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김성배 교수는 한국, 미국, 프랑스 등 8개국 44개 병원이 참여한 다기관 국제 연구에서 전이성 삼중음성유방암이 기존 항암제로만 치료한 환자보다 AKT 표적치료제를 이용해 치료한 결과, 무진행 생존기간이 2배 증가해 획기적인 치료 효과를 보였다고 21일 밝혔다.
삼중음성유방암은 호르몬이나 유전자(HER2)의 영향을 받지 않는 유방암의 한 종류로 항암제에 일부 반응하더라도 재발이 많고 암의 진행이 빠르다.
특히 전이성 삼중음성유방암은 치료 후 암이 새롭게 진행하는 무진행 생존기간이 평균 6개월 미만일 정도로 치료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연구결과는 그동안 항암치료 외에는 표적치료 방법이 없었던 전이성 삼중음성유방암 치료 분야에서 AKT 표적치료의 효용성을 처음으로 입증한 것으로, 관련 의학저널 ‘란셋 온콜로지(Lancet Oncology, IF 33.9)’ 최신호에 게재됐다.
유방암은 여성 호르몬과 관련이 있는 호르몬 수용체 양성 유방암이 전체 유방암의 약 60-70%를 차지하고 있으며, HER2 특이 유전자 증폭과 관련된 HER2 유방암이 20%, 호르몬이나 HER2 유전자 증폭과 관계없이 유방암이 발생한 삼중음성유방암이 그 나머지 15-20%를 차지한다.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지금까지 삼중음성유방암 치료를 위해 암 성장에 중요한 신호경로를 차단하는 약제를 이용한 임상시험이 있었으나 효과가 좋지 않았으며, 최근 면역치료제, DNA 손상 시 복구와 관련된 PARP 억제제가 일부 제한적인 치료 효과를 나타내고 있으나 아직도 치료에 어려움이 많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김성배 교수팀은 항암치료 후 1년 이내에 재발된 삼중음성유방암 환자들에게 암 세포가 발생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신호경로 중 하나인 AKT를 억제하는 약제(이파타설팁, Ipatasertib)를 이용한 무작위 임상 2상 연구를 시작했다.
지난 2014년 9월부터 2016년 2월까지 8개국 44개병원에서 124명의 삼중음성유방암 환자들 중 62명에게는 표적치료제(AKT 억제제)와 항암치료제(paclitaxel)를 함께 병합해 치료했으며, 대조군인 62명의 환자들에게는 항암치료제만으로 치료를 시행했다.
그 결과 병합치료를 시행한 군에서는 평균 무진행 생존기간이 6.2개월, 항암제 치료만 받은 군에서는 그 기간이 4.9개월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연구팀은 전체 삼중음성유방암 환자 124명 중 차세대염기서열 분석을 통해 PI3K-AKT-mTOR 신호경로의 이상이 있는 환자들만 선별한 결과, 병합치료를 받은 군에서는 26명, 항암치료만 받은 군에서는 16명이었다.
42명 중 항암치료제로만 치료받은 환자 16명의 평균 무진행 생존기간은 4.9개월이었지만, 표적치료제와 항암치료제를 병합한 환자 26명에서는 평균 9개월로 나타나 표적치료제를 투여한 환자에서 무진행 생존기간이 2배 정도 길다는 것을 밝혀낸 것이다.
연구팀은 "총 8개국 44개 병원에서 진행된 이번 연구에서 국가별로는 아시아인이 58명, 백인이 54명, 흑인 등 그 외 인종이 12명이었다"면서 "표적치료제를 투여한 환자들에서 치료 약제로 인한 대표적인 부작용은 설사였으며, 사망과 같은 심각한 부작용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김성배 교수는 "이번 연구는 치료 전에 차세대염기서열 분석을 통해 PI3K-AKT-mTOR 신호경로의 이상이 있는 유방암 환자를 선별할 수 있고, 이러한 환자 군에서 AKT 표적치료의 효과가 탁월하여 무엇보다 적합한 환자를 선별하여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성배 교수 연구팀은 향후 3상 임상시험을 통해 삼중음성유방암 뿐 아니라 전체 유방암 환자의 60-70%를 차지하는 호르몬 수용체 양성 유방암에서도 AKT 억제제의 효과에 대해 추가 3상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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