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의 높고 낮음이 의사들의 도덕성 척도 아냐...국민 불신만 유발하는 부적절한 비급여 정보 공개 의무화"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전국 시도의사회가 28일 치과의사회, 한의사회와 함께 비급여 진료비 강제 공개를 중단하라는 공동 성명서를 발표했다. 세 단체가 함께 모여 공동성명서를 발표한 시도의사회는 서울, 인천, 대전, 대구, 울산, 충남, 강원, 전북 등이다.
지난해 12월 29일 국회는 비급여 관리 강화를 골자로 한 의료법 개정안을 개정, 시행을 앞두고 있다. 기존에 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항목, 기준 및 금액 등에 관한 현황조사·분석·공개 대상 의료기관을 기존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의원급 의료기관까지 확대했다. 해당 의료기관은 비급여 고지 대상을 모두 기재해 책자, 인쇄물 등의 형태로 의료기관 내부에 비치 및 게시하고 인터넷 홈페이지에도 고지해야 한다.
비급여 가격정보 공개도 546항목에서 52항목 늘어나 616항목으로 조정됐다. 진료비용 현황조사‧분석 결과를 공개하는 시기는 기존 4월 1일에서 매년 6월 마지막 수요일로 변경했다. 다만, 올해는 시행일을 고려해 오는 8월 18일로 예외적으로 적용하기로 한 상태다.
대구광역시의사회, 대구광역시치과의사회, 대구광역시한의사회는 이날 오후 7시 대구시의사회관에서 비급여 진료비 강제 공개 중단을 위한 공동 성명서를 발표했다.
대구광역시의사회 정홍수 회장은 “비급여 진료비 강제 공개는 의료계와 국민 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며 “이번 공동성명을 통해 비급여 진료비 강제 공개가 미칠 악영향을 정부가 제대로 인지하고 잘못된 정책실행을 멈춰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라고 했다.
대구광역시치과의사회 이기호 회장은 “3개 단체가 합의해 지혜롭게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자”라고 말했다.
대구광역시한의사회 노희목 회장은 “코로나19로 힘든 여건속에서 국민의 건강을 위해 노력하는 의료인에게 좋은 일이 아닌 좋지 않은 일로 뵙게돼 마음이 아프다”라며 “빠른 시간에 이 문제가 해결되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세 단체는 성명서에서 “이 법안의 목적이 비급여 항목에 대한 급여화 사업의 추진을 위한 파악이라고 돼있다. 하지만 비급여의 급여화라는 행정기관의 역할을 위해 모든 민간의료기관에 자료제출을 강제해 결국 공적 의무를 민간에게 떠 넘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 단체는 “환자의 진료내역도 함께 국가에 보고하게 돼있어 국민의 민감한 개인정보를 국가기관이 수집하는 결과를 초래해 개인정보침해가 심각하게 우려한다”라며 “미용, 성형, 성기능개선, 교정 등 개인정보를 국가가 모두 보고 받아서 어쩌겠다는 것인지 이해되지 않으며, 과연 국민의 동의를 얻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전했다.
세 단체는 “정부는 부적절한 의료관련정책 및 법안들의 졸속 시행을 철회해야 한다. 숭고한 의료행위를 온라인에서 가격비교하듯 폄하 왜곡해서 국민과 의사들의 불신을 조장하는 부적절한 처사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비용의 높고 낮음이 의사들의 도덕성의 척도이고 부도덕한 의료비 상승의 원인으로 오인하게 해 국민의 불신을 유발하는 부적절한 정책”이라며 “향후 비급여 의료행위에 대한 자료의 제출을 강제화해 진료와 관련 없는 행정업무의 증가로 인해 환자 진료에 집중해야 할 의사들에게 불필요한 업무 피로도만 가중시키고, 결국 그 피해가 환자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충청남도의사회, 충청남도치과의사회, 충청남도한의사회는 이날 오후 7시 정부의 일방적 비급여 진료에 관한 통제 정책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공동 성명서를 발표했다.
세 단체는 “의료인과의 전문적 논의나 의료 현장의 실태도 파악하지 않고 부적절한 의료 관련 정책의 졸속 시행과 저가 경쟁 유도의 폐단이 결국 환자와 보건 의료 조직 전체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며 뜻을 함께 하기로 했다.
세 단체는 “현재도 비급여 내역은 의료 기관 및 홈페이지에 공개하도록 의무화돼있다. 그럼에도 또 다른 등록과 공개 강제화가 민간 의료기관의 업무를 가중시키고 마치 비급여 비용의 높고 낮음이 의료인의 도덕성의 척도이고 부도덕한 의료비 상승의 원인으로 오인하게 함으로써 국민의 불신을 유발시키는 매우 부적절한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세 단체는 “코로나19 사태로 장기간의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인들에게 위로와 격려 대신 국민과 분열을 시키는 정책 집행으로 결국 그 폐해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의료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청취하고 소통하는 정책을 시행하라”고 주문했다.
울산광역시의사회, 울산광역시치과의사회, 울산광역시한의사회도 이날 7시 30분 울산시의사회관에서 "정부는 불필요한 업무를 가중시키고 국민 불신 및 불안을 유발할 수 있는 비급여 진료에 대한 관리 및 통제정책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세 단체는 "국민의 알 권리는 이미 모든 의료기관이 비급여 항목에 대한 자료를 비치함은 물론 환자에게 설명과 동의를 구한 후에 시행하고 있기에 설득력이 없다"고 했다.
세 단체는 "정부가 주장하는 국민의 알권리는 현행 체계 안에서도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으며 필요하다면 간단한 논의를 통해 보완할 수 있다"라며 "의사 본연의 업무를 저해하고 불필요한 행정업무를 가중시키는 무분별한 정책시행을 중단해야 한다. 단편적인 정보제공으로 국민의 혼란과 불신을 유발할 수 있고 개인의료 정보노출이 우려되는 자료의 수집과 공개 및 지속적 현황보고 계획을 즉시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라북도의사회, 전라북도치과의사회, 전라북도한의사회 등 전북 3개 단체도 28일 오후 1시 전북치과의사회 회의실에서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세 단체는 “의료인과 의료장비에 따라 같은 비급여 항목이라도 비용이 다를 수 있다. 해당 정책은 단순히 비급여 비용만으로 의사의 도덕성과 의료비 상승의 원인을 오인하게 하는 부적절한 정책”이라고 했다.
세 단체는 “비급여 진료비용이 온라인 데이터로 축적된다면 상당수 환자가 싼 병원만을 찾을 것”이라며 “하지만 이는 병원 규모와 인력, 수술 수준, 진료에 따른 특이성을 고려하지 않은 척도”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비급여 강제공개에 앞서 기형적인 의료구조 변경이 우선돼야 한다. 그간 의료기관은 낮은 보험 수가를 비급여로 만회했는데, 적정 수가를 보장하지 않은 상태에서 비급여까지 강제적으로 억압하는 건 의료의 자율성을 지나치게 강제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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