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06.30 06:52최종 업데이트 22.06.30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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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시 거부 여파가 아직도…지난해 실기 중복 응시자 40여명 의사 면허취소·재응시 불가피

지난 2월 항소심서도 상·하반기 중복 응시 불가 판결...인턴으로 일하는 현직 40여명 면허취소 우려

2020년 의료계 총파업 당시 모습.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2020년 의료계 총파업 당시 의사국시를 거부했던 의대생들 가운데 지난해 상반기 실기시험에서 불합격하고 하반기에 재응시해 합격한 40여명의 의사면허가 취소될 위기에 놓였다.

2020년 파업의 여파가 2년이 지난 지금 일선 현장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는 40여명 의사들의 인생을 뒤흔들 수 있는 상황까지 이어진 것이다.

2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월 서울고등법원은 제86회 상∙하반기 의사 국시 실기시험에 중복 응시는 불가능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는 2021년 7월 나온 1심 판결과 동일한 결론이다. 이에 따라 중복 응시 끝에 합격한 40여명에 대해 의사면허 취소가 가능해졌다.

하지만 복지부는 아직 대법원 최종심 판결이 아닌 데다 의료 현장에 미칠 여파 등을 고려해 일괄적으로 면허를 취소하진 않기로 했다. 대신 최종심에 앞서 이미 취득한 의사면허를 포기한 후 올해 실기시험에 응시하고자 하는 이들에 한해 우선적으로 면허를 취소하겠다고 공지했다. 

복지부가 40여명의 의사에게 '선택권'을 준 것이라고 했지만, 사실상 의사면허 포기 후 실기시험 재응시 수순을 밟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지부 희망자부터 우선 면허 취소...추후 최종심서 동일 결론 나오면 전원 취소 '불가피'

복지부 관계자는 메디게이트뉴스와 통화에서 “87회 의사국시 실기시험에 응시하기 위해선 응시 원서 접수 기간인 7월25일~29일 전에 의사면허가 취소돼야 한다”며 “일괄 취소도 가능하지만 여러 요인을 고려해 일단은 희망자에 한해 면허를 취소해주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실은 해당 판결 후, 복지부가 면허취소 처분 진행을 위해 '행정처분 사전통지 및 의견제출서'를 개별 중복응시 합격자들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뒤늦게 알려졌다. 주소 변경 등으로 통지를 받지 못한 이가 있어 복지부 홈페이지에 해당 내용과 관련한 공시송달 공고가 올라온 것이다.

이번 결정은 2020년 의료계 총파업 과정에서 국시 응시를 거부한 후 다음해 86회 상반기 실기시험에 불합격했던 응시생들이 하반기 시험 응시를 제한하는 복지부의 처분이 부당하다며 낸 소송이 발단이 됐다.

당시 복지부는 다수의 의대생들이 국시를 거부하며 의료인력 부족 사태가 우려되자, 기존에 1년에 한 차례 치르던 실기시험을 상∙하반기 두 번으로 나눠 치렀다. 단, 국시를 거부했던 의대생들이 상반기에 응시할 수 있도록 하는 대신 상반기에 응시한 이들은 하반기 시험에 응시할 수 없다는 조건을 달았다.

이후 상반기 시험 응시생들 중 불합격한 이들이 하반기 응시 제한에 반발하며 해당 건은 법적 다툼으로 이어졌다. 결국 법원은 당시 이들이 신청한 하반기 시험 응시 제한 처분 집행 정지를 인용했고, 하반기 시험에 응시해 의사면허를 취득한 이들이 나왔다. 하지만 법원은 지난해 7월 1심에 이어 올 2월 항소심에서도 응시제한에 문제가 없다며 복지부의 손을 들어줬다.

복지부는 해당 판결이 나온 후 후속 대응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대한의사협회 등과 지속적으로 논의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 관계자는 중복 응시로 합격한 이들 중 실제 면허 취소를 희망한 이들이 있었는지에 대해선 “언급하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인턴 면허취소시 파장 상당할 듯...의협 "구제 노력해왔지만 법적 근거 없어"

당시 하반기 시험에 합격한 이들은 참담한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은 희망자에 한정해 취소가 되지만 이후 최종심에서도 같은 결론이 나오면 면허 취소를 피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1, 2심 재판부가 상·하반기 실기시험의 중복 응시가 불가능하다는 같은 결론을 내린 만큼 최종심에서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도 높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이들은 현재 병원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의사면허 취소에 따른 파장이 상당할 전망이다. 인턴의 경우 면허 취소가 되는 당사자는 물론이고, 해당 병원도 인력 공백에 따른 타격을 입게 된다. 당초 공중보건의사도 의사면허 취소 대상자 명단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확인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공보의는 면허 취소시, 공보의 편입이 취소될 수 있으며 남은 복무기간을 현역이나 사회복무요원으로 지내야 한다. 

의협은 이들의 구제를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해왔지만 현재로선 뾰족한 수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의협 관계자는 “탄원서 제출 등 재판 과정의 지원은 물론 복지부와도 논의를 계속 해왔지만 현재로선 면허취소를 피해갈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전혀 없다”며 “의사라고 해서 법의 예외가 될 수는 없지 않나. 아무 근거 없이 면허를 유지시켜 달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또 다른 의협 관계자 역시 “복지부도 안타깝지만 방법이 없다고 한다”며 “그래도 이번 실기시험에 응시할 의사가 있는 이들을 위해  원수접서 마감 직전까지 의사면허가 유지될 수 있도록 배려를 해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파업 당시 본4였던 현 전공의는 "복지부가 일괄적으로 의사면허 취소를 하지 않겠다고 겉으로만 그럴 뿐, 사실상 의사면허 취소 수순을 밟으려고 하는 것이다"라며 "당사자인 현 전공의와 공보의들은 의사면허 취소 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라 상당한 혼란에 빠졌다"고 말했다. 

박민식 기자 (mspark@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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