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의료기관 개설자가 환자에게 진료 전 해당 비급여 대상의 항목과 가격을 직접 설명하도록 하는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냈다. 실제 의료현장의 진료현실을 전혀 감안하지 않은 불합리한 개정안이라는 게 의협 측의 주장이다.
의협은 9일 성명을 통해 의료법 시행규칙 일부개정안에 대한 이 같이 밝혔다.
의협은 “현행 ‘의료법’ 제24조의2 제1항에 규정한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하게 할 우려가 있는 수술, 수혈, 전신마취를 할 경우가 아니면 설명의무가 없다”며 “비급여 진료에 대해 설명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자칫 의료기관에 대한 과도한 행정규제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반대 의사를 표했다.
의협에 따르면 지난 6월 3일 개최된 비급여 제도개선 간담회와 6월 5일 복지부의 입법예고 시, 의견 제출을 통해 의협은 충분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의협은 “입장 표명에도 불구 복지부는 지난 9월 4일 의료기관개설자가 환자 또는 환자 보호자에게 진료 전 해당 비급여 대상의 항목과 그 가격을 직접 설명하도록 하는 의료법 시행규칙 공포를 강행했다”며 “이는 코로나19 위기라는 사회적 혼란을 틈타 의료계 의견을 철저히 무시하고, 의료의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고 비판했다.
의협은 “복지부는 동 시행규칙 개정안에서 의료기관 개설자에게 환자 또는 보호자에게 진료 전 해당 비급여 대상의 항목과 그 가격을 직접 설명의무를 부과하고 있다”며 “통상 의료기관개설자는 실제 실체가 없는 법인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의협은 “의료기관 개설자가 의사라 하더라도 실제 의료행위는 다른 의사가 행하는 경우도 많다”며 “근무하는 의사나 직원 수가 수 천명에 달하는 의료기관도 존재한다. 이런 의료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유독 의료기관 개설자란 특정인에게 환자에 대한 직접적인 비급여 설명의무를 부과한 것은 오히려 복지부가 의료기관에게 의료법을 준수하지 말라고 불법을 조장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의협은 “일선 1차 의료기관 또한 개설자인 의사와 간호조무사가 가용인력의 전부인 상황에서 비급여 진료비에 대한 직접설명 의무를 건건이 강제화하는 것은 의료기관의 입장에서 감내하기 어려운 업무부담과 행정력 낭비를 유발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의협은 “이번 비급여 진료비 직접설명 관련 의료법 시행규칙의 즉각적인 재개정을 통해 기존의 간접적 방식인 비급여 가격 게시로의 환원을 정부에 강력히 촉구한다”며 “만일 해당 규정이 부칙의 내용대로 내년 1월 1일부터 그대로 시행된다 하더라도 의협과 일선 의료기관은 해당 규정에 어쩔 수 없이 불응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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