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공백 병원 100여 개 '응급실 진료 축소' 상황…전문의 확보 경쟁에 취약한 지역 병원 응급실부터 '휘청'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정부가 연쇄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응급실 마비 사태를 부인하고 있는 가운데 진료 현장이 느끼는 위기감과 괴리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응급의료기관 총 408개소 중 5개소인 1.2%만이 진료 제한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 마저도 신속히 정상 진료가 가능하다는 주장이지만 의료계는 전공의가 빠져나간 100여개 병원들이 이가 없어 잇몸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이마저도 진료 과부하 상태라 언제 무너질지 알 수 없다는 설명이다.
21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충북대병원, 세종충남대병원, 순천향대천안병원, 단국대병원, 속초의료원 등 응급의료센터들이 의료인력 부족 등으로 진료를 중단했다는 사실이 공개적으로 알려졌다.
정상 운영 응급의료센터, 10개 이상 '인력 부족으로 응급 진료 불가능 메시지' 띄워
정상 운영으로 보이는 대부분의 병원들이 실제로는 인력 부족으로 사실상 축소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대구‧경북 응급의료센터급 이상 응급실 불가능 메시지 홈페이지를 살펴보면 정상 운영되는 것처럼 보이는 응급실 대부분이 의료진 부재로 응급 환자를 수용하지 못해 축소 운영되고 있다.
21일 기준으로 경북대병원은 총 17개의 응급실 메시지가 떠 있다. 현재 경북대병원은 정신건강의학과, 성형외과, 산과, 신경과, 이식혈관외과, 이비인후과, 피부과 등이 의료진 부재로 응급환자를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
마취통증의학과는 평일 야간과 주말, 공휴일 응급환자를 수용하지 못하고, 신경외과는 수요일 야간과 주말 응급진료가 불가능하다.
이러한 상황은 계명대학교 동산병원 역시 마찬가지다. 총 15개의 응급실 메시지를 띄우고 있는 계명대 동산병원은 피부과, 소아청소년과, 치과는 아예 응급환자 수용불가 상태고, 신장내과, 심장내과, 소화기내과, 외과, 이비인후과, 안과, 정형외과, 혈관내과, 신경과 등은 추적관찰 환자만 수용 가능하거나 정규시간 외에는 응급환자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진료 제한이 발생하고 있는 병원들은 대구, 경북만이 아니다.
중앙응급의료센터가 응급실 종합상황판을 분석한 결과 정부가 일시적 운영 제한 이후 현재 정상 운영 중이라고 밝힌 충북대병원 역시 진료 불가능 메시지가 10개나 떠 있다.
충북대병원은 21일 기준으로 소아환자, 비뇨기과, 정신건강의학과, 부인과, 흉부외과, 간담췌외과, 영유아 장중첩 및 폐색 등은 인력 부족으로 진료가 불가능하며, 산과와 안과는 평일 야간과 주말에는 추적관찰 환자 외 수용이 불가능하다.
부산대병원은 응급실 진료불가능 메시지가 무려 25개였다. 부산대병원은 소아청소년과, 정형외과, 이비인후과, 비뇨의학과, 안과, 외과, 피부과, 정신건강의학과, 신장내과, 혈액종양내과, 순환기내과, 재활의학과, 소화기내과, 신경외과,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성형외과, 감염내과, 신경과, 흉부외과, 류마티스내과, 내분비대사내과 등 대두분의 진료과가 인력부족으로 추적관찰 환자만 진료 가능하거나 아예 진료불가능한 상태다.
서울이라고 상황이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한양대병원은 12개의 응급실 진료불가능 메시지를 띄웠는데 현재 안면부 단순 열상 환자 수용이 어렵고, 전원의 경우 본원 추적관찰 외 모든 환자 수용이 불가능한 상태다. 특히 응급실 인력 부재로 중증외상환자, 경증환자, 정신과 입원환자, 정형외과 환자, 소아신경분과 환자를 수용하지 못하는 상황이며, 단순 열상 환자도 24시간 수용이 불가했다.
여의도 성모병원은 전문의 1인 진료로 환자 이송 전 수용 여부를 필수적으로 확인해야 한다며 10개의 진료불가능 메시지를 띄웠다. 그 외에도 저출생체중아, 응급투석, 수족지접합, 담낭담관질환, 안과적 응급수술 등은 아예 불가능한 상황이다.
기능 축소 응급실 단 1.2% 불과하다는 복지부…"경증환자 분산하면 문제 없다, 의료개혁 완수"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전국적으로 전공의 사직에 따른 인력 공백으로 대부분의 응급실이 축소 운영되고 있지만 전체 응급의료기관의 1.2%인 5개 기관만의 문제이며 이마저도 응급실 완전 마비가 아닌 일부 기능 축소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일시적으로 운영이 제한됐던 응급실도 신속히 정상 진료를 개시했거나 향후 정상화 예정이다"라며 "전국 29개 응급의료 권역마다 최소 1개소 이상의 권역 또는 지역응급의료센터가 진료 제한 없이 운영되고 있어, 권역 내 일부 의료기관에 진료 차질이 있더라도 타 병원에서 진료가 가능하다"고 큰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을 보여줬다.
그러면서 "최근 응급실 방문 환자의 약 44%는 경증·비응급 환자로, 이 환자들을 동네 병·의원으로 적절히 분산할 경우 중증응급환자 진료를 위한 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며 "정부는 응급실 과부하를 해소하고, 응급의료 전달체계 개편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환자 급증에 대해서도 "응급실 내원 환자 수는 평시 수준을 상회하며 진료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어, 이를 해소하기 위한 환자 분산 대책도 추가로 시행할 예정"이라며 "정부는 현재 비상진료체계를 유지하고 진료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충실히 이행하는 한편, 필수의료의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한 의료개혁을 차질 없이 완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전공의 이탈한 100여개 응급의료센터, 축소 운영중…전문의 확보 경쟁 속 인력공백 '여전'
이 같은 정부의 태평한 반응에 현장의 의료진들은 정부가 사실을 은폐, 축소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은 "그간 정부는 응급실 마비 상태를 계속해서 숨겨왔다. 하지만 408개 응급의료기관 중 4분의 3은 기존에도 전공의가 없던 병원으로 이번 사태로 진료를 축소할 이유가 없다. 기존에 전공의들이 있던 100여 개 기관 중 몇 개 병원이 진료를 축소했는지 따져야 하는데, 정부가 90% 이상이 정상 운영되고 있다고 하니 이것부터가 거짓"이라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기존에 전공의가 있던 수련병원들은 100% 다 축소 운영하고 있다. 수련병원 응급의료센터들은 병상의 절반 이상을 닫아놓고 운영하고 있다. 인력이 없어 환자를 그 이상 받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그런데도 정부는 이 상황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문제는 의료대란과 상관없이 응급환자 수는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환자들이 상급종합병원 응급실을 이용할 수 없게 돼 그 부담이 2차 병원으로 내려갔다. 그래서 2차 병원들이 역량이 초과된 상태로 몇 달을 버텨 현 상황이 유지됐다. 하지만 2차 병원도 탈진 상태에 처했고, 2차 병원에서 볼 수 없는 중증 환자들이 갈 곳을 잃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 회장은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이 전국적으로 대거 이동하고, 사직하고 있는 양태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인력 공백을 메우면 된다고 하지만 전공의가 빠져나간 병원들이 타 병원 전문의를 빼서 데려가다 보니 전문의가 유출된 병원에서 다시 인력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 결국 전문의 확보 경쟁에서 취약한 병원부터 무너지게 될 것이며 그것이 지역 병원들이 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미 모든 응급실은 역량 초과 상태로 버티고 있었다. 당장 코로나19와 추석 연휴가 겹치면 간신히 버티고 있는 응급의학과 의사들에게 대못을 박는 것이다"라며 응급실 마비가 도미노처럼 올 수도 있음을 경고했다.
대한응급의학회도 현실을 엄중히 바라보며 학회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경원 응급의학회 공보이사는 "정부가 주장하는 통계치를 전면 부인할 순 없다. 하지만 현장에서 체감하는 현실과 다른 것이 분명하다. 충북대병원, 세종충남대병원이 정상화됐다고 하지만 적은 인력으로 겨우 운영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라며 "권역응급의료센터가 단 하루라도 운영을 중단하는 등의 상황은 위기가 맞고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학회는 전국 어디서나 급성 심정지 환자 발생 시 즉각 119구급대 수용해 전문심장소생술과 소생 후 전문처치를 시행할 수 있는 진료 역량과 의지를 가진 병원들의 명단을 조사하여 공개하기로 했다.
이 공보이사는 "일부 지역에서 응급실 진료 위기를 맞이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당장 셧다운이 발생할 정도로 환자들이 불안해야 할 상황은 아니다. 이 시각에도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이 버티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며 "인력 공백에도 응급실이 버티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필수적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학회는 정부를 향해 현재 시행되고 있는 응급의료 관련 한시적 수가의 제도화, 상시화를 포함한 응급의학과 전공의, 전임의 수련보조수당 지급 등 응급의료체계 유지를 위한 실질적 대책도 관계 당국에 적극 촉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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