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의료를 시행하려면 첫째, 원격의료는 궁극적으로 의료의 질을 개선하고 환자에게 분명한 혜택을 제공하는 서비스만 추진해야 하며 환자와 지역 사회의 요구 및 필요성을 충족시켜야 한다.
둘째, 적절한 원격의료 이용을 장려해 모범 사례가 전체 보건의료 시스템에 확산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위해 정책 입안자들은 명확한 규정과 지침, 지속적인 자금 조달 및 지불 방안, 올바른 거버넌스 구축 등의 역할을 해야 한다.
셋째, 학습 보건의료 시스템을 구축해 이를 통한 평가 및 피드백이 가능하도록 하고 새롭고 혁신적인 의료 모델에 대한 지원과 디지털 교육 지원 등을 통해 원격의료의 이점을 여러 분야에서 누릴 수 있어야 한다."
바른의료연구소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원격의료 보고서(Bringing health care to the patient: An overview of the use of telemedicine in OECD countries)를 분석한 '원격의료 정책 추진 및 원격진료 도입에 대한 비판적 분석 보고서’ 네번째 보도자료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OECD 보고서는 원격의료 시행의 세 가지 조건을 제시하고 있지만 실제로 우리나라는 이에 대한 준비가 미흡하다는 것이다.
원격의료 교육과 지원, 수시 평가와 피드백 있어야 정착 가능
연구소는 “환자와 의료 공급자 모두에 대한 디지털 관련 교육과 지원이 이뤄지고, 원격의료 관련 자료와 결과들이 수시로 평가 및 피드백 받을 수 있어야 원격의료 정착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연구소에 따르면, OECD 보고서에 참여한 국가 중에서 9개 국가의 전문가들은 원격의료를 발전시키기 위해 의료진의 훈련과 자격 및 인증 등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OECD의 보건의료 종사자 중 약 3분의 1은 데이터 분석 지식이 부족하고 역량의 한계로 인해 디지털 관련 시스템을 사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소는 "일부 국가는 보건의료 종사자들의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호주, 캐나다, 독일, 미국은 디지털 기술 관련 예비 서비스 교육 커리큘럼 및 지속적인 디지털 관련 개발 교육을 위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라며 ”원격의료가 성공적으로 추진되기 위해 환자와 의료 공급자 모두에 대한 디지털 관련 교육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원격의료 정착 및 확산을 위해 위와 같은 복잡한 검증과 피드백 과정이 필요한 이유는 원격의료 분야가 RCT(Randomized Controlled Trial)와 같은 전통적인 의학적인 검증 방법을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원격의료 서비스는 완전히 표준화할 수 없으므로 전통적인 방식의 RCT로 평가하기 어렵다"라며 "따라서 수시로 평가와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유기적인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고 이러한 시스템이 구축된 상황에서 원격의료가 추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원격의료, 코로나19 시대 대면진료의 대안 근거 없어
OECD 원격의료 보고서는 코로나19가 중국 내에서만 확산되고 중국과의 인접 국가에서도 산발적으로만 환자가 발생하고 있던 시기였던 올해 1월에 발표됐다. 즉,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발표돼 지금 상황에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연구소는 "하지만 일부 정부와 언론 관계자들은 OECD 원격의료 보고서를 인용하면서 원격의료의 장점만 부각시키려 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원격의료의 장점만큼 위험성도 충분히 경고하고 있고, 무엇보다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의 확산 방지에 원격의료가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내용은 전혀 없다"고 했다.
연구소는 "오히려 현 상황을 보면 원격의료 서비스는 코로나19 확산과 아무런 관계가 없거나 악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보인다. 그 이유는 비슷한 의료 수준을 보이는 국가들을 비교해 보았을 때 비교적 원격의료 선진국이라고 알려져 있는 미국, 중국, 캐나다 및 유럽 국가들이 한국, 대만, 일본 등 원격의료가 활성화돼있지 않은 국가보다 코로나19 발생률 및 사망률이 더 높게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연구소는 "원격의료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는 국가들의 원격의료가 활성화된 정도와 각 국가들에서 인구 100만명당 코로나19 발생률을 살펴보면 원격의료의 활성화 정도와 코로나19 발생률은 상관관계가 없다. 오히려 원격의료가 활성화된 국가들에서 코로나19 환자 발생률이 더 높은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원격의료와 같은 비대면 의료는 진단이 지연돼 더 많은 환자와 접촉자를 양산하고 이는 감염병 확산을 더욱 조장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라며 “따라서 원격의료 서비스가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있어 대면진료보다 우월하기 때문에 이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은 논리적으로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앞으로 감염병에 있어 원격의료가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주제는 광범위한 연구가 필요한 분야다. 연구 결과상 원격의료가 감염병 치료와 관리, 확산 방지 등에서 효과가 있는 것으로 검증된다면 원격의료의 국내 도입 및 추진이 명분이 있을 것“이라며 “확실한 효과가 검증되기 전에 원격의료를 시도한다면 정부가 국민들을 실험 대상으로 삼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했다.
OECD 원격의료 보고서, 장점만 아닌 위험성 존재 강조
연구소는 "OECD 원격의료 보고서는 원격의료 서비스 장점도 있지만 그 위험성도 분명히 존재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라며 "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분석해보면 우리나라는 아직 원격의료를 도입할 준비도 돼있지 않고 그 필요성도 낮기 때문에 장점보다는 위험성이 더 크다는 점을 알 수 있다”라고 했다.
연구소는 “대한민국이 인터넷 강국이자 IT강국이기 때문에 원격의료 기술을 선도해야 한다는 주장과 그렇기 때문에 국내에 원격의료 서비스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은 서로 인과 관계가 없고, 의료의 특수성을 무시한 주장"이라며 "원격의료 기술이 차세대 유망 산업이 될 수는 있지만 그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국민에게 도움이 되지도 않고 오히려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은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옳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원격의료는 전 세계적으로 아직도 걸음마 단계 수준이고 효과 및 안전성, 비용효과성 등에 대한 검증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도입 및 추진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따라서 원격의료 서비스가 안전하게 이뤄지고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많은 준비와 검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의료에 있어서는 어떤 방식과 도구를 이용하던지 그 대상은 결국 사람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사람에게 있어 의료 서비스는 건강과 생명이 좌우될 수 있는 특수한 서비스이기 때문에 새로운 서비스 도입 시 항상 신중한 판단과 면밀한 준비가 필요하다“라며 "정부는 원격의료와 관련한 국내의 상황을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원격의료 서비스가 국토가 넓고 의료 수가가 높아 의료접근성이 낮은 국가에서 우선적으로 발전한 이유와 의료접근성이 높은 국가에서는 발전하지 않은 이유를 알아야 한다“라고 했다.
연구소는 이어 “무엇이 진정 국민을 위하는 길이고 국가 보건의료 시스템의 발전을 위하는 길인지를 판단해 올바른 결정을 내려야 한다”라며 “그 결정이 무리한 원격의료 추진으로 귀결된다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감수해야 함을 명심해야 한다"고 밝혔다.
댓글보기(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