스테인이 증가하게 돼 심혈관 질환, 유방암, 대장암 및 치매 등 만성 질환의 발생이 증가하게 된다.
혈중 호모시스테인 농도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MTHFR 변이는 최근 산부인과 등에서도 많이 검사를 해서 변이가 있는 경우 엽산 및 비타민 B2, B6, B12, 베타인 등의 메틸 공여 영양소를 추가로 처방하게 된다.
2) FADS 유전자와 오메가 3
불포화 지방산이 체내에서 합성이 되는 과정엔 2단계의 결정적 효소(late-limiting enzyme)에 의해 대사가 되는데 Δ5- and Δ6-desaturases라 불리우는 FADS1 (Fatty acid desaturase 1) 및 FADS2 효소가 그것이다. 이를 코딩하는 FADS1, FADS2 유전자는 오메가 3의 체내 농도를 결정하는 유전자로 잘 알려져 있다. 아래 그림 4)는 PLOS ONE에 실린 불포화지방산 대사물들에 대한 전장유전체 분석 결과인데 12번째 염색체에 위치한 FADS1, FADS2 유전자에서 체내 불포화지방산의 농도가 유의하게 높은 것을 볼 수 있다. 실제 FADS1 유전자의 rs174547 염기에 변이가 있으면 (CC 유전형), 체내 오메가 3, 오메가 6의 농도가 낮아질 뿐 아니라. 중성지방, LDL 콜레스테롤 및 혈당이 높고 HDL 콜레스테롤이 낮다.(Nakayma 등, 2016) 또한 같은 rs174547의 CC 유전형에서 심혈관 질환의 위험이 변이가 없는 유전형에 비해 의미 있게 높았다.(Liu 등, 2012) 실제 미국의 패스웨이 지노믹스사에서 만든 패스웨이 핏에선 이 유전자의 마커를 사용해 오메가 3 및 불포화지방산의 섭취를 더욱 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3) FTO 유전자와 비만
비만과 관련해 가장 유명한 유전자인 FTO 유전자는 가장 많은 전장유전체연관분석(GWAS)에서 최종 비만 유전자로 선정되곤 하는 유전자이다. 유전자에 따른 영양 가이드가 가장 많이 연구가 된 유전자이기도 하다. FTO 유전자의 대표적인 마커인 rs99390609의 AA 유전형은 비록 쉽게 살이 찌는 유전형이나 저지방식이를 했을 때는 체지방이 비례해서 줄어든다. 반면 변이가 없는 TT 유전형의 경우에는 저지방식이를 해도 체지방엔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Journal of Nutrition 2012) 2016년에 실시한 기존의 10개의 비슷한 연구에 대한 메타분석 결과도 다이어트와 생활 습관 개선으로 TT 유전형보다 TA 유전형에서는 -0.18%, AA유전형에서는 -0.44% 만큼의 체중 감량 효과가 더 있다. 즉 비만을 더 잘 일으키는 A carrier에서 오히려 체중 감량의 효과를 더 기대한다.
이처럼 ADIOQ, APOA2, KCTD10, LIPC, MMAB, PPARG 등의 유전자 변이에 따라 어떤 사람에겐 저탄수화물, 어떤 사람은 저지방 식이, 또 어떤 이에겐 지중해 식이 등을 추천하게 된다. 이런 아이디어에 근거해 많은 연구들이 유전체에 따른 맞춤 영양 및 다이어트 효과를 검증해 왔고 이들 결과에 따라 유전체 상품들이 생겨나고 있다.
4) VDR 유전자와 비타민 D
최근 혈중 비타민 D 검사 처방이 늘면서 한국 사람들, 특히 여성들의 혈중 비타민 D 농도가 매우 낮은 것을 알게 됐다. 비타민 D 의 합성은 주로 햇볕의 자외선을 통해 피부와 간, 신장을 통해 순차적으로 대사 과정이 일어난다. 이 때문에 비타민 D 혈중 농도가 낮은 사람들은 흔히 햇볕에 많이 노출되지 않은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똑같이 햇볕을 보지 못하고 실내 생활만 하는데 왜 누구는 혈중 비타민 D 농도가 높고 누구는 낮은가? 이는 비타민 D의 합성 과정에 관여하는 유전자들의 차이 때문이다. 이 때 관여하는 대표적인 비타민 D 관련 유전자가 VDR (Vitamin D Receptor)이다. 실제 VDR 유전자에 변이가 있으면 혈중 비타민 D 농도가 낮고, 골다공증 및 대장암, 유방암 등 비타민 D 와 관련한 질병들이 더 잘 생긴다.
비타민 D의 대사와 관련된 유전자는 비타민 D만 있는 것이 아니다. 비타민 D가 합성하는 과정에서 간의 CYP27A1과 CYP2R1 효소가 관여해 25-OH-D3를 합성하고 신장에서는 CYP27B1, CYP24A1 유전자가 관여해 1α,25-(OH)2D3를 합성한다. 또 혈관에서는 GC 단백질에 의해 표적 장기로 이동하게 된다. 이들 효소를 코딩하는 유전자들의 변이에 따라 혈중 비타민 D 농도가 정해지고 골다공증 등의 질환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처럼 영양유전체 연구 분야에선 오랫동안 많은 연구들이 진행됐고 많은 영양소들과 식품의 대사들과 관련된 유전자 연구들이 발표돼 왔다. 그 중에는 MTHFR처럼 하나의 변이만 가지고도 해당 영양소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유전자도 있고, 비타민 D의 예처럼 여러 유전자의 변이를 동시에 계산해야만 설명되는 경우도 있다.
영양유전체 산업의 새로운 시도
영양유전체 사업의 글로벌 시장의 성장은 매년 16.8%의 성장률을 통해 2023년에는 약 17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market research future, 2017) 여기에는 실험 관련 플랫폼, 시약, 키트 등이 포함돼 있으며 비만, 당뇨 및 항노화, 만성질환 등에 대한 서비스 및 제품 등이 포함된 비용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핵심적인 역량을 갖춘 회사들의 명단은 다음과 같다. Pathway genomics. (미국), Metagenics, Inc (미국), Genomix Nutrition, Inc. (미국), Nutrigenomix (미국), NutraGene (인도), XCODE Life Sciences Pvt. Ltd. (인도), Cura Integrative Medicine (호주) 등이다.
가장 먼저 서비스를 시작한 패스웨이 지노믹스(Pathway genomics)는 패스웨이핏(pathway fit)이라는 유전체 상품을 통해, 맞춤형 식단, 다이어트 권고, 술 및 커피 등에 대한 권고, 대사증후군에 대한 위험도 계산, 맞춤형 운동 처방 등에 대해 권고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한국에서도 가능한데 의사 처방을 통해서만 서비스가 가능하다. 메타제닉스(Metagenics)는 자사가 보유한 많은 영양제들과 이를 추천하는 근거인 유전체 검사들을 연결한 모델을 가지고 있다. 지노픽스 뉴트리션(Genomix Nutrition)에서는 미토콘트리아, 메틸레이션, 신경전달물질, 디톡스, 염증 등의 기능의학적 영양유전학 상품들을 통해 사람마다 다른 영양과 서플리먼트 보충을 가이드하고 있다. 뉴트리지노픽스(Nutrigenomix)에선 유전체 검사에 근거해 식생활과 관련된 맞춤 처방, 맞춤 비타민 처방, 맞춤 운동 등에 대해 가이드를 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테라젠이텍스와 허벌라이프가 함께 젠스타트라는 상품을 만들어 DTC(Direct-to-consumer, 소비자직접의뢰) 기반의 맞춤 영양 추천을 하는 등 맞춤 헬스케어 산업이 최근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일본 기반의 제노플랜 회사에선 유전자 검사에 따른 맞춤 도시락 사업 모델을 소개하고 있다. 리진바이오 회사는 리진스타일이라는 유전체 기반의 영양제 추천 서비스를 사업화했다.
프리미엄 검진센터인 차움이나 서울대 강남검진센터 등에서도 유전자를 기반으로 질병을 예측하는 서비스 외에도 맞춤 식단, 맞춤 운동 등에 대한 상담 등의 서비스가 더욱 확대되고 있다.
다만, 앞서 언급한 MTHFR 유전자처럼 설명력이 높고 솔루션이 확실한 유전자도 있지만 대부분의 영양 및 웰니스 관련 유전자들의 과학적 근거의 수준이 낮은 편이며, 제품 연결로 바로 이어지는 방식에 대해서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 이들 유전체 검사에 대한 해석에 대해서는 신중하고 제한적으로 접근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운동과 유전체
이번 동계 올림픽에서 추석 아침에 전국민을 환호하게 만들었던 윤성빈 선수의 금메달 뉴스가 나온지 며칠 지난 2월 16일자 동아 사이언스에 흥미로운 기사가 떴다. 한국스포츠개발원에서 2015년부터 윤성빈 선수가 포함된 스켈레톤과 봅슬레이 대표팀 선 스켈레톤과 봅슬레이 대표팀 선수의 유전자 특성을 분석해 선수별 맞춤형 체력 훈련 프로그램을 짰다. 특히 근육의 특성을 결정하는 ACTN3라는 유전자를 주목했다. 이 유전자는 순발력 운동에 유리한 속근과 지구력 운동에 유리한 지근 구성 비율에 영향을 미친다. 스켈레톤은 경기 시작 후 폭발적 스퍼트가 중요하기 때문에 속근의 역할이 중요하다. 훈련도 속근 강화에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지근형 선수에겐 이런 훈련이 큰 효과를 보지 못 하고 오히려 몸에 무리를 줄 수 있다. 분석 결과, 윤성빈 선수는 속근형과 지근형의 중간형에 속했다. 그래서 속근형 운동법 대신 기존의 운동법을 유지하도록 권해 효과를 극대화했다고 이 기사는 전했다.
이처럼 최근 개개인의 맞춤형 운동을 극대화하는 목적으로 운동유전체 연구가 늘고 있다. 2015년 한 연구 논문에서는 운동능력과 관련된 120개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지구력(endurance)과 관련된 77개의 유전자, 근력(strength)과 관련된 43개의 유전자를 발굴했고, 이중 유전체 전장연관 분석 (GWAS)를 거쳐 각각 ACTN3를 포함한 지구력 관련 핵심 유전자, ACED를 포함한 근력 관련 유전자 11개를 최종적으로 선택했다. (Adv Clin Chem 2015)
어떤 연구에선 운동의 효과가 각각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미 2007년에 나온 586명의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는 EDN1 유전자에 변이가 있는 경우 20주의 지속적인 지구력 운동을 한 경우에 오히려 혈압이 올라간다고 보고했다.(hypertension 2007) 또 다른 연구에서는 운동에 따른 체중 감량의 차이를 설명하는데 앞서 나온 FTO 유전자의 변이가 있는 경우에 오히려 운동에 대한 반응이 좋아서 체중 감량이 더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다. (Genet Epigenet 2014) 이처럼 운동에 따른 혈당 강하, 운동에 따른 콜레스테롤 저하, 운동에 따른 근육 증가 등도 모두 개인 차가 있다. 이들 운동 유전체 연구들은 그 차이를 설명하는 유전체 마커들을 찾아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근거중심의학 vs 맞춤의학
영양 관련 연구에서 자주 강조되는 것이 ‘근거중심의학’이다. 약물과 달리 영양 관련 연구는 결과가 일정하지 않을 때가 많다. 어떤 연구에서는 비타민 섭취가 질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하고 어떤 연구에서는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해가 된다고 한다. 왜 비슷한 설계의 연구가 정반대의 결과가 나올까.
보통 연구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무작위할당임상연구(RCT)에서는 대상자 모두에게 같은 용량의 영양소를 제공해 복용하게 하고 특정 결과를 기대한다. 앞서 비타민 D 대사를 통해 보듯이 모든 사람들이 같은 용량의 비타민 D를 섭취하더라도 합성과 대사가 되는 단계에서 효소 및 단백질을 코딩하는 유전자가 모두 사람마다 다르므로 최종적으로 체내에서의 작용은 다 다를 수 밖에 없다. 그 결과 사람마다 다른 결과를 낼 수 밖에 없는 것이 대규모 대상으로 하는 연구의 가장 큰 한계다. 설령 대규모 연구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낸 경우라도 거기서 추천하는 평균적인 의미를 갖는 영양소가 실제 각 사람에게 똑같이 작용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비록 연구에서는 의미있는 평균적인 진단이나 치료가 개개인에게는 의미가 없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근거중심의학, 즉 인구집단에서 얻어지는 연구를 개인에게 적용할 때는 반드시 개인 특성을 고려해 접근해야 한다. 그것이 맞춤 의학인 것이다.
2017년 8월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에는 ‘Evidence for Health Decision Making — Beyond Randomized, Controlled Trials’라는 제목의 리뷰 페이퍼가 실렸다. 비록 RCT 가 지금도 가장 의미 있는 연구방법론이지만 설계된 조건과 실제 임상 현장은 다른 점, 많은 비용과 시간으로 인해 샘플 수가 적을 수 밖에 없는 점, 희귀 질환에는 적용되지 못하는 점 등의 단점과 함께 앞서 제기했던 대로 개별적인 차이에 대한 고려가 없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됐다. 최근 토탈 오믹스 기법의 발달로 연구 대상자는 많지 않아도 그 대상자에서 얻어진 유전체, 전사체, 후성유전학체, 마이크로바이옴 등의 빅데이터를 얻어서 이들의 변화들을 관찰하는 연구들이 소개되고 있다.
2018년 2월 셀 시스템 (Cell system)에 소개된 연구도 흥미롭다. 23명의 건강한 자원자들을 대상으로 30일 동안 체중을 늘리고 다시 60일 동안 체중을 감소시키면서 실험 전후, 중간에 혈액과 소변, 대변 등을 통해 얻어진 단백질, 대사체, 유전체, 전사체, 마이크로바이옴, 면역 사이토카인 등의 생체 정보들을 분석했다.
그 결과 체중을 증가한 후 다시 감소하더라도 특정 유전자의 발현이나 단백질 등의 회복은 매우 천천히 일어남을 알 수 있었다. 즉 우리 눈에 보이는 체중의 변화가 아닌 유전자의 조절을 하는 여러 생체 정보들의 변화가 지속적인 체중 감량 및 유지에 더욱 중요하다는 교훈을 줬다.
이처럼 향후 연구의 방향은 대규모 인구 집단에서 개인에게 얻어지는 빅데이터 분석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 영양유전학의 분야도 오믹스 연구들로 진행될 것이 더욱 명확해졌다.
영양유전체 의학의 전망과 한계
지금까지 평균적인 권고안을 내놓는 근거 중심의 표준 지침은 여전히 중요한 기준이 되는 유용한 권고안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나에게 맞는 음식, 나에게 맞는 영양제 그리고 나에게 맞는 다이어트 프로그램들에 대해 더 관심이 있다. 따라서 앞으로 영양유전체 의학을 비롯한 개인맞춤의학은 더욱 발전되고 이에 따른 상품들 역시 더욱 고도화될 것이다. 개인의 유전적 차이를 나타내는 게놈 뿐 아니라, 휴먼게놈보다 더 크게 영향을 주는 마이크로바이옴, 음식이 DNA를 바꾼다는 후성유전학의 연구들은 더욱 많이 진행될 것이다. 그러나 약물과 달리 음식과 영양은 정량화하기 어려운 점, 단일 유전자가 아닌 대사와 작용에 관여하는 유전자가 수도 없이 많음 점, 국가마다 식생활 습관이 다르고 이에 따른 유전자와의 상호작용이 복잡하다는 점에서 연구도 쉽지 않고 이를 상품화하는데도 한계가 많다.
앞서 말한 것처럼 ‘나에게 맞는 음식’, ‘음식이 나를 만든다’라는 간단명료하면서도 강한 메시지처럼, 음식과 유전이라는 부분은 사람이 건강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요소이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연구되고 더 나은 상품들이 나올 영역임에는 틀림없다. 다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직접소비자 검사인 DTC 항목에는 제한된 유전자들만 허가돼 있고 병원에서 처방하는 유전자 상품은 질병 중심으로만 등록이 가능해 현실적으로 다양한 유전자 서비스를 받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글로벌 트렌드가 점점 더 개인의 유전적 특성에 따른 헬스케어를 하는 추세다. 우리나라도 영양유전체 연구와 이를 바탕으로 하는 맞춤 유전체 상품들이 더 많이 발굴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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