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정부가 발표한 '필수의료 정책패키지'가 의사를 관리와 통제의 대상으로만 바라보고 있다며 의료를 망칠 정책 패키지의 즉각 철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5일 박인숙 전 국회의원(울산 의대 명예교수)은 보건복지부가 1일 발표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가 허점투성이이며 독소조항이 곳곳에 포함돼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박 전 의원은 "정부는 2035년까지 의사가 부족하다는 증거도 확실하지 않는데 의대 정원 증원을 마구 밀어 붙이고 있다. 정원 증원은 결국 학비를 통해 '수익'을 낼 수 있는 대학의 입장을 반영하여 증원 규모를 결정한다고 했으나 그 후 조치에 대해서는 논의 내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증원의 필요성은 물론이고 의대의 수용역량에 대한 근거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교육·수련 혁신을 통해 의학 교육의 '질적 향상 평준화'를 이루겠다는 말은 제2, 제 3의 (폐교된) 서남의대를 양산하는 '재앙'으로 이어질 것이다. 근거 없는 증원 뉴스만으로도 이미 n수생들이 다량 나오고 있고 직장인들의 이탈도 가속화하면서 이미 큰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필수의료 정책패키지에 포함된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에 대해서도 성공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박 전 의원은 "정부는 이미 공중보건 장학제도 시범사업을 통해 의료 취약지에 근무할 의사를 구하기 위해 지역의료리더 육성제와 거의 유사한 조건을 제시한 바 있었으나 실제 경쟁률이 0.5:1에 그치며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시되고 있다"며 "지역의료가 무너진 이유는 아프면 무조건 서울로 가려는 뿌리깊은 성향, 교통 인프라 발전, 그리고 전국 어디에서나 거의 똑 같이 낮은 저수가로 인해 진입 장벽이 낮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를 가장 드라마틱 하게 보여준 사례는 전국 권역외상센터 17개 중 3곳에만 주는 A 등급, 그 중에서도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부산대학교의 진료를 거부하고 서울대로 이송을 자처한 야당 대표이다"라고 꼬집었다.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에 대한 정책들에 대한 비판도 제기했다.
박 전 의원은 "한국은 인구 대비 업무상 과실치사상 죄로 기소한 비율이 일본의 2.5배, 영국의 50배에 달한다. 형사처벌 비율도 영국의 60배, 일본의 7.5배에 달한다. 이런 기소·처벌 비율을 낮추어야 필수의료에 대한 지망을 늘릴 수 있으나 이번 발표에서는 책임보험과 조정·중재 활성화가 전부이다"라고 언급했다.
그는 "필수의료 기피의 가장 큰 이유는 의료 분쟁으로 인한 형사처벌과 배상책임 등 '사법 리스크'"라며 "정부는 지금 해외 사례를 입맛에 맞는 통계만 취사선택해서 정부주장을 뒷받침할 유리한 근거로 쓰면서 우리가 다른 선진국에 비해 뒤쳐지는 부분은 철저히 감추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필수의료 정책패키지에 포함된 '의료분쟁 특례법'은 모든 의사들이 책임보험에 강제 가입해야 하고 보험료를 부담하고 소아과, 산부인과로 제한된다는 점, 그리고 사망사고는 제외하고 있어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박 전 의원은 결론적으로 "이번에 보건복지부가 제시한 필수의료 패키지는 질적으로도 상당히 미비하고 그 목적이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의대 증원 목적 달성을 위해 의료계에 던진 '썩은 당근'으로 보인다. 의사들은 이를 절대 받아들일 수 없으며 정책 패키지의 즉각 철회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발표를 보면서 정부와 복지부의 의사들에 대한 존경과 신뢰가 얼마나 무너졌는지, 불신과 적개심이 얼마나 큰지가 곳곳에서 느껴졌다. 심지어 일부 표현에서는 모멸감을 넘어 협박까지 느껴진 것은 나만의 느낌일까?"라며 "이제는 우리 의사들부터 무엇이 잘못되어 이지경까지 오게 되었나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또한 정부와 국민도 인식의 대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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