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국제보건에 대한 전 세계 정부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국제보건에 쓰일 재정 마련과 백신·진단기기·치료제에 대한 공평한 접근을 가능하게 하는 일이 주요 화두가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보건애드보커시(KAGH) 한희정 대표는 12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제3회 케이닥(K-doc) 미션 온라인 컨퍼런스에서 '한계가 없어지는 국제보건 영역과 액터들'을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한 대표는 과거와 달리 국제보건 이슈가 각국 정상이 모이는 G20에서 테이블 위에 오르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운을 뗐다.
그는 “그간 국제보건 이슈는 주로 국제보건기구(WHO) 등 보건기구에서 다뤄진다고 인식돼왔지만, 최근 G20 정상회의에서 국제보건은 주요 이슈로 논의되고 있다”며 특히 코로나 팬데믹 이후로 이 같은 추세가 더욱 강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 대표에 따르면 금융관련 이슈들을 주로 다뤄왔던 G20 정상회의에서 본격적으로 보건 문제가 테이블 위에 오르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7년 독일 함부르크에서 개최된 G20회의 때부터다. 당시 최초로 각국 보건장관들이 모여 회의를 시작했고, 글로벌헬스워킹그룹(Global Health Working Group)이 만들어졌다.
국제보건 이슈 논의에 더욱 불을 붙인 것은 2020년부터 시작된 코로나 팬데믹이다. 코로나가 전 세계적으로 급격히 확산하면서 당초 11월로 예정돼있던 G20 회의와 별개로 각국 정상들은 3월에 특별정상회의를 가졌다.
정상들은 국제적 연대를 통해 코로나19 대응에 필요한 도구들을 개발 및 공평하게 배분하기 위한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모았고, ‘ACT-A(Access to COVID19 Accelerator)’를 시작하게 됐다.
한 대표는 “사실 ATC-A가 얼마나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선 여러 지적들이 있다”면서도 “진단을 예로 들면 ACT-A를 통해 국제기구들 간에 긴급한 공조가 가능해졌고 항원신속진단키트가 8개월만에 개발 및 배포될 수 있었다. 이는 기존의 HIV 신속진단키트 개발에 5년이 걸렸던 것과 비교하면 성과라는 자체 평가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전 세계의 관심이 팬데믹에 쏠리면서 다른 국제보건 문제에 쓰일 ODA(공적개발원조) 자금까지 모두 빨아들이고 있는 것은 문제다. 이에 한 때 각 나라들이 군비 확대에 쓸 돈을 국제보건 비용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왔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로는 그런 논의들도 어려워진 상태다.
한 대표는 “최근 국제보건 재정 확보를 위해 새로운 제안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며 “그 중 하나가 세계은행(World Bank)을 주축으로 팬데믹 예방 및 대응을 위한 금융중개기금(PPPR FIF)를 만드는 방안이 세계은행 이사회에서 통과됐다. 매년 105억 달러 모금을 목표로 하고 있고 현재까지 14억 5000만달러가 모금됐다. 우리나라도 지난 7월 3000만 달러를 약정했다”고 말했다.
백신∙진단기기∙치료제(VDT)에 대한 공평한 접근성 문제도 해결이 필요한 상황이다. 코백스, ACT-A 등을 통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저소득 국가에서 코로나 백신을 최소 1회 접종한 사람은 20.2%에 불과하고, WHO가 권고하는 집단면역 목표인 70% 이상 접종률도 58개 국가는 달성하지 못한 실정이다. 진단기기나 치료제 문제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VDT의 공평한 접근 문제와 관련해선 지식재산권 문제와 함께 현지 생산, 기술 이전 논의도 본격화되고 있다는 게 한 대표의 설명이다. 지식재산권이 유예된다고 하더라도 중저소득국에서는 생산 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 대표는 “이전에도 민간 차원에서 현지에 생산시설을 갖추는 시도를 했었지만 원부자재 공급이 어렵고, 현지 생산된 기술 등의 질이 낮아서 실제로 국제조달을 하지 못하는 문제들이 있었다”며 “그런 문제를 공동으로 해결하기 위해 글로벌 펀드도 특히 말라리아 신속진단키트는 현지생산을 해볼 만하다고 해서 새로운 전략을 수립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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