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03.29 00:28최종 업데이트 22.03.29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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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에서 무료로 의료 지원 사업해도 환자들이 안오는 이유?

김진호 교수 "진료 자체도 중요하지만 각 환경과 사회적 맥락에서 환자 고려해야"

고려대 보건과학대학 김진호 보건정책관리학부 교수. 사진=K-DOC 온라인 컨퍼런스 갈무리
케이닥(K-DOC) 미션 온라인 컨퍼런스 
의료인 해외진출 플랫폼 케이닥(K-DOC)은 26일 국제 보건의료 강연 '제2차 K-DOC 미션 온라인 컨퍼런스(K-MOC)를 개최했다. 이번 컨퍼런스는 케이닥과 아프리카미래재단이 공동 주최 및 주관하고 메디게이트, 대한전공의협의회, 메디칼매버릭스, 투비닥터 등이 후원했다. 국제 개발협력, 국제 개발이슈, 의료봉사에 관심을 가진 의대생, 의료인 및 일반인들간 국제 보건의료 분야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 마련됐다. 

①김진호 교수 "아프리카에서 무료로 의료 지원 사업해도 환자들이 안오는 이유?"
②이유미 원장 "의대 시절부터 확고했던 해외 의료봉사…봉사 위해 전공도 가정의학과 선택"
③백남선 박사 "재난지역에 무작정 의료 투입 안돼…건강상태 평가와 예방접종 활동이 1순위"
④최재걸 교수 "국제보건의료 협력, 현지 수요와 자신의 전문역량 접목 노력 필요"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익숙한 진료실을 벗어나 현장에 기반해 사회적 맥락을 고려해야 한다. 환자들이 왜 병원에 올 수 없는지, 약을 정기적으로 복용할 수 없는지 환자 개인 차원에서, 문화적 차원에서 고려해야 한다."

고려대 보건과학대학 김진호 보건정책관리학부 교수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보건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한 중요 요소로 환자 진료 외에 '사회학적 상상력'을 꼽았다. 이른바 사업 대상이 되는 곳의 사회, 역사, 문화적 맥락을 이해하고 이에 따라 사업의 방향성을 적절히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자신이 참여했던 '프로젝트 말라위'의 경험을 공유했다. 프로젝트 말라위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에서 2010년도 12억원 가량의 지원을 받아 실시된 대형 국제 보건사업이다. 

프로젝트 말라위의 하위사업 중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예방 사업으로 남학생 대상 포경수술이 진행됐는데, 당시 말라위에서 HIV가 15%에 육박하던 상황이기 때문에 큰 호응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포경수술만으로 HIV 예방 효과가 50~60%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장 상황은 달랐다. 학생들의 참여 의지 자체가 매우 낮았고 학교 선생님이나 학부모들에게 항의가 빗발치는 사례가 발생한 것이다. 

김 교수는 "1회 시술만으로 50% 정도 HIV를 예방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효과적이고 300병상 수준의 말라위 병원에서 수술을 진행하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점도 공지를 했지만 어쩐지 거부감이 많았다"며 "현장에서 예상치 못한 여러 변수와 어려움에 맞닥들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알고 보니 이슬람교도가 많은 말라위에서 포경수술은 종교적으로 '할례' 의식으로서 의료행위 이상의 이슬람 개종을 의미했다. 이 때문에 의료적 효과에도 불구하고 포경수술을 거부하는 사례가 많았던 것이다. 

김 교수는 "말라위는 인종과 종교, 부족이 매우 다양하다. 전체의 13% 정도가 야오족인데 이들의 93%가 이슬람교도다. 이들에게 포경을 한다는 것은 전통적인 종교 의식이면서 성인이 되는 인문 의식"이라면서 "이들에게 포경은 의료행위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사회문화적 맥락에서 보건사업을 거부하는 말라위 남성들을 설득하기 위해 교회와 지역사회 리더 등을 통해 부단히 노력했다. 사진=김진호 교수 발표자료 

김 교수는 이번 사업을 계기로 국제 보건사업에서 의료적 부분 이외 사회와 문화적 맥락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배웠다고 전한다. 

그는 "의료적 부분에만 포커스를 맞추다간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여러 보건사업이 시간이 부족하다 보니 성과만을 종용받는 경우가 있다"며 "현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보면 이해당사자들과 소통이 원활하지 않고 오해가 쌓여 사업이 수포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공동체 내 리더십을 파악하고 역사적인 맥락과 사회적 자본 등을 고려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런 것들이 기반이 돼야 지역사회 건강증진 사업도 참여의지를 고취시킬 수 있다"며 "마을의 리더십에 문제는 없는지, 족벌주의나 파벌은 없는지 문화, 종교적인 문제는 없는지 파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한국의 상황에서도 적용된다는 게 김 교수의 견해다. 즉 진료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진료 이외 환자 개인과 환자가 처해있는 환경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프로젝트 말라위의 교훈은 한국의 의료진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제 보건영역에선 질병 이외 고민해야 될 것이 많다. 최고의 의술이나 효과 좋은 약만으론 부족할 수 있다"며 "환자들이 왜 자주 병원에 올 수 없는지, 제 때 약을 먹을 수 없는지 등 환자 개개인을 사회구조 속에서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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