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회장 후보 지지자 칼럼] 기호 5번 최안나 후보 지지자, 김찬규 원광대병원 응급의학과 사직 전공의
[메디게이트뉴스] 의대생 시절부터 공중보건의사 그리고 전공의까지, 거대한 의료계라는 틈바구니 속에서 살아온지 벌써 10년이 훌쩍 지났다. 사실 별로 길지도 않고 짧은 시간이지만 생존사슬의 한복판에서 배운 삶의 지혜가 몇가닥 있다. 그중 하나는, 의료계 내의 ‘평판주의’가 갖는 한계이다.
의료계에서 평판이 중요한 이유는 충분히 이해가 된다. 학습과 수련은 도제식으로 전수되며 일은 사람끼리 살을 맞대가며 한다. 전산화되고 표준화된 인격체와 소통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그 자체로 부대끼는 것이 필연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어떤 사람인지 겪어보기 전에 이미 겪어본 사람의 평가를 듣고 나에게 안전한 사람인지 그리고 함께 일하고 손을 잡아도 될 사람인지 판단하는 것이다. 하지만 허상에 기대어 남을 판단하는것은 과연 옳지는 않았다.
의정갈등이 악화되고 사직서가 수리될 즈음 나는 이전과 다른 의사가 돼 있었다. 분명 수업시간에 배웠을 텐데도 부끄럽지만 당연지정제가 무엇인지도 몰랐다. 요양기관은 요양병원을 일컫는 말인줄 알았던 것이 바로 1년 전의 나였다. 하지만 6개월간 의료계의 원로들이 마치 나를위해 해주는것 같은 수많은 심포지움과 강의를 들으며 세상에 대한 해상도를 넓혀갔다. 한국의 갈라파고스식 의료제도를 전문가들 앞에서도 강의할 수 있게 된 것은 8월 즈음이었다. 그리고 그때 의협에 대한 불만이 가장 높았다.
의협에 대한 불신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동료들의 안녕을 비는 마음으로 의협에 목소리를 전하고 싶었다. 운이 좋게도 학회 단상 위에서 의료정책과 의협의 행보에 관한 제언을 할 기회가 있었다. 옆방에는 의료계의 연예인 이주영 의원이 방문한 탓에 내 발표를 들은 건 10명이 채 되지 않았다. 근데 그중에 최안나 대변인이 있었다. 약 30여분을 넘게 의협을 열심히 비난했더니 최후보가 고맙다며 내 손을 잡고 의협회관으로 우선 가자며 이끌었다. 그녀의 부탁은 간단했다.
“나도 부족한 걸 안다. 그러니까 불만이 있는 네가 도와줬으면 좋겠다” 직함도, 경력도 없는 사직전공의임에도, 그날부터 지금까지 의협에 갈때마다 최안나 대변인은 나에게 웃으며 묻는다 “응 하고싶은말은 없고?”
내가 지지하는 최안나 후보는 국립중앙의료원 난임센터장을 내려놓고 투쟁의 운동장으로 나온 인물이다. 존경받을 많은 업적과 훌륭한 경력들이 많은 후보지만, 나에게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다. 다음세대에게 귀 기울이는 그녀의 자세다.
나는 최안나 후보를 지지한다. 지지하는 이유는 많지만 가장 첫번째는 그녀의 포용력이다. 귀를 기울이고, 작은 의견에도 최선을 다해 답하며, 사소한 회무도 끝까지 따져묻는다. 최후보는 함께여야만 해낼수 있는것을 진심으로 믿는다. 그런 신념은 그녀의 공약에서 잘 묻어난다. 전공의 노조를 지원하고, 상임이사회 참관제도를 상시화하며, 집행부를 능력주위로 공개모집한다. 선거중 공개모집하는 선대위는 면허취득 10년 이내의 의사로 젊은피 외엔 취급하지 않는다. 결정적으로, 최후보의 캠프에는 약 50%가 의대생과 사직전공의다.
대통령선거와 정치를 보며 후보의 공약을 보고 읽어야 할 것은 나에게 이해관계가 맞는지가 아니란 것을 알았다. 공약을 보고 그의 비젼을 읽어야하며, 직위만 던져주는 말뿐인 세대교체가 아니라 변화를 주도할 권한을 주는지를 봐야 한다. 나는 미래세대로서 우리를 위해 최안나 후보를 지지한다. 그녀의 마지막 공약은 우리가 채울 수 있도록 비워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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