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을 혼자서 할 수 없는 치매 판정을 받은 의사와 약사들이 일선 의료기관이나 약국에서 버젓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지난해 광주 북구의 A약사는 일상생활에서 상당부분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장기요양 2등급 판정을 받은 이후 3억 7000여만원의 건강보험을 청구하는 등 조제 활동을 이어왔다.
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노인장기요양 등급판정 활동 의료인력 자료를 분석해 이같이 밝혔다.
장기요양 등급판정을 받고도 의료기관 및 약국 등에서 활동한다고 신고를 한 의료인력(약사포함)들이 83명에 달했다.
이들 중 일상생활에서 전적으로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자로 판정돼 장기요양 1등급을 받은 의료인력도 9명이었으며, 치매환자로 판정받아 5등급과 6등급을 받은 의료인력도 총 9명이었다.
노인장기요양 등급판정을 받은 활동의료인력을 면허자격별로 살펴보면 약사가 37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의사 29명, 한의사 13명, 치과의사 3명, 간호사 1명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상생활에서 전적으로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자’로 판정돼 장기요양 1등급을 받은 의료인력 중 의사가 5명으로 가장 많았고, ‘치매환자’로 판정받아 5등급과 6등급을 받은 의료인력도 의사가 4명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 의원은 "실제 이들이 진료나 조제에 참여했는지 알아보기 위해 해당 기관 중 동종 면허를 가진 의료인력이 1명 뿐인 기관을 중심으로 재분석한 결과, 83명 중 38명이 해당됐고 이들 중 치매 판정을 받은 약사, 한의사 13명이 실제 건강보험 청구까지 시행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그럼에도 보건복지부는 현행 규정상 장기요양등급은 의료인 및 약사에 대한 자격정지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제재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의료인력의 업무는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만큼, 일상생활조차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거나 치매가 있다고 판정받은 자에게 의료업무를 맡길 경우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보건복지부와 노인장기요양보험을 운영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시스템을 개선해 일정 기준 이상의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받은 의료인력에 즉각 자격을 정지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하며, 필요하다면 의료법, 약사법 등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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