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02.10 07:02최종 업데이트 23.02.10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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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의료원, 밀려드는 환자들 받지 못했던 ‘속사정’

NMC 전문의들 “진료역량 부족으로 국가병원으로 역할 불가...병상 규모 늘려야”

NMC 김연재 중앙감염병병원운영센터장, 가천의대 엄중식 교수, 아주의대 정경원 교수, 중앙일보 신성식 기자.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일 때 환자가 병실을 찾지 못해 길거리에서 대기하고 있고, 국가병원인 우리 병원에 우선적으로 배정 요청이 오는데도 병원 규모가 작고 진료 역량이 부족하다 보니 수용할 수가 없었다.”
 
국립중앙의료원(NMC) 중앙감염병병원 김연재 센터장은 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립중앙의료원 발전 방안’ 토론회에서 신축 예정인 NMC 병상 규모가 기재부의 계획대로 축소될 경우 국가중앙병원으로서 역할을 하기 어렵다며 이 같이 말했다.
 
앞서 기재부는 NMC에 본원 526병상, 중앙감염병병원 134병상, 중앙외상센터 100병상 등 총 760병상 규모로 신축·이전 게획을 확정했다고 통보했다. 이는 NMC가 요구해왔던 본원 800병상, 중앙감염병병원 150병상, 중앙외상센터 100병상 등 총 1050병상에 비해 크게 줄어든 수치로, 기재부 발표 직후 NMC 소속 의사들의 반발이 지속돼왔다.

NMC, 팬데믹 당시에 환자 받고 싶어도 '진료역량' 탓에 못 받아
 
김 센터장은 코로나 팬데믹 과정에서 밀려드는 환자들을 어쩔 수 없이 돌려보내야 했던 사례들을 설명했다.
 
그는 “코로나 환자 중 중환자나 기저질환자 등 고도의 의료서비스가 필요한 환자들이 많았는데, 코로나 병상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공공의료기관들은 이런 서비스를 제공할 역량이 대부분 되지 않았다”며 “우리 병원도 신생아 중환자실이 없어서 고위험 코로나 확진 산모들을 모두 돌려보내야 했다”고 했다.
 
이어 “코로나 대응 때 병상관리를 담당자로서 중수본과 통화를 하며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국가병원이면 어려운 환자들을 우선적으로 수용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말이었다”며 “무리해서 받은 환자들도 있었지만, 환자에게 적절한 의료서비스 제공할 여력이 안 되는데 수용하는 건 아니라 생각해 거절한 사례도 많았다”고 덧붙였다.
 
김 센터장은 “이후에 뒤에서 ‘NMC가 일을 안 한다’ ‘능력이 되지 않아 환자를 못 받는다’라는 말들이 들리더라”며 “환자를 받고 싶어도 받을 수가 없는 현실이 안타까웠다”고 털어놨다.
 
NMC 전문의협의회 이소희 회장.

이소희 NMC 전문의협의회 회장 "제 기능 위해선 본원 최소 800병상 이상 돼야"

이에 NMC 전문의협의회 이소희 회장은 NMC가 응급·중증외상·감염병·모자보건 등 미충족 필수분야에서 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선 상급종합병원 수준의 병상이 확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지방의료원의 3차병원으로 역할 수행을 위해선 상급종합병원 수준의 진료과목과 우수인력 확보가 필수”라며 “526병상 규모 건립 추진 시 의사인력을 확보해도 의료술기 유지를 위한 진료 환경이 제공되지 않아 인력이 이탈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했다.
 
실제 권역임상센터를 운영 중인 전국 15개 국립대병원의 평균 병상 수는 988병상, 전국 5개 권역감염병병원 모병원들의 평균 병상 수는 1027개다.
 
이 회장은 재정자립도를 고려했을 때도 최소 1000병상 이상으로 건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립중앙의료원을 최소 1000병상 상급종합병원급으로 건립할 경우, 의료이익이 발생해 중앙감염병병원 운영에 따른 손실비용을 충당할 수 있다”고 했다.

가천의대 엄중식·아주의대 정경원 교수도 '지원사격'...복지부 "기재부 설득 노력 계속할 것"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와 아주대병원 외상외과 정경원 교수도 이 같은 NMC 의사들의 주장을 지원 사격했다.
 
엄 교수는 “코로나 이전에도 수 차례 신종 감염병의 위협이 있었고, 지난 2015년 메르스를 거치며 권역별감염병전문병원 애기가 나왔지만 아직 삽도 못 뜨고 있다. 결국 코로나 팬데믹에서도 민간에 힘을 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어졌다”며 국립중앙의료원과 중앙감염병병원에 대한 대대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제성 얘기가 계속 나오는데 미국이나 서유럽 국가들은 신종 감염병 대응을 안보 차원에서 다룬다”며 “안보에 경제성을 따지느냐. 특수부대가 경제성이 있어 유지를 하는 게 아니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아주대병원에서 경기남부 권역외상센터를 운영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외상센터는 그 특성상 여러 부서의 다학제적 진료가 필요하고, 비정기적이면서도 여러 자원을 대기시킬 수 밖에 없다”며 “이는 모병원과 함께 양적, 질적으로 성장해야만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역내 예방가능 외상 사망률을 낮추려는 (중앙외상센터의) 원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선 100병상의 외상센터 자원 배후에 이를 뒷받침하는 추가 병상과 검사실, 수술실, 혈관조영실 등과 그에 상응하는 인력, 장비, 시설을 보유하는 1000병상 이상의 모병원이 필요하다”
 
NMC 신축·이전 사업 규모를 두고 1년 넘게 기재부와 줄다리기를 해왔던 보건복지부 역시 사업 축소 결정에 아쉬움을 피력하며, 규모가 더 확대될 수 있게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 NMC 신축·이전TF 이성미 팀장은 “당초 본원의 경우 496병상, 596병상 두 가지 안이 나왔는데, 596병상은 안 됐고 그나마 기재부와 싸워서 496병상에서 30병상이 추가된 526병상이 된 것”이라며 “개인적으론 제 역할을 하려면 800병상은 돼야한다는 NMC 측의 의견을 충분히 이해했지만, 경제 논리를 갖고 판단하는 기재부를 설득하긴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이어 “사업이 확정된 상태에서 다시 뒤집는 게 쉽진 않겠지만, 아직 문이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다”라며 “기본 설계가 끝나면 기재부와 최종 사업협의를 해야 하는데, 그 때까지 1년여 정도가 남아있다. 남은 기간 동안 기재부를 설득할 수 있는 논리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박민식 기자 (mspark@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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