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합의 없는 '의료개혁 실행방안' 발표…조 장관 "2026년 의대 정원도 이미 확정"
의료계 우려 제기한 내용 대거 포함 "의료계 논의 참여해 달라"…의료개혁에 향후 20조원 재정 집중 투자 약속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정부가 대한의사협회, 대한전공의협의회 등 공식 의사단체 없이 강행한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 회의를 토대로 1차 의료개혁 실행방안을 발표했다.
일찍이 의료계가 반대해 온 내용이 그대로 포함된 가운데 정부는 의료계의 도움이 절실하다며 대화의 장으로 나와달라고 무의미한 요청을 반복했다.
30일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가 제6차 회의를 열고 '의료개혁 1차 실행방안'을 심의‧의결한 뒤 브리핑을 통해 해당 내용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된 의료개혁에는 기존에 의료개혁특위가 발표한 전공의 수련체계 혁신,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중증‧필수 수가개선, 의료사고안전망 등의 내용이 그대로 담긴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5년간 의료개혁에 국가재정 10조원, 건보 10조원 등 총 20조원 재정 집중 투자
이날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은 이어진 브리핑에서 정부는 의료개혁 실행방안의 차질 없는 이행을 위해 과감한 재정투자와 법·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조 장관은 "내년부터 의료 분야 지원은 건강보험 의존에서 탈피해 국가재정과 건강보험을 양대 축으로 과감하게 지원하는 체계로 전환된다. 향후 5년간 의료개혁 추진에 국가재정 10조원, 건강보험 10조원 등 총 20조 원 이상의 재정이 집중적으로 지원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건강보험 수가로 해결하기 어려운 의료인력 양성, 지역의료 격차 해소 등은 국가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한 분야로서 현재 8000억 원 수준의 예산 규모를 2배 이상 늘려 연 2조 원 규모의 국가 지원이 본격화된다. 이는 건강보험의 안정적 수입 확보를 위한 약 12.6조 원 수준의 국고 지원과는 별개의 투자이다"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정부는 의학교육과 전공의 수련에 5년간 4조 원 이상을 투자해 의료인력 양성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기로 했다.
조 장관은 "병원에 맡겨두었던 전공의 수련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화하고 수련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해 5년간 2조 원 이상 재정을 투입한다. 한 해 35억 원에 불과한 전공의 수련 예산은 내년부터 90배 증가한 3130억 원으로 지도전문의 지도 수당 신설 등 맞춤형 밀착 지도 강화, 다기관 협력 수련 등 수련체계 전면 혁신을 지원한다. 또한, 소아청소년과, 외과 등 8개 필수과목 약 5000명에 대해 연 1200만 원의 수련 수당을 지급한다"고 말했다.
또 복지부는 지역의료 기반 강화에 5년간 2조5000억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했다.
그는 "수도권 큰 병원에 가지 않아도 중증·응급 최종치료를 지역에서 받으실 수 있도록 1,836억 원을 지역 국립대병원에 집중 지원하겠다. 응급, 외과계 수술 등 필수진료를 골든아워 내 수행할 수 있도록 민간병원에도 1,200억 원 규모의 지원을 최초로 도입하고, 공공병원에 대해서도 1,000억 원 규모의 시설투자 외에 인건비 등 620억 원의 운영비를 신설·지원한다"고 전했다.
정부는 필수의료 기능 강화에 5년간 2조원 이상을 투자하고, 의료사고 분쟁 해결을 위한 재정투자 강화, 진료-연구 선순환을 위해 5년간 1.5조 원 규모의 필수의료 R&D 지원도 약속했다.
조 장관은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필수·지역의료 현장에서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느끼실 수 있다. 정부는 내년 2조 원 규모 재정투자를 시작으로 혁신적 재정지원사업을 적극 발굴해 핵심 사업에 대해서는 국가 투자를 지속 확대해 나가겠다"며 "이를 뒷받침할 필수의료특별회계, 지역의료발전기금 등 별도 재정 지원체계도 관련 법률 제정 등을 통해 조속히 마련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의료계를 개혁의 동반자로 여기고 있으며, 바람직한 의료를 꿈꾸는 지향점 역시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정부는 의료계와 다양한 견해가 예상되는 사항에 대해서는 의료계와 같이 세부 이행방안을 논의하려고 한다. 관련 논의에 참여해 달라"고 호소했다.
2026년도 의대 정원 이미 발표해 변화 가능성 적어…의료계, 의료개혁특위 논의 참여해 달라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정부가 올해 안에 만들기로 한 의료개혁 수급추계기구에서 2025년은 물론 2026년도 의대 정원에 대한 논의도 가능한지를 묻는 질의가 나왔다.
이에 조 장관은 “2026년 의대 정원의 경우 이미 정부가 대학 입학 시행계획을 발표했고 단기간 내에 여건이 크게 변화할 가능성이 크지 않은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의료계가 추계조정시스템 활용에 동의하고 2026년 정원의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한다면 이러한 추계시스템을 활용한 논의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정경실 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장도 "2026년도 의대 정원은 이미 올해 4월에 확정돼 5월에는 학교별 입시계획이 공표된 바 있다. 하지만 의료계가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합리적 의견을 제시해 수급추계 기구에 참여한다면 열린 자세로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라고 부연했다.
또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가 의료개혁특위 해체를 요구하며 별도의 논의기구 구성을 요구하고 있는 데 대해 “정부는 시급한 개혁 논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해 다수의 의사가 참여하는 특위와 간담회를 기반으로 의료개혁 1차 실행방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그는 “세부 추진계획을, 이행방안을 만드는 데 있어서는 현장을 잘 아는 의료계의 도움이 절실하다. 의료개혁특위 논의에 조속히 참여해 주시길 바란다. 그리고 의료계가 원할 경우 의료개혁특위 논의도 진행해 나가면서 별도의 양자협의도 진행 가능하다”고 이야기했다.
정 의료개혁추진단장은 "의료개혁특위가 발족한 지 4개월이 됐다. 횟수로는 특위 6번, 전문위원회 50여 차례를 포함해 약 60차례 회의를 했다. 이틀에 한 번 회의를 한 꼴이다. 이렇게 열심히 논의하고 있다. 전문위원회 위원들의 참석률도 높다"며 "의료계도 일부 학계와 병원계에서 오신 위원들이 약 50% 정도 참여하고 있다. 특위에 참여하지 않는 의료계도 나와서 현실성 있는 논의가 될 수있게 협조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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