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정부가 건강보험 재정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매년 ‘지출목표’를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의료계는 정부가 사실상 ‘총액계약제’를 선언한 것이라고 보고 크게 반발하고 있다.
4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에는 건강보험의 재정적 지속 가능성 제고를 위한 방안이 담겼다.
지출 효율화를 위해 예상 보험료 수입 등을 고려해 매년 보험재정에서 감당할 수 있는 ‘지출목표’를 설정하고, 보험료의 결정 범위 내에서 의료계와 수가계약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사실상 정해진 금액 내에서 의료비가 지출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총액계약제와 다를 바 없다는 계 의료계의 반응이다.
정부가 이같은 대책을 들고 나온 것은 건강보험 재정의 고갈 우려가 현살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향후 5년 간 저출산·고령화 영향 등으로 재정 여건이 어려워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26년부터 당기수지가 적자로 전환되고, 적자가 누적되면 준비금 소진도 불가피하다.
지난해 기준 보험급여비 3.8개월분인 준비금 규모는 2028년 무렵엔 2.7개월분으로 쪼그라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의료계는 정부의 총액계약제 추진 움직임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민간 의료기관이 절대 다수인 상황에서 요양기관 강제지정제로 의사들을 묶어놓고 총액계약제를 하겠다는 건 시장 경제 민주주의 국가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의사들을 정부의 노예로 부리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정부가 총액계약제로 가는 건 예상됐던 일임에도 의료계가 미리 대비하지 못한 건 패착”이라며 “이렇게 된 이상 의료계는 요양기관 강제 지정제 폐지같은 큰 어젠다를 던지고 정부와 싸우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다른 의룍계 관계자는 “총액계약제는 의료 질 저하를 수반할 수밖에 없다”며 “그보다는 의료전달체계를 개선하는 편이 건강보험 재정 관리를 위해 더 적절한 방법”이라고 했다.
이날 정부가 발표한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 방안에는 보험료 인상과 안정적 국고 지원을 검토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국민들의 의료과다 이용을 막기 위해 일정 금액을 바우처 형태로 돌려주는 사업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지역의사회 관계자는 “정부는 매년 보험료 예상 수입의 20%를 국고로 지원해야 하는데, 그마저도 지키지 않고 있다. 실제론 14% 수준에 그쳐왔다”며 보험료율 인상, 국고 지원 등과 관련해 정부를 신뢰하기 어렵단 반응을 보였다.
대한개원의협의회 김동석 회장은 “연간 의료이용이 현저히 적은 사람에 대해 연간 최대 12만원을 의료기관에서 사용 가능한 바우처로 지원해준다고 한다“며 ”건강보험 재정 건전화가 필요하다면서 받은 돈을 다시 돌려줄 정도로 여유롭냐”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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