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 희망가 250억원으로 알려져...의원급 연간 사용료 100만원에 불과, 당장 시장성보다 데이터 연결에 가치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의원급 의료기관 전자의무기록(Electronic Medical Record, EMR) 5위권에 있는 포인트닉스와 헬스케어 플랫폼을 두루 보유한 케어랩스가 인수와 관련한 협상을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31일 의료IT업계 관계자들의 발언을 종합하면 현재 케어랩스가 포인트닉스를 인수하기 위해 막바지 협상 단계에 있다. 알려진 희망 인수가격은 포인트닉스 EMR의 의원 고객 1곳당 1000만원 선이다. 포인트닉스는 안과와 이비인후과를 중심으로 전체 고객 수 2500여개를 보유하고 있으며, 희망 인수가격을 계산하면 250억원이 넘는다.
포인트닉스 관계자는 “구체적인 내용은 최종 협상과 계약이 끝나야 알 수 있다”라며 “자세한 이야기는 협상 당사자 외에는 알려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케어랩스 관계자는 “협상에 대해서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며,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케어랩스는 비급여 병원 CRM '위버소프트'를 운영하고 있으며, 자회사로 ▲비대면진료와 병원·약국 예약 플랫폼 '굿닥' ▲성형 정보 플랫폼 '바비톡' ▲병원·약국 의료정보 전달서비스 '이디비' ▲병원 취업 플랫폼 '메디잡리더스' ▲병원용 고객 서비스 솔루션 '공간소프트' 등을 두고 있다. 올해 1월 원익홀딩스가 케어랩스 지분 24.05%(620억원)를 인수해 최대주주가 된 상태다.
회사 인수에 EMR 신제품 지속적 출시…지각변동 예고
이번 회사 인수는 물론 새로운 회사들의 끊임없는 등장으로 EMR 시장의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의원급 EMR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는 회사는 상위권 유비케어, 비트컴퓨터, 이지스헬스케어, 전능아이티, 포인트닉스 등을 비롯해 20곳 이상이다.
지난 2021년 스타트업 세나클소프트와 메디블록이 새로운 EMR 제품을 출시했다. 지난해와 올해 초까지도 에이치디정션, 씨젠의료재단에 이어 더존비즈온이 EMR 신제품을 내놨다.
세나클소프트는 현재까지 100곳이 안되는 신규 의원급 의료기관 고객을 유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메디블록은 계약까지는 100곳, 설치는 60곳으로 파악됐다. 에이치디정션은 50곳 이상의 고객을 확보했다. 다만 씨젠의료재단은 수탁검사를 이용하면 할인 정책을 내세우면서 단숨에 의원급 고객수 200개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씨젠의료재단 관계자는 “내과와 검진센터 중심으로 수탁검사기관에서 사용할 수 있는 EMR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지난해 차트를 론칭했다”라며 “수탁검사를 이용하는 고객에는 정가 대비 혜택을 주고 있고 대구, 부산 등의 지역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화려함 속에 감춰진 EMR 시장, 의사-환자 데이터 연결로 승부수
겉으로는 EMR 시장이 화려해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공존한다.
A업체 관계자는 “EMR 사용료가 의원 1곳당 연간 100만원 정도에 불과한데 이것만으로는 시장성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라며 “EMR시장에 대한 환상으로 경쟁이 지나치게 과열된 것 같다"고 말했다.
B업체 관계자도 “10년 이상 EMR 사용료 가격 인상을 하지 못하고 오히려 고객들로부터 가격을 더 낮춰야 한다는 요구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기술에 투자하기는 힘들고 업계 전체가 성장하기가 힘들다”고 했다.
C업체 관계자는 “신규 진입한 회사가 제품을 무료로 풀거나 저가 경쟁을 유도해서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라며 “건전한 시장 발전에 저해가 될 수 있고, 그만큼 EMR 시장이 겉보기와 실상이 전혀 다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의사와 환자간 '데이터 연결' 측면에서 EMR은 당분간 주목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의원급 의료기관 EMR은 병원처럼 복잡하지가 않아 EMR과 환자 스마트폰을 연결하면 간편한 진료 예약과 접수 등의 서비스가 가능하다. 앞으로는 각종 건강 모니터링기기와 연결돼 모바일 건강관리까지 가능하다는 기대가 뒤따른다.
EMR업계 관계자는 “케어랩스가 EMR회사를 인수하려는 이유는 비대면진료나 성형 앱 등을 운영하더라도 EMR이 있어야 의사와 환자 사이에서 데이터가 통합적으로 흐른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라며 “근래 들어 헬스케어에 진입하려는 대기업들도 EMR사업부터 관심을 두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벤처스 김치원 상무는 “디지털 헬스케어가 발전하면서 다양한 기기를 통해 연결되면 결국 하나로 연결되는 플랫폼이 필요하고, 여기에 EMR이 중요하다는 판단이 나오고 있다”라며 “EMR 자체에 경쟁력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의사와 환자가 연결되고 데이터의 중심에 있다는 게 크다”고 해석했다.
댓글보기(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