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차기 정부는 보장성 강화를 넘어 의료전달체계 문제 해결과 의사 환자간 신뢰 구축을 위한 정책을 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한병원협회 서인석 보험이사는 최근 발행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학술지 ‘HIRA Reseach’에 실린 ‘의료계에서 바라는 차기 보건의료정책’이란 글을 통해 이 같이 말했다.
서 이사는 문재인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당초 목표하던 보장률은 달성하지 못했지만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다는 것이다.
보장성 강화 성과...희귀중증질환 등 소수환자위한 영역은 사각지대
서 이사는 “일반 보장률은 64%대에 머물러 비판의 목소리가 있으나 중증고액진료비 상위 30위 내 질환에 대한 건강보험 보장률은 이미 2019년도에 81%를 초과했다”며 “2022년 현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이 마무리 반영되면 중증질환 보장률은 85%에 근접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이어 “법정본인부담률이 외래 30~60%, 입원 20%인 것을 고려하면 최대치에 근접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여기에는 본인부담상한제와 재난적 의료비 지원사업이 과도한 의료비에 대한 경제적 부담을 덜어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서 이사는 희귀중증질환 등과 같이 전문적 진료가 필요하지만 소수의 환자들에게 적용되는 의료영역은 여전히 공급 불균형이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으로 외과, 소아를 전문의로 하는 소아마취, 소아심질환을 진료하는 소아관련 흉부외과, 취약층에 주로 발생하는 절단으로 인한 수지접합 등 기피분야는 인프라 자체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서 이사는 “낮은 보장률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종합병원급 이상에서 발생하는 상대적 다빈도 고액의료비-중증질환 보장률을 높인 것이라면 앞으로는 소수 환자의 미충족 의료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료전달체계 왜곡 심화...종별 공급체계 맞는 차등화된 상대가치 점수체계 도입
서 이사는 의료전달체계 문제의 경우, 오히려 대형의료기관으로 쏠림현상이 가중됐다며 낮은 점수를 매겼다. 실제 요양기관 종별 진료비 점유율을 살펴보면 2011년 종합병원급 30.7%, 의원급 28.2%이던 것이 2020년에는 34.8%, 27.7%로 변했다.
다만 서 이사는 일각에서 주장하는 주치의제는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 이미 자유로운 의료기관 선택권을 경험한 우리나라 국민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외국과 달리 90% 이상이 민간의료기관이기 때문에 병원이 찾아오는 환자를 돌려보내는 것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서 이사는 종별 공급체계에 맞는 차등화된 상대가치 점수체계의 도입을 제안했다. 현재 의원급과 상급종합병원이 동일한 환자를 대상으로 경쟁하는 체계를 막아 불필요한 비용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서 이사는 의원급 수가가 병원급 수가보다 높아진 수가 역전현상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았다.
서 이사는 “의료기관 종별에 맞는 행위에 충분한 가산을 함으로써 과도한 경쟁은 줄이고 분류된 행위로도 의료기관이 잘 운영될 수 있는 체계로 변화해야 한다”며 “추가적으로 휴일 야간진료에 대한 충분한 가산체계가 필요하다. 이는 응급의료기관 환자 집중 완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진-환자 신뢰위해 진료시간 확보∙불가항력적 의료사고 대책 마련해야
서 이사는 수술실 CCTV 의무화법을 비롯해 최근 들어 의료계가 반대하는 다수의 법안들이 국회 문턱을 넘은 데 대해서는 안타까움을 피력했다.
그는 “자율에 맡겨야 하는 전문영역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모든 의료인에게 적용하는 의료법 등의 개정을 통해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며 “그러한 해결은 오히려 의료진-환자간 관계를 악화시키고 불신으로 인한 과도한 요구, 의료진의 방어진료 등으로 불필요한 비용만 증가시킨다”고 지적했다.
이에 서 이사는 의료진-환자의 신뢰 구축을 위해 우선 진료시간 확보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의료진의 과노동과 이로인한 불친절한 3분진료 관행을 깨야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종별에 맞는 기본진료료(외래진찰료, 입원료)를 포함한 상대가치제도 개편, 의료인의 인력 수급, 전달체계 등 모든 문제가 걸려있다”며 “쉽지 않은 일이지만 다른 문제를 막론하고 의사-환자간 진료시간의 확보로 설명 시간을 늘리면 의료진-환자간 상호신뢰관계 형성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서 이사는 “우리나라의 모든 의료기관은 요양기관 당연지정제를 따른다”며 “이를 생각하면 불가항력적 의료사고는 일정 부분 국가에서 책임지거나 의료기관의 의료배상보험에 일정부분 건강보험에서 기여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야 원치 않은 의료분쟁에 대해 환자도 걱정 없이 잘 치료받고, 의료진도 아픈 기억에서 빨리 회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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